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탄핵 가능성 높아…친한~친윤, 자중지란 말아야"
"與 내부, 대통령 탄핵 이탈표 다수 생길 것"
"한동훈 버틸 것" vs "친윤들, 숫자로 밀 것"
더불어민주당·조국혁신당·개혁신당 등 야 6당이 제출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14일 국회 본회의에서 표결에 부쳐진다. 지난 7일 국민의힘 의원들이 당론에 따라 표결에 참여하지 않아 의결정족수 미달로 폐기된 이후 1주일 만에 다시 탄핵안이 국회 문턱 앞에 선 것이다.
그러나 국민의힘 내부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지난 12일 윤석열 대통령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권 행사는 사면권·외교권 행사와 같은 사법심사의 대상이 되지 않는 통치행위"라며 '질서 있는 퇴진'에 뜻이 없음을 분명히 하는 대국민 담화를 발표했기 때문이다.
이에 한동훈 대표는 즉각 "대통령이 조기 퇴진에 응할 생각이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 탄핵으로 대통령의 직무집행정지를 시키는 것이 문제를 해결할 유일한 방법"이라면서 탄핵에 공개적으로 찬성하는 입장을 냈다.
여기에 멈추지 않고 친윤계와 친한계의 표 대결로 이목을 끌었던 원내대표 경선을 위해 열린 의원총회에서 한 대표는 "담화 내용은 지금의 상황을 반성하는 것이 아니라, 상황을 합리화하고 사실상 내란을 자백하는 취지의 내용이었다"는 발언을 꺼내 친윤계의 반발을 샀다.
이에 친윤계가 지원하던 권성동 의원이 국민의힘 새 원내대표로 선출됐다. 권 원내대표는 즉각 "현재로선 탄핵 반대가 당론"이라며 "한 번 정해진 당론을 원내대표가 임의로 변경하거나 달리 적용할 수 없다.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당론을 변경할 수 있다"고 선언했다.
이 같은 상황에 현재까지 국민의힘 내부에서 '윤 대통령 탄핵에 찬성표를 던지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의원이 늘면서 탄핵 표결의 결과는 안갯속에 빠졌다.
앞서 친한계 조경태·진종오·한지아 의원과 비윤(비윤석열) 성향의 김재섭·김상욱 의원이 찬성 입장을 밝혔으며, 1차 표결에서 안철수·김예지 의원은 찬성 투표한 바 있다. 총 7명이 사실상 찬성 입장을 밝힌 것이다. 14일 본회의 표결에서 윤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되려면 필요한 국민의힘 이탈표는 8명이다. 즉 1명만 더 추가되면 2차 탄핵안이 가결될 수 있는 것이다.
살얼음판인 14일 윤 대통령의 탄핵안 표결의 가결 여부를 국내 정치 평론가와 전문가들은 어떻게 보고 있을까. 그리고 전문가들이 보는 향후 정국은 어떻게 흘러갈까. 데일리안이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 등 4명의 정치 평론가에게 그 전망에 대해 물어봤다.
◇ "윤 대통령 탄핵안 14일에 가결될 가능성 높아"
평론가 4인은 일제히 14일 본회의에 올라갈 윤 대통령의 탄핵안이 가결될 것으로 전망했다. 먼저 엄경영 소장은 "탄핵안 통과 가능성이 거의 100%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보면 될 것 같다"며 "사실 대통령은 애초에 하야할 생각이 없었던 만큼 한동훈 대표가 얘기한 질서 있는 퇴진론에 대한 방법은 애초부터 없었다고 본다"고 말했다.
윤태곤 실장은 "탄핵을 안할 수가 있겠느냐. 이젠 탄핵을 반대하면 윤 대통령의 12일 담화 내용을 수용하고 인정한다는 뜻이 된다"며 "아주 강한 반대 의견을 지닌 의원들은 모르겠지만 친한계가 아니더라도 여당 내 다수가 '이젠 어떻게 할 수가 없다'고 판단할 것 같다"고 내다봤다.
최진 원장은 "일단 가결될 가능성은 매우 높아졌다"고 평가한 뒤 "민심 전환의 열쇠(키)는 역설적이게도 윤 대통령이 쥐고 있었는데 그 키를 윤 대통령이 12일 담화를 통해 국민들이 다 보는 앞에서 스스로 강에다 집어 던져버리지 않았느냐. 여당도 이젠 방법이 없다"고 설명했다.
신율 교수도 탄핵안이 표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말한 뒤 "윤 대통령 탄핵 문제는 박근혜 전 대통령 때와 다르다. 온 국민이 계엄 당시 상황을 봤기 때문"이라며 "국민들은 군인이 국회에 난입하는 것도 봤고, 선관위에 가는 것도 봤고, 시민들이 길거리에 주저앉은 것도 다 봤다. 탄핵심판을 해볼만하다고 생각하는 윤 대통령이 지금 상황 판단을 상당히 잘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탄핵안이 가결될 경우 정국이나 사회에 미칠 후폭풍에 대해서는 조금씩 엇갈린 입장을 내놨다. 신 교수는 "만약 14일 탄핵안이 부결되면 그때는 경제적으로 굉장히 힘들어질 수가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에도 원·달러 환율이 팍 치솟았다가 탄핵이 되고 나서 확 떨어졌다"라며 "그만큼 탄핵 통과가 국제사회를 안심시키는 효과를 줄 수 있다는 의미인 만큼 경제를 생각하면 탄핵안이 일단 통과가 돼야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실장은 "탄핵이 가결되면 조기 대선 정국으로 넘어가는데 그걸 고려하면 민주당이 지금처럼 과하게 나가거나 심지어 헌법재판소를 압박하는 식으로는 하지 못할 것"이라며 "만약 그렇게 하게 되면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는 걸 본인(민주당)들도 잘 알기 때문에 오히려 약간 조용해지는 효과가 날수도 있다"고 관측했다.
◇ "국민의힘 탄핵 통과 이후 엇갈릴 것…분열하면 민심 잃어"
4명의 평론가들은 탄핵안이 가결됐을 경우 국민의힘 내부에 생길 변화에 대해서도 엇갈린 시각들을 내놨지만, 대체적으로 당이 혼란을 겪을 것이란 전망엔 동의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권 원내대표를 앞세워 친윤계가 한 대표를 사퇴시키는 시나리오를 실행에 옮겨 친윤계가 주도권을 쥘 것이란 전망을 내놨고, 다른 전문가들은 한 대표를 중심으로 친한계가 끝까지 버틸 것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윤 실장은 "앞서 한 대표는 여당 의원 18명과 계엄 해제를 이끌면서 국민의힘이 부끄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을 그나마 모면하게 해줘 윤 대통령과 국민에게 뭔가를 말할 수 있는 명분을 갖고 있다"며 "그런 만큼 탄핵안이 통과됐으니 한 대표에게 무작정 물러나라는 소리는 힘을 받기가 어려워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탄핵안이 가결이 되면 권 원내대표를 지지한 70여 명의 의원들은 당을 지속해서 이끌고 갈 명분을 찾아야야 한다"며 "친윤계가 힘과 숫자를 바탕으로 한 대표 사퇴 압박을 할테지만 애초에 명분을 가진 한 대표가 그 책임을 지라는 주장은 분명히 무리가 있어 절대 나가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만큼 숫자와 명분의 싸움이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엄 소장은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 때도 그랬고, 박근혜 전 대통령 때도 그랬던대로 탄핵이 통과되면 최고위원들이 다 사표를 내고 정치적 책임을 질 수밖에 없다"며 "그러면 한 대표도 버티기는 어려워질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어 "한 대표가 애초부터 하야 생각이 없던 윤 대통령의 의중을 오판하면서 헤매자 그 틈을 비집고 권 원내대표가 올라왔다"며 "플랜대로 권 원내대표가 당대표직무대행을 맡게 되면 윤 대통령과 헤어지는 과정에서 마지막 예우를 다 하는 역할을 잘 해내고 헌재가 탄핵안을 인용할 경우까지 당을 수습하는 과제를 빈틈없이 수행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 원장은 "탄핵이 가결되면 한 대표가 포위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미래도 함께 어두워질 것"이라며 "일단 탄핵 책임론이 일거고 친윤계 파워가 점점 커지면서 다시 반격을 시작한 만큼 한 대표 입장에선 사면을 포위 당한 상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제는 친윤계가 힘을 얻고 다시 살아나면 당 안은 살수 있겠지만, 밖은 죽은 정당이 되버릴 것이라는 점"이라며 "일시적으론 친윤계가 승리하면서 시간을 버는 것처럼 보이지만 남은 친한계와 자중지란이 일어나 점점 분열이 심해지면서 악화될 민심을 바라보며 침몰해 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우려했다.
신 교수는 당이 살아나기 위해선 당이 윤 대통령과 거리를 두는 전략을 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여당 입장에선 '윤 대통령은 보수의 적자가 아니고 오히려 보수의 적자인 박 전 대통령을 탄핵시킨 사람'이라는 걸 강조하고 나가야 한다"며 "윤 대통령의 탄핵 문제를 보수냐 진보냐의 문제가 아니란 식으로 힘을 모아야 하는데, 당이 그렇게 못 나오는 것 만큼 이걸 먼저 해내는 쪽이 소구력을 갖게 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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