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내수한파]ⓛ라면도 사치…수출 인공호흡 식품사 "최악의 불경기"

임온유 2024. 12. 18.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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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푸드 고공행진 주요 식품기업
3분기 내수매출 뒷걸음…수익성 악화
대표 불황형 소비제품 소주만 팔렸다

"최근 10년이내 최악입니다"

국내 대형 식품회사 최고경영자(CEO)는 올해 하반기 체감한 내수 경기에 대해 이같이 평가했다. 최근 수년간 고물가·고금리가 이어지면서 얄팍해진 통장 탓에 소비자들이 먹거리 지출까지 줄였다는 것이다. 이 CEO는 "경기침체가 이어지는 가운데 탄핵정국으로 수출까지 타격을 입으면 결국 다시 내수가 어려워지는 악순환이 반복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국내 주요 식품사들이 올해 하반기 내수 침체에 발목이 잡혔다. 글로벌 시장에서 'K-푸드'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외형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해외 수출 실적을 걷어내자 위기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라면과 스낵, 음료 등 품목을 가리지않고 줄줄이 실적이 뒷걸음이다. 경기 부진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로 시작된 탄핵정국까지 덮치면서 내년에도 반등을 기대하기 어려워진 식품업계는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18일 아시아경제가CJ제일제당과농심, 하이트진로, 롯데칠성음료, 교촌에프앤비등 업종별 시장을 주도하는 식품사 내수 실적을 분석한 결과 대부분 기업이 2019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이어지던 성장세는 올해 3분기부터 내리막으로 돌아섰다.

비비고 만두부터 라면까지 …고꾸라진 내수 매출

대표적인 기업이 국내 최대 식품사인 CJ제일제당이다. 이 회사의 IR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내수 식품사업 매출이 1조5690억원으로, 전년동기(1조6708억원) 대비 6% 감소했다. CJ제일제당은 즉석밥인 '햇반'과 '비비고 만두'가 스테디셀러로 자리매김하면서 최근 수년간 매출 성장세를 보였지만, 지난해부터 소폭(-0.76%) 줄기 시작한 뒤 올해 3분기 가파른 감소폭을 기록했다.

CJ제일제당은 2022년 하반기부터 납품가 갈등을 빚은 국내 최대 e커머스 플랫폼 쿠팡과 거래가 중단된 뒤 비교적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양사는 올해 8월부터 거래를 재개했는데, 이 실적이 반영된 3분기는 매출 감소폭이 더 컸던 것이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해외 시장 성장에도 불구하고 내수 소비 부진과 원가 부담으로 국내 식품 사업에서 차질을 빚었다"고 설명했다.

'신라면'과 '새우깡'으로 국내 라면과 스낵 시장을 주도하는 농심도 마찬가지다. 농심에서 매출 비중이 가장 큰 라면의 경우 올해 3분기 매출이 3892억원으로 1년 전(3934억원)보다 1.1% 감소했다. 라면은 대표적인 불황형 상품으로, 경기침체 시기 오히려 더 잘 팔리는 제품인데 라면마저 성장세가 한풀 꺾인 것이다.

스낵 매출 감소 폭은 더욱 컸다. 3분기 스낵 매출은 1039억원으로 전년 동기 1112억원 대비 6.6%나 감소했다. 농심 관계자는 "경기 둔화 영향으로 전체 내수 시장 규모가 축소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전 세계적적인 K푸드 열풍을 주도한 삼양식품도 불닭볶음면의 수요가 급증하며 지난해까지 내수 매출도 성장했지만, 올해 3분기 쪼그라든 성적표를 받았다. 삼양식품은 올해 3분기까지 누적 라면 매출액이 206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기간(2389억원)보다 10%나 빠졌다.

가격 인상도 막지 못한 수익성

매출 감소보다 심각한 것은 수익성 악화다. 농심에서 내수와 유럽, 동남아 등 일부 수출을 맡고 있는 (주)농심의 실적을 분석한 결과 올해 3분기 누적 기준 영업이익은 726억원으로 전년(1014억원)보다 28.4% 감소했다. 열악한 환경에서 소비자의 지갑을 열기 위해 치열한 마케팅 경쟁을 벌인 결과다. 농심 관계자는 "내수시장 침체에 대응한 판촉비가 증가한 영향으로 영업이익이 감소했다"고 말했다.

음료 시장의 경우 가격 인상마저 매출 하락을 막지 못했다. 롯데칠성음료의 경우 올해 3분기 누적 기준 내수 매출이 1조9682억원으로, 1년 전 1조9684억원에서 소폭 하락했다. 롯데칠성은 지난 6월1일부터 칠성사이다와 펩시콜라, 게토레이, 핫식스, 델몬트 주스 등 6개 음료 품목 출고가를 평균 6.9% 인상했는데, 이를 고려하면 가격 인상을 통한 매출 방어에 실패한 것이다.

실제로 롯데칠성은 음료 내수 판매 수량이 뚜렷한 감소세다. 롯데칠성의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탄산음료의 경우 지난해 3분기 7777억1000케이스 판매됐지만, 올해 3분기에는 7743억8000케이스에 그쳤다. 케이스는 제품 낱개 단위가 아닌 박스 단위로 제품, 용량마다 수량이 다르다.

같은 기간 커피 판매량 역시 2377억6000케이스에서 2325억7000케이스로 줄었고, 주스 역시 984억6000케이스에서 941억9000케이스로 감소했다.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 “내수 소비경기 둔화와 긴 장마, 설탕이나 오렌지와 같은 원재료비 증가와 사업경비 부담이 지속되는 상황 속에서 탄산, 커피, 생수, 주스 카테고리에서 대부분 매출과 영업이익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경기침체의 직격탄을 맞은 외식 부문은 그나마 가격을 올려 매출을 방어했지만, 영업이익 악화까지 막을 순 없었다. 교촌치킨을 운영하는 교촌에프앤비의 경우 올해 3분기까지 누적 매출 3289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3101억원에서 6.1% 증가했다. 하지만 누적 영업이익은 97억원으로 전년 177억원에서 45% 넘게 감소했다. 가맹지역본부 직영전환 여파로 일회성 비용이 크게 증가한 영향이 있지만, 불황 속 치열해진 치킨 경쟁에 마케팅 비용이 증가한 여파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불황형 소비 확산…'소주' 매출

반면, 대표적인 불황형 소비 제품은 매출이 소폭 늘었다. 소주를 주력으로 생산하는 하이트진로는 올해 3분기까지 누적 매출 1조7823억원을 달성, 전년(1조7097억원) 대비 4.3% 증가했다. 하이트진로 소주의 내수 매출은 올해 3분기 누적 9710억원을 기록, 1년전(9145억원)보다 6.18% 성장했다. 이 기간 맥주의 내수 매출도 6052억원에서 6232억원으로 뛰었다. 롯데칠성의 경우 소주(2545억원→ 2712억원)와 맥주(600억원→677억원)가 각각 매출이 증가했다.

담배 내수 매출은 사실상 제자리였다. KT&G는 올해 3분기 누적 내수매출이 1조672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기간 1조6668억원에서 소폭 늘어는데 그쳤다.

임온유 기자 io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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