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80만원에 해외 한달산다…은퇴자들의 여행·골프 성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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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종환의 디스크쇼〉〈이문세의 별이 빛나는 밤에〉〈배철수의 음악캠프〉. 라디오 음악 방송의 역사라고 해도 될 만한 프로그램들을 제작한 조정선(64) 전 PD에게도 4년 전 은퇴는 다가왔습니다. 어리둥절해 하다 ‘두근거리는 인생을 살아 보자’고 다짐한 그가 찾아낸 통로는 해외 한 달 살기. 아내와 함께 이미 두 곳을 다녀온 그는, 또 다른 이색 여행을 준비 중입니다. 은퇴자의 한 달 살기, 어디로 가서 어떻게 지내며 미리 준비할 것은 무엇인지 〈은퇴 Who〉가 쉽게 알려드립니다.
」

아내에게 선물을 주고 싶었다. 가방 같은 거 말고 인생을 담은 선물을. 그만큼 미안했다. 라디오 PD라는 직업은 내 몸을 가족보다 일터에 가깝게 했다. 37년. 아내는 많은 걸 참아줬다. 2020년 말 은퇴하고 드디어 아내 곁으로 돌아갔지만 일터를 떠난 공허함은 감당하기 어려웠다.
뭐라도 채울까 싶어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로 떠나려 했지만 코로나19가 발목을 잡았다. 대신 동해안 해파랑길을 27일 동안 걸었다. 무작정 나선 길에서 탈출구가 보였다. 남은 생애 동안 두근거리는 인생을 살아야겠다고 다짐했다. 두근거리는 게 뭘까 생각했는데, 여행이 그중 하나였다.
아내와 1년에 두 번 여행을 가기로 약속했다. 그래서 패키지여행을 다녔는데, 뭔가 부족했다. 관광지만 대충 둘러보는 게 아닌 다른 여행을 하고 싶었다. 느긋하게 한 달 살기를 해보기로 하고, 올 3월 체코로 떠났다. 독일과 국경을 맞댄 소도시 데친에 숙소를 잡고 우리는 27일간 라이프치히∙드레스덴∙프라하까지 대중교통으로 돌아다녔다. 걷고 싶으면 걷고, 쉬고 싶으면 쉬었다. 처음으로 여행의 주인이 된 것 같았다.
지난 10월 두 번째 한 달 살기로 떠난 곳은 포르투갈과 스페인. 8년 전 패키지여행으로 다녀왔지만 저렴한 물가, 맛있는 음식, 친절한 사람들을 다시 접하고 싶었다. 체코 때와 달라진 건 계획이 더 없어졌다는 점. 첫 도착지 리스본에서 머물 곳을 제외하곤 갈 곳도, 숙소도 정하지 않았다. 리스본∙포르투∙빌바오∙마드리드 등을 돌며 짧게는 사흘, 길면 일주일씩 머물렀다. 어디를 가나 시간이 천천히 흘렀다.

10년 정도 미친 듯 돌아다닐 수 있도록 매일 수영과 달리기를 하고 있다. 돈이 엄청 많아 돌아다니는 게 아니다. 또래 직장인이 다 그렇지만 재테크할 정신이 없었다. 그저 빚 안 지고, 퇴직금 중간정산 안 하고, 예∙적금 꾸준히 하니까 웬만큼 지낼 정도가 됐다. 연금에다 배당주에서 조금씩 나온 돈이면 1년에 한두 번 여행 경비는 충분하다. 어차피 호화 여행은 아니니까.
아이 둘은 장성해 자기들 앞가림을 한다. 딱히 물려줄 것도 없지만, 그럴 생각도 없다. 실컷 쓰다가 혹시 남으면 나눠 가지라는 게 우리 생각이다.
스페인에서 돌아온 지 고작 일주일, 벌써 다음 짐 쌀 궁리에 바쁘다. 내년 계획은 이미 세웠다. 이번엔 ‘각자 여행’에 도전한다. 선호하는 나라를 따로 갔다가 태국에서 만나 겨울을 나기로 했다. 난 친구들과 스위스 트레킹코스 ‘투르 드 몽블랑’을 가려 한다. 아내는 예쁘기로 소문난 남프랑스 일대를 돌 계획이다.
인생 여행지 찾기 열 가지 자문해 보세요
은퇴자의 해외 한 달 살기. 어디를 갈지 정하려면 몇 가지 체크 포인트에 스스로 답해 보자. 혼자 갈 건지 부부가 함께 갈 건지, 도시가 좋은지 자연이 좋은지, 볼거리가 먼저인지 맛집이 우선인지 등이 질문이다. 걷는 걸 싫어하는데 유럽으로 가면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 어지간한 볼거리는 걸어 다니는 코스인 데다 길이 좁아 차량 통행이 불가능한 곳도 많아서다.
돈·건강·결단력 삼박자 맞아야
해외여행이 본격화한 1990년대를 지나 2000년대에 자유여행 붐이 일었다. 배낭 하나 메고 계산 없이 떠나는 게 유행이었다. 이후 한 달 살기가 새로운 여행 트렌드로 떠올랐다. 유행이라고 해도 주로 젊은 층의 취미였고, 영어 공부할 겸 방학 때 하와이나 필리핀 등으로 떠나는 가족이 많았다. 50~60대가 해외에 장기 체류하는 경우는 동남아 골프 여행 정도였다.

한 달 살기 열풍을 되살린 주역은 은퇴족이다. 은퇴 후 해외로 떠나는 게 요즘 필수 코스가 됐다. 지난 7월 미얀마에서 한 달을 살다 온 권모(58)씨의 설명.
" 70~80세가 된 은퇴 선배들과 최근 은퇴한 세대는 또 달라요. 선배들이 해외에서 살아볼 생각을 못 해 본 세대라면, 요즘 60세 정도면 해외여행 경험도 많고 생각도 젊거든요. 어차피 은퇴하면 시간이 많은데 다녀온 사람들이 ‘너무 좋더라’고 하니 마음이 동하는 거죠. "
하지만 60대의 장기 여행은 간단치 않다. 돈∙건강∙결단력 삼박자가 맞아야 한다. 세 가지가 준비됐더라도 또 다른 장벽이 있다. 예전부터 일부 여행사가 한 달 살기 상품을 내놓은 적이 있지만, 흥행에 실패했다. 고객별로 원하는 일정이나 숙소 등이 천차만별이어서 묶음 상품을 만들기 어려웠다.
“이건 싫어” 단점으로 걸러보는 여행지
여행 상품이 없다는 건 여행자가 스스로 모든 걸 정해야 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은퇴자의 상당수는 해외여행을 직접 설계해 보지 않았다. 여행 일정은커녕 비행기 티켓조차 예약해 본 적이 없는 사람도 많다. 세세하게 알아봐 줄 자녀가 있으면 좋겠지만 “위험하지 않겠느냐”고 걱정만 할까 봐 말 꺼내기도 조심스럽다. 그래서 자신에게 맞는 곳을 고르는 방법을 소개한다.
실전 노하우① 여행이냐 휴식이냐
은퇴 후 한 달 살기의 핵심은 여유. 새벽같이 일어나 관광지를 돌다 유명한 맛집에서 밥 먹고 돌아와 잔다면 관광이지 살기가 아니다. 아무런 목표 없이 숙소에만 머무르는 것도 성에 차지 않는다. 조 전 PD는 해외 한 달 살기를 할 때 “하루에 딱 한 가지만 하자고 생각한다”고 귀띔했다.
" 한 달 살기란 말에 힌트가 있어요. 5일 여행이라면 조급한 게 당연하죠. 이것도 보고 저것도 보고 해야 충족이 될 테고 하루가 아까우니까요. 그런데 한 달 치 일정을 여행사보다 더 섬세하게 짜놓을 필요가 있을까요? 조금만 틀어져도 답답해하거나 짜증을 낸다면 그 여행이 즐거울 수 없잖아요. 한 달 살기를 할 때는 하루에 딱 한 가지만 목표로 둡니다. 그게 무엇이든. "
일단 여행과 휴식 중 무게중심을 어디에 둘지 정해야 한다. 예컨대 필리핀 클락에서 한 달 내내 골프만 치다 오는 경우도 있고, 호주 케언스까지 가서 낚시만 하는 은퇴자도 있다. 반면에 이런 걸 절대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사람도 있는데, 돌아다니는 여행을 중시하는 경우다.

둘 다 할 수는 없을까? 가능하다. 말레이시아 조호바루가 대표적이다. 한 달 80만원 수준인 저렴한 숙박비가 최대 장점인데, 음식∙골프 같은 생활물가도 다른 동남아 지역보다 싼 편이다. 이런 생활이 지루해질 때쯤 가볍게 국경을 건너 싱가포르 관광을 하면 된다.
(계속)
항공권과 숙소는 또 어떻게 해결할까요? 해외 한달살기 실전 노하우가 이어집니다.
또 여행자들이 꼽은 해외 한달살기 성지 베스트 10곳도 알려드립니다. 아래 링크를 통해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95319
황금 노년을 위한 꿀팁, 여기 다 모았습니다!
밥 훔쳐먹다 퇴학당한 소년, 23개국 도는 황금노년 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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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같이 붓고 1.5억 더 번다, 노후 해외여행 달린 이 계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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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60은 무조건 배당금이다, 은퇴 전 사야 할 ‘연 12% ET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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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하고 ‘노추’ 될 겁니까? 자식에 이 돈은 꼭 받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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