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죄 수사권 없는 검찰발 받아쓰기, 괜찮습니까?
[민주언론시민연합]
▲ 박세현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 본부장(서울고검장)이 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 기자실에서 수사 관련 브리핑을 열고 있다. |
ⓒ 연합뉴스 |
그런데 검찰은 내란까지 저지른 윤석열 정권 권력의 핵심이었다. 검찰은 내란죄를 수사할 법적 근거도, 자격도 없는 것이다. 법률상 내란죄 수사권이 없는 검찰이 수사를 진행하면 기소가 되더라도 재판이 중도 종결되는 공소기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는 계속 나오고 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을 비롯한 법조계는 내란죄 수사 주체로 특검이 바람직하지만, 특검 출범 이전에는 법률이 수사권을 명시한 경찰 국가수사본부를 중심으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국방부 등이 협력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제시하고 있다.
그런데 언론은 권한 없는 검찰의 내란죄 수사를 충분히 비판하지 않고 검찰발 수사를 받아쓰거나 마치 경마식 중계하듯 검찰·경찰·공수처 수사 경쟁을 부각하는 보도로 일관하고 있다.
▲ 신문지면 ‘검찰발 수사 받아쓰기’와 ‘검·경·공수처 수사경쟁’ 보도건수(12/4~12/10) |
ⓒ 민주언론시민연합 |
▲ 방송뉴스 ‘검찰발 수사 받아쓰기’와 ‘검·경·공수처 수사경쟁’ 보도건수(12/4~12/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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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발 수사를 받아쓰기나 수사 경쟁을 강조한 보도는 신문의 경우 경향신문(17건), 한국일보·매일경제·한국경제(각 10건)에서 두드러졌다. 방송은 YTN(101건), 연합뉴스TV(81건)에서 압도적이고 KBS(56건), MBC(55건)에서도 두드러졌다.
방송뉴스의 검찰발 보도가 압도적으로 많은 것은 특보편성으로 전체 뉴스 시간이 늘어난 영향도 있지만, 실시간 속보 기능이 강한 방송매체가 검찰의 적극적 언론플레이 대상이 되었을 가능성도 있다. 초유의 내란 정국에서 MBC 뉴스데스크가 드라마를 제치고 시청률 1위를 기록할 정도로 방송뉴스에 대한 국민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보도전문채널 YTN, 연합뉴스TV는 지상파나 종편의 2~5배에 달하는 검찰발 보도량을 쏟아내고 있다.
폭발적으로 급증한 검찰발 보도에서 권한 없는 검찰의 내란죄 수사를 비판하거나 수사 과정의 문제점을 심도 있게 짚어본 기사는 찾아보기 어렵다. 한국일보는 12월 7일 사설에서 "신속하고 성역 없는 수사만이 검찰의 살길"이라며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지만 검찰에 내란죄 수사 권한이 없다는 지적은 없다. 매일경제는 12월 8일 사설에서 검찰이 내란죄의 유일한 수사 주체인 양 언급하며 '여야 모두 차분하고 냉정하게 사법절차를 지켜보고 그 결과를 수용하는 게 옳다'고 한술 더 떴다.
압도적 검찰발 보도를 낸 보도전문채널 YTN과 연합뉴스TV는 <검찰 특수본 주말 전원 출근…'비상계엄' 수사 속도> 등을 반복하며 검찰의 노력을 강조하는 데 열중하고 있다.
검찰 발표를 언론의 취재나 검증 없이 그대로 받아쓰는 보도는 검찰발 정보를 사실로 단정 짓게 할 우려가 높다. 여기에 검찰의 의도적 피의사실 흘리기와 언론의 선정적 보도 경쟁이 더해지면 특정 세력 이해관계에 기여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12.3 내란과 같이 중대한 사건의 경우 검찰 시각만 편향적으로 전달해 수사의 혼선을 빚고 내란세력 수사를 방해할 수 있다.
언론은 이제라도 검찰발 내란죄 수사 보도의 늪에서 벗어나 경찰, 공수처, 국방부 조사본부 등 다양한 수사기관의 수사 내용을 객관적이고 비판적으로 보도해야 한다. 법률 전문가, 학계, 국회, 시민사회 등 다양한 관점을 반영하여 비판적 보도 태도를 견지하는 게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기존의 법조 기자단과 검찰 권력의 유착이 낳은 검언카르텔에 이어 검찰의 '위법적 셀프수사'의 대변자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내란죄 수사 관련 기관들이 대부분 사건과 연루돼 있다. 하루빨리 윤석열 대통령 등을 수사하기 위한 '내란 상설특검' 출범으로 엄정한 수사가 진행될 수 있게 언론의 적극적 보도를 촉구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민주언론시민연합 홈페이지(www.ccdm.or.kr)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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