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 탄핵 표결에 '가부' 모두 표기, 고의적 무효 의심이 든다

유정렬 2024. 12. 15.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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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반대 85, 기권 3, 무효 8의 의미를 곱씹는다

[유정렬 기자]

월드컵 16강 진출을 앞두고 한일전을 응원하는 마음과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7차전을 보는 느낌 그 이상이었다. 지난 14일 오후 탄핵소추안 심의 과정을 보는 내내 긴장되고 가슴이 뛰었다. 손과 발에 땀이 났다.

찬성이 204표 나왔다는 우원식 국회의장의 선언을 듣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순간 옆에 있던 아내와 얼싸안고 탄성을 질렀다. 건강상의 이유로 직접 현장에 나가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고 미안했다.

누차 이야기했듯 12.3 윤석열 내란 사태 이후, 편하게 잠들어 본 적이 없다. 늘 긴장 상태였고 불안했다. 계엄 해제가 됐음에도 여전히 내란 수괴가 국가 최고 권력의 자리에 앉아 있는 이해할 수 없는 상황들이 지속됐다.

12월 7일 탄핵소추에 실패한 뒤로 또다시 일주일을 기다리는데 피가 말랐다. 언제 어떻게 폭주할지 모르는 윤 대통령의 존재 자체가 공포였다. 광기의 끝이 보이지 않는, 생전 처음 보는 정치인의 부류였다. 그에 대해 많은 전문가들이 나름의 분석을 내놓고 있지만, 어느 하나 속 시원하지 않다.

예측불가능성
 윤석열 대통령이 본인의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14일 서울 한남동 관저에서 가진 대국민 담화 중 인사하고 있다.
ⓒ 대통령실 제공
앞으로도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의 속내와 사고방식은 그 누구도 이해할 수 없을 것 같다. 막강한 권력을 가진, 국가의 리더라면 그가 갖춰야 할 가장 중요한 건 예측 가능성이다. 그런데 그들은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상상 이상의 위험한 행동들을 해왔다.

예측을 벗어나는 언행은 국민들에게 불안과 트라우마를 남기게 된다. 그것 자체가 인간으로서는 해서는 안 되는 영역에 가닿아있기 때문일 것이다. 바로 이런 점 때문에 수많은 국민들이 하루빨리 이 사태를 종식시키고자 하는 간절함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신뢰가 무너진 국회의원들의 인터뷰도, 윤 대통령의 담화도 믿기 어려웠다. 사실 이번 주 탄핵 소추 투표 역시 지난주만큼은 아니지만 쉽게 안심이 되지 않았다. 탄핵 소추 실패 후 여론의 뭇매를 맞은 국민의힘 안에서도 몇몇 의원들이 소신을 밝혀주었다. 그럼에도 또 입장을 바꿀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떨쳐내기 어려웠다.

간신히 '탄핵선' 넘은 찬성 204표... 나머지를 보니
▲ 의사봉 두드리는 우원식 국회의장 두 번째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14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 상정됐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이날 본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 남소연
나를 비롯한 전국의 수많은 국민들이 염원한 결과 소추안이 가결됐다. 뉴스를 보면서 기쁜 한편 실망감도 들었고 의문도 생겼다. 찬성표가 204표밖에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200표를 간신히 넘긴 것인데 지금의 분위기와 여론의 열기를 고려하면 적어도 220표 이상 나오지 않을까 예상했었는데 의외로 아슬아슬했던 것이다. 자칫 한 주 더 지옥 같은 시간을 보낼 수도 있었다.

찬성표 외의 나머지 표들의 결과를 확인해봤다. 다시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이번에는 모든 의원들이 투표에 참여했다. 총투표수는 300이었는데 반대표가 무려 85표가 나왔다. 여전히 국민의 힘은 탄핵에 반대하는 것이 주된 당론이라고 해석할 수밖에 없다.

이런 와중에 나머지 표가 더 의아했다. 기권이 3표, 무효표가 8표나 나왔다. 기권 3표는 그런대로 이해가 됐다. 마지막까지 그들이 말하는 당론과 양심 사이에서 고민하다가 기권을 한 게 아닐까 추정해본다.

그런데 무효표가 무려 8표나 나왔다는 것은 전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국회의원도 사람이니 실수할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투표를 어설프게 할 만한 사람들이 절대 아니지 않겠나. 1~2표 정도는 나올 수 있다고 치자. 그런데 현역 국회의원들이 투표를 했는데 8명이나 무효표를 행사했다는 건 전혀 이해하기 어렵다.

여야를 떠나서 윤석열이 벌인 짓은 국회와 국민 전체를 타깃으로 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 말인즉슨 그의 폭정을 멈추지 못하면 국민의힘 역시 엄청난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들이 아직 착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은데, 윤 대통령의 머릿속엔 국민도 없지만 국민의힘 당도 없음을 이제는 인정해야 한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14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에 대한 투표를 하기 위해 줄을 서 있다. 2024.12.14
ⓒ 연합뉴스
단지 정권을 넘겨주기 싫다는 이유, 권력에 집착하는 태도로 여전히 내란 수괴를 옹호한 사람들. 반대표를 던진 85명은 도대체 국가와 국민을 위하는 마음이 있기나 한 것인지 묻고 싶어진다. 그들 때문에 지난주에 탄핵에 실패해 무려 일주일의 시간을 내란 괴수가 권력을 휘두를 수 있게 되었음에도 이번 표결에서 또 반대표를 던지다니. 여론을 애써 무시하는 대가를 언젠가는 받게 될 것이다.

기권과 무효표에 대해서도 국민들의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듯하다. 기권 3표는 기표소 내에 들어가서까지 끝내 마음을 정하지 못했다고 볼 수도 있기에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은 아니다. 그런데 무효표는 다르다.

중요한 표결에서 무효표가 8표나 나온 건 무척 실망할 일이다. 14일 <중앙일보> 보도에 따르면, 감표위원으로 나선 한 의원은 무효 8표 중에서 3표는 투표용지에 기권'이라는 말을 적었다고 전했다. 기권 의사를 표할 때는 아무것도 적지 않고 빈 투표용지를 넣어야 하는데 굳이 적어서 무효표가 된 모양새다.

표결 결과, 기권표가 3표였고, 무효표 중 기권이라고 적은 표가 3표이니 총 6표의 기권이 있었다고 가정해보자. 그렇다면 나머지 5표는 '확실한 무효표'다. 이는 투표용지 상 표기에 하자가 있는 것으로 고의적 무효라고 해석 가능하다.

<중앙일보>는 감표위원을 취재해 몇몇 유형을 제시했다. 누군가는 '가부'라고 둘 다 적어버렸고, 또 다른 누군가는 '가'라고 적긴 했지만 옆에 큰 점을 추가해 무효표가 됐다.

국회의원들이 표결을 처음해봐서 그런 걸까? 아닐 가능성이 크다. 필자는 최소한 5명이 의도적으로 무효표를 만들어내기 위해 이같은 행위를 한 것으로 판단한다. 적어도 정치인으로서 찬성이든 반대든 소중한 표를 행사해야 하는데 이런 행위는 실망스러울 수밖에 없다.

국회의원은 국민들의 표를 받고 그 자리에 앉은 사람들이다. 누구보다 한 표의 무게를 깊이 알고 있을 테다. 그런 그들이 민심을 저버리고 자기 욕심 또는 감정에 따라서 무효가 되는 표를 행사했다는 게 개탄스럽다.

앞으로 국회의원답게 신중히 행동해 주기를 바란다. 탄핵소추 이후 갈 길이 아직 멀다. 지금이라도 부디 사리사욕을 버리고, 망가진 이 나라를 다시 회복시키는 데 힘써주기를 간절히 부탁한다. 당신들에게 표를 준 국민들을 떠올리라. 진짜 '국민의 힘'이 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부디 놓치지 않기를 부탁드린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얼룩소, 브런치, 페북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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