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이 주술의나라였습니까" 어느 기업인의 질문
시간은 금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 기사 주요 내용은 1분 30초면 다 읽을 수 있습니다. 오마이뉴스 경제부와 함께 하는 오늘의 경제뉴스 다섯 가지. <편집자말>
[김종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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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 원/달러 환율이 표시돼 있다. 이날 코스피는 2,420대에서 약보합으로 장을 시작했다. 오전 9시 2분 기준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9.74포인트(0.40%) 내린 2,426.19를 나타냈다 |
| ⓒ 연합뉴스 |
얼마 전 4대그룹의 한 고위급 임원과 저녁 자리에서 나온 말입니다. 연말 정기인사에서 생존(?)한 그와의 대화 주제는 '주술 이야기'가 아니었습니다. 작게는 가정 살림살이부터 크게는 회사일까지, 올 한 해 동안 일어난 일에 대해 이야기 나누었습니다. 그는 웃으면서 "요즘 기업들 분위기가 살벌하다"면서 "언제, 어떻게 바닥으로 떨어질지 아무도 모른다"고 했습니다.
그는 "삼성이 저렇게 흔들릴 줄 누가 알았어요. 다른 그룹들도 마찬가지예요. '남일이 아니다'라는 거죠"라고 했습니다. 그와의 대화 속에는 '불안'과 '불신'이라는 단어가 많았습니다. 갑작스런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국회의 탄핵 등 정치적 불안이 경제에도 그대로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라 생각했습니다.
그의 답은 의외였습니다. "물론 지금 상황에선 그럴수도 있지만, 이미 현 정부 출범이후 계속 느꼈던 것들이에요"라며 "다른 기업 사람들과 이야기를 해봐도 비슷했어요"라고 말했습니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이 국내외 행사 때마다 재벌 총수들을 동반한 걸 두곤 "(기업 내부에서) 우스갯소리로, '지금이 5공 때냐'는 말도 나왔으니까..."라고 했습니다.
기업들은 현 정부 출범 때 '검찰 국가'에 대비했다고 합니다. 검찰 출신 인사들이 대기업 법무쪽에 대거 영입되기도 했죠. 오너일가부터 기업 전반에 걸친 사법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포석이었습니다. 하지만 기업들은 인공지능(AI)로 비롯되는 기술적인 변화와 대외 무역환경의 급변이 더 큰 위기를 가져왔다고 합니다. 게다가 국내 경기 부진의 장기화, 재정 악화와 정치 불안까지 겹치면서 '사면초가'에 빠졌다고 합니다.
그들에게 가장 중요한 이슈는 '환율'이었습니다. '새해 어느정도까지 예상하느냐'고 물었더니, 그는 "올 하반기만해도 (원/달러 환율)1300 중후반에서 사업계획 등을 잡고 있었는데, 이제는 1400 초반에서 그 이상을 준비해야할 수도 있어요"라며 "그렇게 진행되면 진짜 위기로 봐야죠"라고 말했습니다.
수출 대기업에 고환율이 유리할 것이라는 기대 역시 옛말이라고 했습니다. 국내 대기업 제품의 경우 더 이상 해외시장에서 가격으로 경쟁하는 시대는 지났다는 겁니다. 오히려 중간수입재 가격이 크게 올라, 원가 상승에 따른 환율 효과가 사라지고 있다는 겁니다. 우리 경제에 중요한 것은 정치와 경제에서 불확실성을 줄이고, 급변하는 대내외 무역환경에서 정부가 제대로 된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그러면서 그가 꺼낸 이야기가 의미심장했습니다.
"어떤일이든 톱(top, 리더)이 중요하죠. 정치든, 기업이든…지난 대선때 대통령이 손바닥에 '왕'자를 그려 놓고, '주술 이야기' 나왔을때, 정말 웃으며 넘어갔는데... 이번에 보니까 계엄선포부터, 명태균이라는 사람도, 건진법사인가요?, 또 김 여사건도 있고…아마 더 나올 것 같은데요.(웃음)"
20일 금융시장은 여전히 혼란스럽습니다. 원/달러 환율은 어제(19일)에 이어 1450원선에 있습니다. 그의 말대로, 환율로만 따지면 이미 우리 경제는 이미 '위기' 국면 입니다. 실제로 원/달러 환율이 1450원선을 웃돈 것은 2009년 금융위기이후 처음입니다. 외국인들은 시장에서 떠나고, 주가는 추락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또 다른 뉴스들이 나옵니다. 12.3 비상계엄 사태의 막후 설계자로 알려진 노상원 전 국군 정보사령관이 한때 점집을 운영했고, '안산시 모범 무속인' 이었다는 사실입니다. 군 출신 민간인 신분이었던 그는 계엄선포 이틀 전인 지난 1일 안산시 롯데리아 매장에서 정보사령관 등 현역 군인간부들과 계엄을 모의한 혐의로 구속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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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왼쪽부터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문상호 정보사령관. |
| ⓒ 권우성·유성호 |
정부가 외환시장 안정화에 적극 대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원/달러 환율이 1450원대에 이르자, 외화 조달 조건을 개선하고 외환시장 유동성 확보에 나서기로 했다고 합니다. 오늘(20일)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한국은행, 금융감독원 등이 긴급 거시경제간담회를 열어, 외환 수급 개선방안을 확정했는데요. 국민연금과의 외환 스와프 한도를 확대하고, 기업들의 외화 대출 규제도 완화한다고 합니다. 단기적인 대책도 중요하지만, 진짜 중요한 것은 정치적 불안에 따른 경제의 불확실성을 먼저 없애주는 것이죠.
지난달 국내 공급물가가 7개월 만에 가장 크게 올랐다고 합니다. 20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생산자물가지수 통계를 보면, 수입품까지 포함해서 11월 국내 공급물가지수가 전월대비 0.6% 올랐습니다. 공급물가지수 상승은 고환율 때문인데요. 앞으로 환율이 계속 오를 경우, 수입 물가와 함께 생산자물가 역시 계속 오를 것으로 예상됩니다. '물가안정'의 최우선 목표인 한국은행, 금리를 또 내릴 수 있을까요?
국내 상장회사들 가운데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 내는 한계 기업이 500개에 달한다고 합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비금융기업 가운데 3년 연속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인 상장기업수가 3분기 기준으로 497개라고 합니다. 전체 상장사 2625개 중에 5분의 1에 해당합니다. 이자보상배율은 회사가 한 해 동안 벌어들인 돈을 그 해 갚아야할 이자로 나눈 값인데, 1배 미만이면 이익으로 이자도 내기 어렵다는 뜻입니다. 기업들의 부실이 심상치 않습니다.
대통령 탄핵 등으로 소비심리가 크게 위축되자, 완성차 업체들이 판매량을 올리기 위해 연말 할인행사에 들어간다고 합니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올 11월까지 국내 신차 등록대수가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6.1% 줄었다고 합니다. 12월까지 164만대가 등록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지난 2013년 이후 가장 적은 수치입니다. 현대기아차 등이 전기차의 경우 최대 860만 원, 일반차량은 500만 원까지 깎아준다고 합니다. 한국지엠, 르노코리아 등도 60개월 무이자부터 300만 원까지 할인하고, 수입차들도 최대 20%까지 싸게 판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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