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탄핵 시계와 경제위기 시계는 같이 간다
시간은 금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 기사 주요 내용은 1분 30초면 다 읽을 수 있습니다. 오마이뉴스 경제부와 함께 하는 오늘의 경제뉴스 다섯 가지. <편집자말>
[김종철 기자]
▲ 윤석열 대통령 탄핵사건 심리를 시작한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16일 경찰이 정문앞에 바리케이드를 설치하고 경비를 서고 있다. |
ⓒ 권우성 |
게다가 이전 탄핵심판에 비해 사유 자체가 단일하고, 법리 역시 명백한 점, 내란 현장이 고스란히 생중계되면서 탄핵 증거 역시 차고 넘친다는 겁니다. 하지만 윤 대통령쪽에선 '고도의 통치행위'라는 주장을 펴면서, '끝까지 간다'는 분위기입니다. 이는 강력한 차기 대권 후보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활용하겠다는 정치공학적 셈법이 깔려있습니다. 한 순간에 전 국민을 불안과 고통으로 내몰고, 국가 이미지와 나라 경제를 추락시킨 것에 대한 최소한의 염치도 없는 태도입니다. 헌법의 최후 보루인 헌재가 단호하게 대처해야 하는 이유죠.
무엇보다 현재의 경제상황이 너무 불안합니다.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됐더라도, 헌재의 시간은 여전히 '리더십 공백'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계엄 선포 전날인 2일까지 대통령은 '파산에 내몰리는' 소상공인들에게 "저를 믿으시라"라고 이야기했습니다. 내수 부진에 수많은 자영업자들이 가게 문을 닫는 와중에, 대통령은 불법 계엄을 선포하고 내란을 획책한 겁니다. 지난 주말 여의도 집회에 나섰던 자영업자는 기자에게 "이래도 문 닫고, 저래도 문 닫게 생겼는데…"라며 "평생 가게 하나로 먹고 살던 사람들까지 사기꾼 한 사람에게 놀아난 기분"이라고 말했습니다.
그의 거친 표현에는 '신뢰의 붕괴'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한국은행이 15일 내놓은 '비상계엄 이후 금융경제 영향 평가' 보고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과거 두 차례 탄핵 국면의 정치적 불확실성에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었다고 합니다. 경제시스템이 정치 상황과 분리되어 정상적으로 작동한다는 신뢰가 유지 되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이번엔 그 '신뢰'가 사라졌습니다.
게다가 탄핵정국을 둘러싼 대내외 경제 환경도 좋지 않습니다. 올해 내내 부진했던 내수 경기는 침체 국면으로 들어섰고, 각종 송년회 등 '연말 특수'는 비상계엄 사태로 사실상 사라졌습니다. 원/달러 환율이 치 솟으면서 물가를 다시 자극하고, 기업들은 사업계획을 다시 짜고 있습니다. 일부 재벌 대기업마저 '부도설'에 휘말리면서, 기업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습니다. 미래에 대한 불안과 불확실성은 투자를 미루게 합니다.
또 당장 내년 1월에 출범하는 트럼프 2기 행정부에 마땅히 대응도 못하고 있습니다. 이미 트럼프발 관세 폭탄에 따른 무역전쟁이 예고돼 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전후로 외교경제 당국 접촉을 비롯해 정상회담 등을 준비해야 하지만, 잘 보이지 않습니다. 경제외교 리더십 역시 사실상 공백 상태입니다. 일부 대기업은 아예 '각자 도생'으로, 트럼프 행정부 인사접촉에 나설 정도입니다.
이 때문에 경제시스템의 안정성을 하루빨리 회복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1% 대 저성장, 내수침체, 트럼프발 불안한 대외환경에 적극 대응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차기 정부는 정말 심각한 경제위기 상황을 맞게 될 겁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추가경정예산 편성 논의와 함께 여야정 국정안정협의체 구성을 제안한 것은 그나마 다행입니다.
한국은행의 보고서 결론은 이렇습니다.
"이번 사태의 경우 경제정책이 정치상황과 분리되어 추진되고, 경제시스템이 여야정 합의로 운영된다는 신뢰가 유지될 경우,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기대됨. 추경 등 주요 경제정책을 조속히 여야가 합의해서 추진함으로써, 대외에 우리 경제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한다는 모습을 가급적 빨리 보여줄 필요가 있음. 향후 정치 상황 전개 과정에서 갈등 기간이 과거보다 길어질 경우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확대될 수 있음."
'신뢰' 와 '여야정 합의', 그리고 '가급적 빨리 경제시스템의 정상적 작동'… 경제 위기의 시계는 헌재의 탄핵 시계와 같이 가고 있습니다.
▲ 윤석열 탄핵 투표 가결, 기뻐하는 시민들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 주최로 1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에서 열린 '내란수괴 윤석열 즉각 탄핵 범국민 촛불 대행진'에서 시민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표결에서 탄핵 투표가 가결되자 환호하고 있다. (포토스케이프X 활용) |
ⓒ 이정민 |
최상목 부총리겸 기획재정부장관이 국회에서 가결된 탄핵소추안 관련해 "불확실성을 해소했다"고 말했습니다. 오늘 한국은행에서 열린 아세안+3(한중일) 역내 경제협력금융안정포럼에 참석해서 한 말인데요. 그는 "한국 정치 상황에 대한 국제사회 우려를 잘 알고 있다"면서 "한국 경제시스템은 굳건하고 긴급 대응체계도 안정적으로 작동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계엄 선포 당시 국무회의에 참석한 최 장관도 탄핵 정국의 책임론에서 비껴가기는 어렵죠.
대출금을 갚지 못해 경매시장으로 넘어오는 부동산이 급증하고 있다고 합니다. 법원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11월 임의 경매 개시 결정 등기 신청 건수가 4865건으로 2021년 6월 이후 가장 많다고 합니다. 임의 경매는 부동산을 담보로 돈을 빌린 채무자가 원금이나 이자를 갚지 못 했을 때 채권자가 부동산을 경매로 넘기는 절차입니다. 대출금리를 버티지 못하고, 담보 대출로 집을 산 소위 '영끌족'이 한계에 봉착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서민들이 급한 돈을 마련하기 위해 제 2금융권인 카드사에서 빌린 돈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합니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 10월말 9개 카드사의 카드론 잔액이 42조2201억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였던 8월을 넘어섰다고 합니다. 이미 제 1금융권인 시중은행으로부터 돈을 빌리지 못하는 서민들이 2, 3금융권으로 내몰리면서, 빚에 대한 원금과 이자부담은 더 커질 것 같습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합병을 지휘한 조원태 한진그룹회장이 16일 양 회사 직원들에게 보낸 첫 담화문에서 "전 세계에서 주목하는 명실상부한 글로벌 네트워크 캐리어가 됐다"고 했습니다. 이어 "대한민국 항공산업의 미래가 달려있다는 마음으로, 막중한 책임감을 갖고 맡은 임무에 최선을 다해주시길 당부드린다"고 그는 말했습니다. 글로벌 거대 항공사가 된 만큼, 소비자를 최우선에 두는 마음을 잃지 않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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