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집회 간다면, 이 민중가요 3곡은 알고 가세요

이희동 2024. 12. 14.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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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윤석열 내란 사태] 내가 뽑은 민중가요 3곡

[이희동 기자]

 ‘내란수괴 윤석열 즉각 탄핵 시민촛불’ 집회가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앞에서 열린 가운데 가수 응원봉을 든 시민들이 많이 참여하고 있다.
ⓒ 권우성
탄핵 시국이다. 사람들은 광장으로 모여들고 윤석열 탄핵을 외친다. 그러나 쉽지 않다. 날씨는 춥고 반복되는 구호는 단조로우며 그렇게 쌓인 분노만으로는 오랜 시간 자리를 지키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때 우리는 노래를 부른다. 노래를 부르면서 그 많은 사람이 하나 되어 연대감을 느끼고, 서로에게 위로와 희망을 나누며, 나의 감정을 발산하면서 잠깐이나마 피로를 잊는다. 노래가 가지고 있는 힘이다. 따라서 우리는 시위 현장에서 불리는 이 노동요를 민중가요라고 칭하기도 한다.

그런데 2024년 대한민국의 광장에서 이 민중가요가 새롭게 진화하기 시작했다. 90년대 이전 운동권만 애타게 부르던 민중가요가 2000년대 들어서면서 많은 시민의 참여를 독려하는 만큼 쉽게 만들어 불리기 시작하더니 이번에는 아예 대중가요가 광장에 울려 퍼지고 있다. MZ세대들이 시위에 대거 등장하면서 다양한 K팝이 시민의 흥을 돋우고 있는 것이다.

영원한 건 절대 없어. 결국에 넌 변했지. 이유도 없어 진심이 없어. 사랑 같은 소리 따윈 집어 쳐. 오늘 밤은 삐딱하게 - 지드래곤 '삐딱하게'

현란한 응원봉과 함께 광장에 울려 퍼지는 신나는 대중가요들. 다행스러운 건 그 속에서도 세대 간 배려가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최근 SNS를 보면 40대 이상들은 2030세대의 노래를 배우기 위해 휴대폰으로 노래를 듣기 바쁘며, 2030세대 역시 소위 '꼰대'들의 민중가요를 학습하려고 애쓰는 중이다. 노래를 통해 세대 간의 소통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자, 그럼 학생운동의 끝물을 구경만 하고, 본격적으로 촛불집회를 나갔던, 40대 후반의 시민이 꼽는 민중가요는 무엇이 있을까?

임을 위한 행진곡
 5.18 광주민중항쟁 37주년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인사들.
ⓒ 광주광역시청
개인적으로 민중가요 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노래는 역시나 '임을 위한 행진곡'이다. 1980년 광주항쟁을 잊지 않기 위해 만들어진 그 노래.

'임을 위한 행진곡'은 단순한 민중가요가 아니다. 그것은 80년 광주민주화항쟁 그 자체이며, 80년 광주를 대하는 우리의 자세이다. 우리는 1980년 광주를 통해 민주주의를 배웠으며, 지켜낼 수 있었다. 이번 12.3 비상계엄에서 계엄군이 머뭇거렸던 것도 결국은 우리 공동체가 가지고 있는 80년 광주에 대한 역사적 교훈 때문이다.

따라서 광주민주화항쟁 기념식에서 보수 인사들이 그 노래를 부르느냐 마느냐는 항상 이슈가 된다. 우리는 그것을 통해 그들의 80년 광주에 대한 시각을, 대한민국 민주주의에 대한 진정성을 알 수 있다. 그들에게 '임을 위한 행진곡'은 하나의 리트머스이다. 최소한 따라 부를 수는 있는지, 입도 뻥긋하지 않는지가 그의 민주공화국 시민으로서의 정체성이다.

이런 역사적 무게가 있기에 시위 현장에서도 '임을 위한 행진곡'은 특별하다. 듣게 되면 숙연하고 비장해지지만 동시에 위로와 용기도 얻는다. 내가 혼자가 아님을, 나의 참여가 역사적 정당성을 가지고 있음을 자신할 수 있다. 가장 많은 세대가 함께 힘차게 부르며 서로를 북돋아 줄 수 있는 민중가요. 그것이 '임을 위한 행진곡'이다.

대한민국 헌법 제1조
 촛불집회의 주제곡 '대한민국 헌법 제1조'
ⓒ 이희동
'임을 위한 행진곡'이 내가 참여하고 있는 시위에 역사성을 부여한다면, 그 시위에 참여하고 있는 나를 규정하는 민중가요는 바로 '대한민국 헌법 제1조'다. 노래는 아주 짧고 간략하다. 하지만 대한민국에서 가장 중요한 구절로 구성되어있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이 노래가 처음 등장한 것은 2008년 광우병 집회였다.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의 10년을 거치면서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정착되었다고 생각했던 그때, MB의 등장과 함께 시대는 역행하기 시작했으며, 시민들은 이에 대항하기 위해 촛불을 들고 광장으로 모였다. 소위 운동권만이 아니라 고등학생부터 주부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자 했다.

새로운 노래가 필요했다. 80년대 민중가요를 아는 사람은 얼마 없었다. 좀 더 다양하고 많은 사람을 광장으로 모으기 위해서는, 그리고 그들을 하나로 만들기 위해서는 쉽고 간결한 노래가 필요했다. '대한민국 헌법 제1조'는 바로 그런 노래였다. 지금까지도 시위에 나가면 아이들이 제일 쉽게 따라 부르는 민중가요.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
 박근혜 탄핵을 이끌어낸 세월호 참사
ⓒ 이희동
개인적으로 꼽는 마지막 민중가요는 2016년 박근혜 탄핵 때 울려 퍼졌던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다. 2016년 박근혜 탄핵은 최순실의 국정농단도 있었지만, 2014년 전 국민을 충격으로 몰아넣었던 세월호 참사도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꽃다운 나이의 아이들이 이유도 없이 죽어갔던 그 사건.

세월호 참사로 인한 트라우마는 공동체의 기저에 깔려있다가 2016년 박근혜의 탄핵이 가시화되면서 터져 나왔다. 그 아이들에 대한 미안함이, 죄책감이 사람들을 광장으로 불러내었고, 촛불을 들게 만들었다. 그리고 광장에서는 그 노래가 흐르고 있었다.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 거짓은 참을 이길 수 없다.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 우리는 포기하지 않는다.

짧고 간결하지만 영혼을 흔드는 노래. 도입부에 아이들의 목소리로 이 노래를 듣고 있노라면, 기성세대로서 죄책감을 가질 수밖에 없지만, 가사를 귀 기울여 듣다 보면 다시금 희망을 찾게 된다.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는 명제를, 거짓은 참을 이길 수 없다는 명제를 우리는 믿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의 혁명은 계속되고 있다. 광장의 민중가요는 계속해서 진화할 것이며, 우리는 그 속에서 신나게 그 노래들을 따라부르며 하나 되어 지치지 않고 투쟁해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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