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중국에 발목 잡힌 K반도체…결국 '넘버 3' 자리 뺏겼다

한국이 비상계엄과 탄핵으로 열흘 이상 혼란을 거듭하는 동안에도 글로벌 반도체 산업의 시계는 빠르게 돌아갔다. 한국 기업들과 경쟁하는 미국·대만의 반도체 기업들은 빠른 속도로 사업 영토를 넓히며 날아다니고 있다. 반도체 산업의 패러다임이 인공지능(AI) 중심으로 전환하는 시기에 자칫 한국 반도체만 뒷걸음질 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엔비디아·TSMC 다음은 여기

브로드컴은 다양한 분야의 반도체를 설계·개발(ASIC)해주는 ‘반도체 주문 제작의 달인’이다. 원래는 매출 절반 이상이 통신용 네트워크 인프라 영역에서 나왔다. 하지만 AI 가속기 시장을 거의 독점 중인 엔비디아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려는 구글·아마존·애플 같은 빅테크들이 앞다퉈 브로드컴의 손을 잡으면서 새로운 기회의 문이 열렸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브로드컴은 칩과 칩을 연결하는 기술 분야에서 압도적인 경쟁력을 갖고 있다”면서 “AI로 해당 기술이 중요해지면서 브로드컴에도 전성기가 찾아온 것”이라 말했다.

2022년 12월 삼성전자 시총의 70% 수준에 불과했던 브로드컴은 2년 만에 삼성을 추월하고 저만치 앞서갔다. 현재 브로드컴 시총은 삼성전자(13일 기준 약 335조원)의 4배에 달한다. 삼성 역시 주문형 반도체 사업과 자사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연계를 시도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AI 반도체 시대가 열렸지만 오히려 삼성의 주력 사업인 메모리 반도체 분야 리더십마저 흔들리며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다.
초격차 TSMC·추격하는 인텔

수장을 잃고 휘청이는 인텔마저 초미세 공정에 명운을 걸고 경쟁하고 있다. 인텔의 임시 최고경영자(CEO)를 맡은 데이비드 진스너·미셸 존스턴 홀타우스는 12일(현지시간) 내년 인텔 파운드리 18A 공정(1.8나노급)에서 생산될 신형 중앙처리장치(CPU) 시제품이 고객사에 성공적으로 전달됐다고 밝혔다. 인텔은 내년에 18A 공정에서 양산을 시작하겠단 계획이다. 새로운 CEO도 찾는 중이다. 블룸버그는 8일 인텔 이사회가 신임 CEO 후보 중 하나로 애플의 하드웨어 부문을 이끌고 있는 조니 스루지 수석부사장을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K반도체 50년 만에 최대 기회 왔는데

자칫 한국이 강한 AI 메모리 분야마저 해외 기업에 주도권을 뺏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 11일 미국 팹리스 마벨테크놀로지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을 불러 모아 차세대 HBM 아키텍처 개발에 나서겠다고 발표했다. 앞으로 시장이 커질 ‘맞춤형 HBM’의 개념을 정의하고 시장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미국 팹리스들이 주도권을 쥐겠다는 선언이었다. 이럴 경우 한국 메모리 업체들은 폭발적으로 커지는 AI 기술 시장에서 메모리 반도체 공급자에 머무를 가능성이 크다. 김용석 가천대 반도체대학 석좌교수는 “한국 반도체가 AI 시대 중심으로 들어가느냐, 아니면 단순 하청으로 밀려나느냐 결정짓는 중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이희권 기자 lee.heek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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