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의 ‘하극상’...그 다음 사람은? [김선걸 칼럼]
윤석열 대통령은 평생 자신의 상사를 들이받고 뒤집어엎는 승부를 걸어왔다. 말하자면 ‘하극상’ 인생이다.
2013년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 관련, 국회에서 공개적으로 외압을 폭로했다. 그는 “(직속상관인) 검사장님을 모시고 수사를 이끌어가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며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고도 했다. 저런 검사가 있나 싶었다. 평검사로 좌천됐으나 이때부터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그는 이전인 2012년 이른바 ‘검란’ 사태 때 대검 중수부 폐지 계획에 맞서 당시 한상대 검찰총장을 퇴진시켰다. 한 총장 반대의 간판은 최재경 당시 중수부장과 채동욱 대검차장이었지만 일선 검사들을 독려하고 목소리를 모은 것은 윤석열 서울지검 특수1부장이었다.
문재인정부 검찰총장이 되자 조국 민정수석의 비위를 수사하며 청와대를 뒤집어엎었다. 역시 총장 때 외압을 행사하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들이받았다. 그리고 물러났으나 반대 정당이었던 국민의힘 후보로 대통령에 당선됐다.
이런 윤 대통령의 모습을 옆에서 지켜본 한 지인이 있다. 대통령 당선 이후 ‘이번에는 누구를 들이받을까 궁금하다’고 했다. 대통령은 자기보다 높은 사람이 없는 ‘항룡’의 자리다. 그 지인은 “유일하게 위에 있는 게 국민인데 혹시라도 국민을 들이받는 건 아닌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당시에는 농담인 줄 알았다.
결국 윤 대통령은 이번 계엄령 선포로 국민을 들이받은 셈이 됐다. ‘국정을 마비시키는 야당을 경고하기 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궤변이다. 군인들이 유리창을 깨고 국회에 진입한 일을 정당화할 순 없다. 헌법과 법률에 따른 정상적인 방법보다 도박을 택했다.
윤 대통령의 일생은 꿰뚫어온 도박 같은 하극상. 젊은 시절에는 정의감이 동력이었던 것 같다. 그러나 체급이 오르면서 정치적인 행동이 될 수밖에 없었다.
우직한 상관들은 애꿎은 피해를 보기도 했다. 2013년 댓글 수사 청문회. 상사였던 조영곤 서울지검장이 결국 눈물을 보였다. 상명하복의 검찰조직이다. 신망 있는 서울지검장을 부하가 공개 항명할 거라곤 상상조차 못했을 것이다.
이제 와서 윤 대통령을 복기해도 달라질 건 없다. 그러나 교훈은 찾아야 한다.
‘사람의 과거를 보면 미래를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건곤일척 하극상의 승부수를 즐겨 택해왔다. 위기 상황에서 똑같이 그런 선택을 한 것이다.
사회가 안정될수록 ‘갑툭튀(갑자기 툭 튀어나온)’ 인재는 나오기 힘들다. 선진국일수록 오랜 기간 검증된 인재들이 리더가 된다. 윤 대통령은 혜성처럼 등장한 갑툭튀였지만, 결국 그 한계가 드러났다.
다음 리더를 생각하게 된 때다. 여러 이름이 오르내린다. 특수부 검사 출신, 시민운동 변호사 출신, 경제부처 공무원 출신 등이 명함을 내민다.
그들이 어떻게 살아왔는지가 중요하다. 인생의 분기점마다 어떤 선택을 해왔는지, 그때마다 범죄나 거짓이 없었는지, 이상한 가족에게 휘둘릴 여지는 없는지….
한국은 이제 원숙한 나라다. 더 이상 ‘깜짝 설화’에 혹할 수 없다. 걸어온 길을 보고 판단해야 한다.
윤 대통령은 살아온 대로 했다. 평생 극적으로 판을 엎어왔고 이번에도 그랬다. 그 결과 나라를 위기에 빠뜨렸다.
다음 후보는 어떤가. 그도 살아온 대로 할 것이다.
꼼꼼히 따져볼 때다. 말보다 과거 행동을 엿봐야 한다. 위험한 선택을 할 것 같다면, 후보에서 제외하는 게 답이다. 계엄령의 교훈이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89호 (2024.12.18~2024.12.24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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