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파 이해승 후손 또 대법 승소... 1.2평만 반환

김종훈 2024. 12. 19.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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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나미 지로 총독은 작임 이래 내선일체의 실현을 시정의 큰 방침으로 하여 침식을 잊고 조선 통치에 다한 것은 자타가 공인하는 바인데, 특히 지원병 제도와 징병제도는 글자 그대로 총독이 조선 동포로 하여금 충성한 황국신민이 되어 대동아공영권의 지도자가 되게 하자는 어버이의 마음에서 나온 선정으로서 감사 감각하여 마지않는 바이다."

친일파 이해승이 총독부 기관지인 <매일신보> 1942년 5월 30일자에 '내선일체에 큰 공적'이라는 제목으로 쓴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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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 환수 뒤늦게 법 개정했지만 소급 적용 인정 안 해... 법 사각지대 파고들어

[김종훈 기자]

 국가공인 친일파 이해승
ⓒ 자료사진
"미나미 지로 총독은 작임 이래 내선일체의 실현을 시정의 큰 방침으로 하여 침식을 잊고 조선 통치에 다한 것은 자타가 공인하는 바인데, 특히 지원병 제도와 징병제도는 글자 그대로 총독이 조선 동포로 하여금 충성한 황국신민이 되어 대동아공영권의 지도자가 되게 하자는 어버이의 마음에서 나온 선정으로서 감사 감각하여 마지않는 바이다."

친일파 이해승이 총독부 기관지인 <매일신보> 1942년 5월 30일자에 '내선일체에 큰 공적'이라는 제목으로 쓴 글이다. 2005년 1월 공포된 '반민족행위진상규명 특별법'에 근거해 출범한 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는 이해승을 국가공인 친일파로 선정했다.

그러나 대한민국 정부는 이해승의 후손을 상대로 낸 토지환수 소송에서 사실상 패소했다.

19일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정부가 이해승의 후손인 이우영 그랜드힐튼호텔 회장을 상대로 한 토지 환수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정부가 반환을 요구한 땅은 138필지인데, 법원은 4㎡, 1.22평짜리 땅 1필지만 반환하라고 판단했다. 완벽한 패소다.

이해승은 철종의 아버지 전계대원군의 5대손으로 국권침탈 때 기여한 공으로 1910년 일제가 하사한 후작 작위를 받았다. 이후 1912년에는 한국병합 기념장 등을 받고 일제 패망 때까지 특권을 누렸다.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는 2007년 이해승을 친일반민족행위자로 규정했다.

정부는 이를 근거로 2007년 친일재산귀속법에 따라 이 회장이 상속받은 땅 중 192필지에 대해 국가귀속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이 회장은 이듬해 땅을 되돌려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 회장 측은 "이해승은 한일 합병의 공이 아닌 대한제국 황실의 종친이라는 이유로 후작 작위를 받았다"며 '국권침탈 때 기여한 공'으로 상속받은 땅을 귀속하려는 정부의 결정은 잘못됐다는 주장을 펼쳤다. 법의 사각지대를 파고든 것이다.

2010년 대법원은 이 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비판 여론이 크게 일었다.
 2010년 12월 23일 광복회 회원들이 서울행정법원 일대에서 친일재산 국가환수 패소에 항의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광복회는 이날 '대국민 호소문'을 통해 지난 15일 대법원이 `친일재산' 가운데 가장 액수가 큰 조선왕족 이해승의 300억원대 토지에 대한 국가귀속 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한 것은 "명백히 재고해야 할 중대 사안"이라면서 "친일재산 승소 저지운동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2010.12.23
ⓒ 연합뉴스
2011년 국회는 해당 조항을 삭제하고 '위원회가 개정 전 친일재산귀속법에 따라 친일반민족행위자로 결정한 경우 개정된 규정에 따라서 결정한 것으로 본다'라는 부칙을 달아 친일재산귀속법을 개정했다. 정부는 개정법이 적용돼 토지가 국가에 귀속돼야 한다고 주장하며 다시 소송을 냈다.

하지만 새로이 진행한 소송에서도 1심 재판부는 확정 판결이 된 사안에 대해 개정법의 소급 적용이 어렵다고 판단해 기각 결정을 내렸다. 2심 재판부 역시 같은 취지의 판결을 내렸지만, 애초 환수 대상이 아니었던 1필지에 대해서는 반환하라고 판단했다. 그리고 이날 대법원은 앞서 확정된 행정법원 판결에 따라 대부분의 토지는 귀속 대상이 아니라는 결정을 내렸다.

대법원은 "확정 판결로 국가 귀속 결정이 취소됐으므로, 그 '대상재산'에 대해서는 (개정법의) 부칙조항 단서에 따라 개정 친일재산귀속법이 적용되지 않는다"며 "따라서 정부는 개정법에 따라 국가에 귀속됐음을 전제로 하는 주장을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다만 김상환·노태악·이흥구·오경미·박영재 등 5인 대법관은 여지를 남겼다. 이들은 "적용 대상은 문언 그대로 국가 귀속 결정 자체"라며 "확정판결이 있더라도 국가가 친일반민족행위자 측을 상대로 소유권 반환 등을 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허용된다"는 반대의견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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