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응원봉' 무슨 의미? 청년에게 물어봤다

윤성효 2024. 12. 18. 17:03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윤석열 탄핵 집회 원동력... "선곡 요청·질문 세례, 이렇게 적극적 참가자들 처음"

[윤성효 기자]

▲ 윤석열 탄핵 투표 가결, 꺼지지 않는 응원봉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 주최로 지난 1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에서 열린 '내란수괴 윤석열 즉각 탄핵 범국민 촛불 대행진'에서 시민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표결에서 탄핵 투표가 가결된 뒤 응원봉을 흔들며 노래를 합창하고 있다.
ⓒ 이정민
"비상계엄령 있기 전 거리에서 윤석열 퇴진 국민투표를 받았다. 나이 드신 분들보다 청소년, 청년들의 참여가 뜨거웠다. 투표권이 없는 청소년들은 '나는 안 뽑았지만 국민투표를 해야 한다'라고 했다. 그러다가 비상계엄이 선포되면서 젊은이들의 분노가 시위로 폭발했던 것 같다."

12.3 윤석열 내란 사태 이후부터 14일 국회 탄핵소추안 가결까지 매일 저녁 창원시청 광장에서 열린 '윤석열 퇴진 집회' 사회를 맡았던 김인애 경남청년유니온 위원장이 한 말이다. 10대, 20대, 30대가 그것도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아이돌 가수의 응원봉을 들고 집회에 나오자 각계각층의 관심이 쏟아졌다.

김 위원장은 "이전에 시위집회 참여자들은 그렇지 않는데 이번에는 너무나 많이 달랐다. 참가자들이 엄청 적극적이었고, 주도적으로 나섰다. 질문을 너무 많이 받았던 것 같고, 집회를 마치고 나면 참여했던 청년들이 여러 아이디어를 제안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가령 '아이돌 누가 명하노니' 하는 대사를 넣어 달라는 주문을 집회 참여했던 청년들이 했다. 신청곡도 많았고, 자기가 좋아하는 가수의 노래를 해주었으면 좋겠다고 했지만 집회 분위기에 맞지 않겠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라며 "참여자들과 소통하면서 만든 집회였다. 구호도 처음에는 너무 어렵다고 쉽게 해달라는 요청도 있었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번 집회 때 보면 아이돌 가수 팬들의 공동체 문화가 살아났던 것 같다. 노동조합에서 조합원들을 위해 김밥 등 먹을거리를 준비했던 것처럼, 팬들이 서로 연락해서 집회에 가자 하고, 서로 먹을거리를 싸와서 나눠 먹는 팬 공동체 문화가 나타났다"라고 했다.

"가족들도 못 만지게 하는 소중한 응원봉, 그것을 들고 나왔다는 건..."
 ‘내란수괴 윤석열 즉각 탄핵 시민촛불’ 집회가 지난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앞에서 열린 가운데 가수 응원봉을 든 시민들이 많이 참여하고 있다.
ⓒ 권우성
윤석열퇴진경남지역대학생시국모임 이주화 학생(국립창원대)은 "이전 집회에는 발언자와 공연 형식이 항상 비슷하고 큰 변화가 없이 민중가요 위주의 노래에다 고정화돼 있는 분위기였다"라며 "그런데 이번에는 완전 달랐다"라고 평가했다.

그는 "참여자들의 연령대가 10대 참가부터 많아졌고 민중가요보다는 대중가요를 선호하고 전형화된 집회의 틀을 많이 깬, 새로운 집회의 탄생이 아니었나 싶다"라며 "이번 촛불집회를 겪고 역사는 나날이 진보한다는 것임이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라고 했다.

집회 참석뿐만 아니라 대학 게시판과 국민의힘 국회의원 사무실 앞에 대자보를 붙이는 활동을 벌였던 윤석열퇴진하면사라질동아리(윤퇴사동)의 김지현 대표(대학 4년)는 "특히 10대, 20년 여성들이 응원봉을 들고 나왔다. 비상계엄령이 있기 이전에 한 여자대학에서 시위가 크게 있었다. 그것을 본 젊은 여성들이 같이 분노했고, 그러다가 비상계엄령이 발표되면서 그것이 표출이 됐다고 본다. 여성들이 연대해서 싸우면 된다는 걸 알았다. 국민들이 원하지 않았던 비상계엄에 목소리를 내면 대통령 탄핵까지 할 수 있다는 생각에 거리로 나온 것"이라고 했다.

응원봉에 대해 김 대표는 "아이돌 가수 팬인 친구들이 많다. 응원봉은 우리 입장에서 비싸고 엄청 소중하게 다루는 귀중품이다. 그런 귀중품에 '탄핵'이라는 글자를 새겼다는 것은, 그만큼 윤석열 탄핵을 아주 중요한 일로 여긴다는 마음의 표출이었다"라고 해석했다.

창원시청 광장에서 열린 탄핵집회에 줄곧 참석했던 김서진 대학생(4년)은 "시위 방식이 바뀐 걸 보면서 새로웠다. 이전 시위에서는 아이돌 가수의 응원봉을 들고 온다는 걸 한번도 생각할 수 없었다"라고 했다.

"10대, 20대, 30대 특히 여성들이 응원봉을 들고 거리로 나왔다는 게 중요하다. 자기가 좋아하는 가수의 응원봉은 개인이 가장 아끼는 소장품이다. 집에 고이 모셔 놓고 가족들도 함부로 만지지 못하게 한다. 만지다가 조금 흠이 생겨도 안되는 귀중품이다. 그런 응원봉을 들고 나섰다는 것은 윤석열에 대한 분노가 높았다는 걸 증명한다. 가장 소중한 걸 들고 거리로 나올 만큼 윤석열 탄핵을 열망했던 것이다."

김씨는 "이전에도 가끔 집회에 가봤다. 민중가요만 틀어주었다고 생각된다"라며 "그런데 아이돌 가수의 노래는 상업적으로 여겨져 틀면 안 된다는 생각이 무의식 중에 있었다고 본다"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이번에는 완전히 달랐다. 아이돌 가수 음악 중심의 집회였다.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 같은 노래가 시위 참여자들의 마음을 울리며 좋은 반응을 얻었다"라며 "세대와 성별을 불문하고 다 같이 부르고, 거기다가 민중가요도 같이 배워 부르고 했다. 세대와 성별을 넘어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이었다"라고 말했다.

이런 시위 방식은 외국인들의 관심도 끌었다. 동남아시아 여러 나라에 무역업을 하고 있는 전아무개(52)씨는 "대통령의 비상계엄령으로 인해 누구보다 무역하는 사람들이 힘들었다. 환율이 갑자기 올라 감당할 수 없었고, 계속해서 오르는 환율 때문에 환전이 되지 않아 송금을 못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라며 "무역도 나라가 안정이 돼야 하는데, 비상계엄이 되니까 외국 바이어들이 한국에 대해 믿을 수 없다며 불안해 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시민들이 거리로 나오고 더군다나 응원봉을 들고 케이팝을 부르거나 춤을 추면서 민주주의를 지켜내고 있는 것에 외국에서도 관심이 높다. 대통령이 떨어뜨려 놓은 국격을 시민들이 되살려 내고 있는 것에 세계가 감동하고 있다"라며 "또 그 많은 시민들이 집회를 벌였는데 폭력이나 안전사고 하나 나지 않고 쓰레기도 치웠다는 사실에 놀라고 있다. 외국 교민들도 처음에는 걱정을 많이 했는데 케이민주주의를 보면서 안심한다"라고 했다.

집회 참석한 교수들 "분위기는 축제, 분노는 확실"
 윤석열즉각퇴진비상경남행동, 12일 저녁 창원시청 광장 “내란수괴 윤석열 탄핵 창원시민대회”
ⓒ 윤성효
인제대학교 교수평의회 의장인 김종원 교수는 "1980년대 학번으로, 그때는 집회시위가 굉장히 장엄했다. 워낙 폭압적 상황이 많았고 집회에 나가서 다치기도 했다. 경찰도 다치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때는 이번처럼 웃음이 있는 집회시위 문화가 아니었다"라고 회상했다.

이번 탄핵집회 때 여의도에 다녀왔다고 한 김 교수는 "분위기가 너무 좋았다. 흔히 말하는 민주주의가 위협받는 상황에서도 젊은이들이 축제 분위기로 밝게 만들었다"라며 "그런 측면에서 보면 우리 사회가 많이 성숙한 것 같다. 일부 40년, 50년 전의 사고에 물들 수 있는데 청년들은 아주 쉽게 극복할 것 같다. '민주주의가 어렵다'거나 '민주주의는 피를 먹고 자라는 나무'라는 이야기도 있지만, 일상생활에서 즐기면서 당연히 누려야 하는 권리를 찾기 위해 거리에 나온 것이다"라고 했다.

교수 시국선언을 이끌었던 그는 "시국선언 뒤 학생들이 감동을 받은 것 같다. 커피나 과자를 사들고 오는 학생도 있었고 감동 받았다며 손글씨를 써온 학생도 있었다"라며 "학내에서 학생들이 손팻말을 들고 시위를 벌이기도 했는데 학생 시국선언으로 이어 지지 못한 아쉬움은 있다"라고 했다.

유진상 국립창원대 교수는 "이번 시위집회가 한마디로 참신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국회 탄핵가결 되기 전에 서울에 가서도 보고, 다음 날 광주 금남로에서 열린 집회에 참석했다. 신명난 집회를 하더라"라며 "영남권 교수로 발언을 하려고 갔던 것인데, 젊은이들이 춤을 추고 발언하고 노래 부르는 모습에 제가 발언할 틈이 없을 정도였다"라고 했다.

유 교수는 "이번 집회시위는 교수 대표나 노동자 대표가 한 마디씩 하는 문화였는데 이번에는 완전히 달랐다. 젊은이들이 만든 분위기가 국회 탄핵가결의 원동력이었다고 본다"라며 "거리 음악도 재미있고 집회 참가자들의 집중도도 엄청 높았다. 심지어 여고생들이 시위에 나오는데 재미가 있으니까 그랬던 것이다. 청년들이 자기 권리가 침탈되는 것에 대해 확실하게 분노를 나타냈다"라고 했다.

교수·직원·학생의 비상시국대회를 함께 했던 전국국공립대학교수노동조합 경상국립대지회장인 장시광 교수는 "20·30 여성들이 많이 참여했다. 이전 시위에서는 상상할 수 없었던, 축제 분위기였다. 응원봉을 들고 나오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랬다. 마치 축제, 콘서트 분위기 축제가 인상 깊었다"라고 했다.

장 교수는 "집회시위가 자칫 폭력적으로 흐를 수 있는데, 이번에는 아주 평화적으로 이루어졌다"라며 "집회에 참여하면 어르신들은 걱정을 하기도 하는데, 젊은층이 많이 참여해서 그런지 전혀 그럴 필요가 없고, 안도감 뿐만 아니라 기대감이 많이 생긴 집회였다"라고 했다.

최상한 경상국립대 교수(행정학)는 "처음으로 민주주의와 광장, 세대의 전면 교체였다. 20~30 여성들이 많이 나오고 응원봉을 들고 탄핵에 관해서 열광을 보내는 이유가 무엇일까에 대해 다들 생각을 많이 했을 것이다"라며 "세월호와 이태원 참사를 다 목격한 세대이고, 특히 세월호 참사를 보면서 국가가 자기들을 위해 지키는 게 아무 것도 없다는 걸 느끼고 있었던 세대다"라고 했다.

"국가와 대통령이 잘못했을 때, 팬 그룹들이 광장을 형성하는 문화를 이뤘다. 20·30 여성들은 남성에 비해 경쟁력이 약하고 사회적으로 대우가 열악한 상황에서 국가가 해주는 것이 없다 보니 결혼 적령기가 되어도 결혼을 못하고, 결혼해도 아이를 낳지 못하는 사회가 되다 보니, 그런 젊은세대들이 절망감과 불안감으로 있다가 국가나 대통령이 잘못하면서 분출구로서 폭발한 것이고, 그러면서도 질서정연하게 이끌고 가는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줬다."

시민사회 원로도 "처음 보는 시위 문화, 진짜 놀랐다"
 윤석열즉각퇴진비상경남행동, 12일 저녁 창원시청 광장 “내란수괴 윤석열 탄핵 창원시민대회”
ⓒ 윤성효
이병하 윤석열즉각퇴진 사회대개혁 경남비상행동 대표는 "이번까지는 한반도 생각하지 못했던 시위문화였다"라며 "우리 사회의 소통구조가 국가, 거대 언론 위주로 흘렀는데 이번에는 전혀 다른 문화를 보여줬다"라고 짚었다.

이 대표는 "이번에는 휴대전화기와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한 다양한 홍보매체가 큰 역할을 했다고 본다. 제한되어 있던 정보가 휴대전화기를 통해 다양하게 국민들에게 전해진 것이다. 인터넷 뉴스와 유튜브, 사회관계망서비스가 큰 역할을 했다"라고 했다.

"이전에는 단체에서 조직하거나 학습을 통해 전달이 되었지만, 지금은 다양한 방식으로 소통이 됐다. 이전에는 아무도 생각을 못했던 응원봉이 거리로 나왔다. 일률적으로 조직된 게 아니라 개인성을 나타낸 것이고, 그것을 통해 민주와 자유를 눈 앞에서 봤다. 진짜 놀랐다."

김영만 열린사회희망연대 고문은 "상당히 고무적인 시위였다. 이전에는 생각하지도 못했다. 기존에 해왔던 촛불집회가 생각보다 답보 상태였다고 본다. 그런데 이번에 느닷없이 10대, 20대가 거리로 나오고 자신들이 아끼는 응원봉을 들고 나오는 모습은 사실 큰 충격을 받을 정도였다. 세상이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밑에서 많이 변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던 것"이라고 했다.

김 고문은 "젊은 세대가 나서서 중심적인 활동을 할 때 쉽게 바꿀 수 있다는 걸 보여주었다. 사실 1960년에 일어났던 3.15의거와 4.19혁명도 고등학생과 대학생들이 중심이 돼 바꿨다. 이번에는 응원 문화가 바뀌었다는 것"이라며 "젊은이들이 나서면 정치 지형도 많이 바꿀 수 있고, 그럴 가능성이 높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상당히 고무적이고 희망적이다. 앞으로 정치적 영향도 많이 미칠 것 같다"라고 내다봤다.

윤석열즉각퇴진 사회대개혁 경남비상행동은 국회에서 가결된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헌법재판소에서 인용될 때까지 매주 토요일 오후 5시 창원시청 광장에서 집회를 연다.

진주에서는 매주 토요일 오후 4시 차없는거리에서 집회에 이어 거리행진, 거제에서 토요일 오후 5시 시민대회에 이어 거리행진, 사천에서는 매주 목요일 오후 6시 사천읍 우리은행 앞에서 시국대회, 산청에서는 월·화·목·금요일 오후 5시 신안면사무소 앞에서 집회와 수요일 산청읍에서 군민대회, 합천에서는 수요일 저녁 군청광장에서 선전전을 벌인다.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