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변호사·법학자들 "검찰, 내란사건 수사 손 떼야"

김형호 2024. 12. 16.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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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권 남용' 고리로 주요 피의자 신병확보·압수수색 논란... "검찰, 없는 수사권 만드나"

[김형호, 배동민 기자]

 박세현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 본부장(서울고검장)이 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 기자실에서 수사 관련 브리핑 중 마이크를 조정하고 있다.
ⓒ 연합뉴스
12·3 윤석열 내란 사태와 관련 '내란죄 수사권 없는' 검찰의 직접 수사를 두고 법조계와 학계를 중심으로 비판이 계속되고 있다. 검찰이 직권남용 혐의를 연결고리 삼아 주요 피의자 신병 확보·압수수색 등 내란 사건 수사에 속도를 내면서 수사 적법성 논란과 함께 중복 수사로 인한 수사 효율 저하 등에 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내란 수괴 피의자 윤석열 대통령 조사의 경우, 검찰과 경찰(엄밀히는 경찰 국가수사본부·공수처·국방부 조사본부 공조수사본부) 모두 "우리에게 수사 받으라"고 이중 출석을 요구하는 장면마저 펼쳐지자 '(내란 수괴 피의자에게) 수사기관 쇼핑 찬스를 주는 것 아니냐"는 지적마저 법조계에선 나온다.

일부 판사 "검찰, 영장 청구 관련 역할에 그쳐야... 국민, 검찰 수사에 의문"

이와 관련해 익명을 요청한 한 현직 판사는 사견임을 전제로 "나중에 재판에서 위법수사 문제 등이 생기지 않게 하려면, 검찰은 영장 청구 관련해서만 보완, 검토하는 역할에 그쳐야 한다"고 말했다. 검찰의 이 사건 직접 수사가 부적절하므로 수사에서 손을 떼는 게 바람직하다는 취지다.

이 판사는 "특검 출범 때까지는 법에 따라 공수처와 경찰 주도로 기초 수사를 하는 게 적절하다"고 덧붙였다.

검찰 수사와 관련해선 "내란죄에 관한 수사권한 문제도 있지만, 국민 입장에서 보면 검찰은 그동안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를 전혀 안 하다시피 하지 않았는가"라며 "검찰 수사 의지와 무관하게 수사 신뢰도에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오마이뉴스>가 접촉한 다른 판사들도 지난 9일 천대엽 법원행정처장(대법관) 발언을 거론하면서, 검찰 직접 수사에 대해 문제의식과 우려를 드러냈다. 피의자 신병 확보 과정에서 일부 판사가 영장을 내주고 있으나, 수사 주체의 적법성, 수집된 증거의 적법성 등을 놓고 향후 재판에서 다툼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우려다.

법원행정처장 "내란 사건, 경찰이 수사권 있다"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이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왼쪽은 박성재 법무부 장관.
ⓒ 남소연
천 처장은 앞서 지난 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해 "(내란 사건의 경우) 경찰이 수사권을 가지고 있다는 점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고 언급했다. 천 처장은 검찰을 두고는 "(내란 사건) 수사권을 가지고 있는지, 검찰청법 해석상 (수사가) 가능한지에 대해 내부적으로도 많은 논란이 있다"고 했다.

천 처장은 그러면서 "(수사 관할권은) 공소 제기 절차나 증거 능력의 적법성 문제까지 이어지기 때문에 사법부로서 아주 중요한 문제"라고 밝힌 바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소추 당시 국회 측 법률대리인단이었던 이금규 변호사(법무법인 도시)도 "공조수사본부와 검찰이 윤석열 수사를 경쟁적으로 하는 양상을 보고, 나중에 기소를 하더라도 공소권 없음 판결이 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고 <오마이뉴스>에 밝혔다.

이 변호사는 "체포영장 발부를 받기 위한 경쟁에선 검찰이 한 발 앞서가는 상황"이라며 "하지만 (저항이 있을 경우) 물리력을 동원할 수 없는 검찰이 체포영장을 집행하는 데 불리한 것은 사실이기 때문에 공조수사본부가 속도를 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변호사들 "최악의 경우 '공소권 없음' 결정 우려"

판사 출신의 장정희 변호사(법무법인 감동으로·광주지방변호사회장) 역시 "피의자들이 수사기관을 중복해 여기저기 불려 다니며 조사를 받고 있는 게 과연 정상인가"라며 "수사 창구(주체)를 조속히 단일화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장 변호사는 "검찰은 내란죄 수사권이 없지 않느냐. 검찰이 직권남용을 빌미로 주된 혐의인 내란죄를 수사하는 것은 '없는 수사권'을 검찰이 만들어버린 것"이라고 강경한 입장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누군가 수사 관련 교통정리를 해줘야 하는데 상위 기관이 없는 게 문제"라고 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 수사를 위해 대통령실 압수수색에 나선 경찰 국가수사본부(국수본) 관계자들이 11일 저녁 서울 용산 대통령실 민원실을 나서며 압수물 박스와 포렌식 장비를 옮기고 있다. 국수본은 이날 대통령실 압수수색에 나섰으나 대통령경호처가 진입을 허락하지 않으면서 일부 자료만을 임의제출 방식으로 넘겨받았다. 2024.12.11
ⓒ 연합뉴스
검찰청법에 따라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에게 수사 지휘를 함으로써 논란을 매듭지을 수 있지만, 박성재 법무부 장관이 내란 사건 연루자로 지목된 상황에서 권한 행사가 여의치 않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김정호 변호사(법무법인 이우스,전두환 회고록 민·형사 소송 피해자측 대리인)는 "논란은 검찰이 돌연 직접수사를 하면서 시작됐다"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벌써부터 주요 피의자 측은 '검찰은 직권남용죄만 수사권이 있고, 내란죄 수사권이 없다'며 문제를 제기하고 있지 않느냐"며 "지금이라도 검찰은 직접 수사에서 손을 떼야 한다"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윤 대통령 수사를 포함해 직접 수사는 경찰이 하고, 검찰은 영장 청구 등에서 수사의 통제자 내지 공소유지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거듭 밝혔다.

윤 대통령에 대한 수사기관의 '이중 출석 요구'를 두고도 김 변호사는 "윤 대통령에게 수사 협조를 거부할 명분을 주는 것 아니냐"고 우려했다.

헌법학자 "대통령에 '수사기관 쇼핑' 기회 주나"
 서울중앙지검 청사.
ⓒ 연합뉴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헌법학) 역시 "(수사기관 중복 출석 요구)의 경우 수사 협조 거부의 명분을 대통령에게 주는 것은 물론, 경우에 따라선 대통령이 원하는 곳에서 조사 받는 '수사기관 쇼핑'으로 연결될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 교수는 "영장전담 판사가 구속영장 등 영장을 검찰에 발부해주고 있으나 이는 임시적 판단에 불과하다"며 "중복 수사 문제 해결을 위해선 행정부를 통할할 권한이 있는 총리가 수사기관들을 모아놓고 합의나 조정을 이끌어내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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