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尹 "거봐, 부족하다니까…국회에 1000명은 보냈어야지"

김정민, 심정보, 김한솔 2024. 12. 2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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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새벽 국회가 12·3 비상계엄 해제를 의결한 직후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 용산구 합동참모본부 지하 벙커 결심지원실(결심실)에서 극소수 핵심 참모들과 회의를 열고 “국회에 (병력) 1000명은 보냈어야 한다”고 말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2022년 5월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 용산구 국방부·합참 청사를 처음 방문해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 대통령은 4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계엄해제 요구 결의안이 가결된 지 약 20분 만인 오전 1시 20분부터 1시 50분쯤까지 30분간 합참 전투통제실을 방문했다. 전투통제실은 대통령실과 같은 경내에 있는 합참 지하 3층 벙커에 있다. 이 중 결심실은 군 수뇌부 중에서도 극소수만 출입할 수 있는 ‘보안시설 안의 보안시설’로 꼽힌다.

윤 대통령은 전투통제실 부속시설인 결심실로 들어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육군사관학교 38기·구속), 박안수 당시 계엄사령관(육사 46기·육군참모총장·구속), 인성환 국가안보실 2차장(육사 43기), 최병옥 국가안보실 국방비서관(육사 50기) 등과 이른바 ‘결심실 회의’를 열었다.

침통한 분위기 속에 진행된 회의에서 윤 대통령은 김 전 장관에게 “국회에 병력을 얼마나 넣었냐”고 물었다. “500명 정도”란 김 전 장관의 답변에 윤 대통령은 “거봐, 부족하다니까. 1000명은 보냈어야지”라고 반응했다고 한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최근 군 관계자들을 불러 조사하는 과정에서 이같은 진술을 확보했다. 공수처는 지난 17~18일 경찰과 검찰에서 윤 대통령 사건을 넘겨받았다.

공수처는 지난 18일 대검찰청으로부터 비상계엄 관련 윤석열 대통령 사건을 넘겨받았다. 뉴스1

이는 지난 12일 윤 대통령의 계엄 관련 네 번째 대국민 담화 내용과는 배치되는 진술이다. 윤 대통령은 당시 담화에서 “소규모이지만 병력을 국회에 투입한 이유는 거대 야당의 망국적 행태를 상징적으로 알리고, 계엄 선포 방송을 본 국회 관계자와 시민들이 대거 몰릴 것을 대비하여 질서 유지를 하기 위한 것”이며 “국회를 해산시키거나 기능을 마비시키려는 것이 아님은 자명하다”고 언급했다.

‘1000명’ 발언 뒤 윤 대통령은 결심실에서 국회법 법령집을 살펴봤다. 이어 “3명만 남고 나가주지”라는 윤 대통령의 말에 김 전 장관과 박 총장 등만 남아 회의를 이어갔다. 최 비서관을 비롯한 다른 사람들은 이때 결심실을 나왔다고 한다. 신원식 국가안보실장과 정진석 대통령실 비서실장도 이날 대통령이 회의를 마칠 때 즈음 합참을 찾았다. 두 사람은 대통령 수행을 위해 합참에 잠시 머물렀던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지난 12일 기자들에게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 의결 후 대통령이 합참 방문 시 국가안보실 2차장과 국방비서관은 통상적 수행을 했다. 비서실장과 국가안보실장은 계엄 해제를 위해 대통령을 모시러 가기 위해 수 분간 머물렀을 뿐”이라며 “2차 계엄 논의설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계엄 해제를 위한 국무회의 의결은 오전 4시 30분에 이뤄졌다.

尹 ‘내란 수괴’ 지목하는 증언·진술들 그래픽 이미지.

앞서 이번 계엄에 핵심적인 역할을 맡았던 혐의(내란중요임무종사 등)로 구속된 인사들도 윤 대통령의 ‘내란 수괴’ 혐의를 뒷받침하는 증언 및 진술을 이어갔다. 곽종근 특전사령관(육사 47기·구속)은 지난 10일 국회 국방위에서 “대통령께서 비화폰으로 제게 직접 전화했다”며 “의결 정족수가 아직 다 안 채워진 것 같다, 빨리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안에 있는 인원들을 끄집어내라고 하셨다”고 증언했다. 조지호 경찰청장(경찰대 6기·구속) 역시 “계엄 당일 오후 11시 37분 이후 윤 대통령이 6차례 전화를 걸어 ‘계엄법 위반이니 체포해, 잡아들여’라고 국회의원 체포를 지시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윤 대통령의 ‘40년 지기’ 석동현 변호사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윤 대통령은 체포의 ‘체’자도 꺼낸 적이 없다고 직접 들었다”며 “대통령은 법률가다. ‘체포하라’, ‘끌어내라’ 그런 용어를 쓴 적 없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김정민 기자 kim.jungmin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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