[현장] 국회 탄핵안 가결 후 첫 응원봉 집회… "내란범에 시간 주지 말고, 법 앞 평등해야"
[김성욱, 유성호 기자]
▲ 수많은 시민들이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북측광장 앞에서 열린 ‘윤석열 즉각 체포·퇴진 사회대개혁 범시민대행진’에 참석해 윤석열 대통령 즉각 파면과 내란동조 국민의힘 해체를 촉구하고 있다.
ⓒ 유성호
▲ 수많은 시민들이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북측광장 앞에서 열린 ‘윤석열 즉각 체포·퇴진 사회대개혁 범시민대행진’에 참석해 윤석열 대통령 즉각 파면과 내란동조 국민의힘 해체를 촉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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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서글픈 일인데 축제 분위기 같아요! 서로 잘 될 거라 믿어서 그런 것 같아요!"
- 나아무개씨(여·20·서울 은평구)
국회 탄핵안 가결로 윤석열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된 첫 주말, 시민들은 서울 종로구 광화문 앞에 아이돌 응원봉을 들고 모여 "윤석열 체포", "윤석열 파면", "윤석열 퇴진"을 외쳤다. 동십자각에서부터 경복궁 광화문 앞을 지나 정부서울청사 쪽 서십자각 터에 이르는 도로가 밝은 표정을 한 시민들로 가득 찼다. 하얗게 눈 덮인 북악산과 인왕산 아래로 형형색색 응원봉 불빛이 로제의 <아파트> 같은 케이팝에 맞춰 들썩들썩 춤을 췄다.
21일 오후 서울 광화문에선 세종문화회관 앞을 기준으로 남쪽엔 탄핵 반대 집회, 북쪽엔 탄핵 찬성 집회가 각각 열렸다. 두 집회는 여러모로 대조적이었다.
탄핵 반대 집회 참가자 대부분이 70대 이상이었다면, 응원봉 집회의 주축은 이날도 20대였다. 응원봉 집회에선 '내신 망한 고딩 연합' 같은 깃발을 든 앳된 학생들을 쉽게 마주칠 수 있었다. 탄핵 반대 집회가 "죽여", "처형" 같은 폭력적인 말이 난무하고 부정선거 음모를 퍼뜨리는 극우 집회였다면, 응원봉 집회는 '저들에겐 총이, 우리에겐 빛이' 같은 시가 피켓으로 들리고, '생명 안전 사회로' 같은 구호가 자리한 평화로운 축제였다.
▲ 21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응원봉 집회. 한 시민이 든 피켓에 '저들에겐 총이 우리에겐 빛이'라는 시가 쓰여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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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우 집회가 오로지 태극기와 성조기 일색이었다면, 응원봉의 색깔은 하양·보라·핑크·빨강·노랑·파랑처럼 모인 시민들만큼이나 다양했다. 극우 집회에 펄럭인 깃발들이 'OO부대 구국 동지회' 같은 낡은 것들이었다면, 응원봉 집회의 깃발들은 '왜요? 제가 덕질하다 뛰어나온 사람처럼 보이나요?', '산책은 핑계고', '밟으면 꿈틀하는 대학생들', '민주주의 지키는 성소수자', '미디어 중독자 연합', '민주 묘~총', '전국 야근하는 디자이너 연합', '잉어빵은 속 확인' 같이 종잡을 수 없이 다채로운 것들이었다.
▲ 21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응원봉 집회. '내신 망한 고딩 연합'이라고 적힌 깃발이 눈에 띈다. 이날 집회의 주축은 젊은 층이었고, 앳된 학생들의 모습도 쉽게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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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우 집회에선 전광훈 목사가 연설을 하는 내내 호전적인 북소리가 둥둥 울리고 하나같이 목을 긁는 인위적인 고함 소리가 귀를 괴롭혔다면, 응원봉 집회는 젊은 사람들이 생목소리로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 <소원을 말해봐>, 에스파의 <위플래시>, 윤수일의 <아파트>, 김수철의 <젊은 그대>, 거북이의 <빙고(아싸)>, 김현정의 <멍>, 김연자의 <아모르 파티> 같은 노래를 부르며 행진했다. 거리를 지나치다 이 광경을 마주한 외국인들은 "믿을 수 없다"며 웃고 사진을 찍고, 음악에 맞춰 함께 몸을 흔들며 환호했다.
'태극기 부대'가 8년 전 박근혜 전 대통령 때에 여전히 머물러있다면, '촛불 집회'는 '응원봉 집회'로 새로워진 것이다.
"수사 거부 윤석열 체포, 탄핵 지연 규탄" 응원봉, 케이팝 부르며 도심 행진
▲ 30만 명 모인 ‘윤석열 파면’ 광화문 범시민대행진 ⓒ 유성호
▲ ‘윤석열 파면’ 광화문 범시민대행진, 크리스마스 최고의 선물은? ⓒ 유성호
▲ 신장식 "윤석열 탄핵 멈추지 않고 전진해야" ⓒ 유성호
양쪽 대규모 집회는 불과 수백 미터 거리를 두고 열렸지만, 충돌은 없었다. 광화문 광장 중간에 선 경찰들은 각자의 피켓을 들고 반대 집회 방향 쪽으로 향하는 시민들에게 "혹시라도 불상사가 발생할 수 있으니 시위 피켓을 가려달라"고 요청했다.
응원봉 집회의 분위기는 축제 같았지만, 영하의 날씨에 시위에 나선 시민들의 분노는 매섭게 벼려져 있었다. 최아무개씨(여·20·경기 성남시)는 "아니, 대통령이 군대까지 동원해 내란을 벌였는데 어떻게 국민의힘은 탄핵 반대 표가 80명이 넘어요?"라며 "열통이 터져요"라고 했다.
한 손에 응원봉과 태극기를 함께 들고 있던 진아무개씨(여·21·경기 용인시)는 "아까 탄핵 반대 집회 할머니가 '넌 애국자 아니냐'며 태극기를 주시길래 '저 애국자예요!'라고 하면서 받았어요"라며 "이래저래 이렇게 추운 날 시민들을 밖으로 나오게 만든 정치인들이 빨리 정신 차렸으면 좋겠어요"라고 했다. 이아무개씨(여·24·서울 송파구)는 "내란범들에게 시간을 더 주지 말고 법 앞에 평등하게 처리했으면 좋겠어요"라고 했다.
시민들은 "수사 거부 윤석열을 즉각 체포하라", "내란공범 국민의힘은 해체하라", "꼼수 말고 헌법재판관 임명하라", "내란 수괴 윤석열을 파면하라", "내란 특검 수용하라", "탄핵 지연 규탄한다"는 구호를 외치며 서울 시내를 가로질러 명동까지 행진했다.
▲ 산타클로스 복장을 한 민주노총 청년 조합원들이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북측광장 앞에서 열린 ‘윤석열 즉각 체포·퇴진 사회대개혁 범시민대행진’에 참석해 윤석열 대통령 즉각 파면과 내란동조 국민의힘 해체를 촉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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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타클로스 복장을 한 민주노총 청년 조합원들이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북측광장 앞에서 열린 ‘윤석열 즉각 체포·퇴진 사회대개혁 범시민대행진’에 참석하는 시민들에게 선물꾸러미를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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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많은 시민들이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북측광장 앞에서 열린 ‘윤석열 즉각 체포·퇴진 사회대개혁 범시민대행진’에 참석해 윤석열 대통령 즉각 파면과 내란동조 국민의힘 해체를 촉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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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노총 양경수 위원장과 조합원들이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북측광장 앞에서 열린 ‘윤석열 즉각 체포·퇴진 사회대개혁 범시민대행진’에 윤석열 대통령 즉각 파면과 내란동조 국민의힘 해체를 촉구하며 참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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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많은 시민들이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북측광장 앞에서 열린 ‘윤석열 즉각 체포·퇴진 사회대개혁 범시민대행진’에 참석해 윤석열 대통령 즉각 파면과 내란동조 국민의힘 해체를 촉구하며 헌법재판소 방향으로 행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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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응원봉 집회를 신기하게 바라보며 사진을 찍는 외국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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