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농업 4법과 국회증언법, 거부권 행사 불가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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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곡법 등 재정 부담 막대…자신들 집권 땐 반대
민생·‘먹사니즘’ 내세우며 기업 뒷다리는 왜 잡나
양곡관리법 등 농업 4법과 국회증언감정법 등 6개 쟁점 법안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시한인 21일을 앞두고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막판까지 고심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이들 법안에 대한 정부의 거부권 행사를 건의했고, 더불어민주당은 거부권이 행사되면 탄핵도 불사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일촉즉발의 대통령 탄핵 정국을 맞아 선량한 관리자의 역할을 맡아야 하는 한 권한대행으로선 여야 정치권의 요구 모두 외면하기 힘든 측면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농업 4법을 비롯한 쟁점 법안의 거부권 행사가 불가피하다고 생각한다.
농업 4법은 시장원리에 반할 뿐만 아니라 농민에게 과도하게 특혜를 줘 나라 재정에 부담을 주는 법이다. 양곡관리법은 쌀값이 평년 가격보다 급격하게 떨어질 경우 정부가 남는 쌀을 강제로 매입하도록 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농민의 쌀 생산에 강력한 인센티브를 주게 돼 쌀 공급과잉이 더 심해질 우려가 크다. 남는 쌀 매입에 매년 1조원이 들어가니 재정 낭비도 심각하다. 스마트 농업 등 미래 농업 발전에 들어갈 예산이 엉뚱한 곳에 허비되는 셈이다. 민주당 정부 때도 같은 이유로 양곡관리법 개정에 반대했었다.
다른 법도 문제가 많다. 농수산물가격안정법은 쌀 외에 다른 농작물 가격이 기준가격 밑으로 떨어지면 차액을 보상하는 내용이다. 농민에게 수급 조절 의무를 지우지 않고 가격 보장만 하면 농사짓기 편하고 보장 수준이 높은 품목으로 생산이 몰려 재정이 과도하게 들어가는 악순환이 벌어질 것이다. 생산을 왜곡하는 가격 지지 중심에서 농가소득 안정 중심으로 개편되는 세계적 농정 추세에도 역행한다. 재해를 당해 농사를 망치면 해당 작물을 기르는 데 들어간 비용 일체를 정부가 보상하는 농어업재해대책법은 재정 부담을 가늠하기 힘들 뿐만 아니라 다른 산업과의 형평성에도 어긋난다. 재해 보상 시 보험료 할증을 금지한 농어업재해보험법은 위험에 비례해 보험료를 정하는 보험의 기본 원칙을 저버렸다는 지적을 받는다.
국회증언감정법은 국정감사나 국정조사가 아닌 안건 심사와 청문회 등에도 증인·참고인을 부를 수 있고, 국회가 개인정보나 영업 비밀까지 요구할 수 있게 했다. 안 그래도 수시로 국회에 불려다니는 기업인을 더 힘들게 하는 건 물론, 기업 영업 비밀까지 침해할 수 있다. 외국인의 국내 투자에 걸림돌이 될 수 있는 문제다.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도 모자랄 판에 민생과 ‘먹사니즘’을 내세우는 야당이 기업 뒷다리나 잡고 있다. 예산안의 본회의 자동부의를 막으면 국회의 예산안 늦장 처리를 가속화할 것이다. 민주당이 여당이라면 이렇게까지 하지 않았을 것이다. 민주당이 좀 더 책임 있는 정당의 모습을 보여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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