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에게 좋은 나라를” 자녀 손잡고 다시 거리로 [놀이터통신]

임지혜 2024. 12. 14.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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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에게 좋은 나라를 물려주고 싶어서요."2016년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위한 광화문 집회 당시 아이와 함께 나온 부모를 뜻하는 '유모차 부대'가 지난 7일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과 퇴진을 촉구하는 집회에 다시 등장했다.

 그는 "지난 집회 때, 남편·아이와 행렬 밖에서 지켜 봤다"며 "이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집회 때는 (미혼으로) 나만 챙기면 됐는데, 아이가 생겨 이번엔 참가에 의의를 두기로 했다. 아이와 역사적인 순간을 함께하고, 계엄에 분노해 아이와 함께 현장에 나온다는 친구들과 서로 의지하며 힘을 보태려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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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윤석열 탄핵 및 구속을 촉구하는 촛불문화제에서 참가자들이 관련 손팻말과 응원봉을 들고 있다. 사진=박효상 기자

“아이들에게 좋은 나라를 물려주고 싶어서요.”


2016년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위한 광화문 집회 당시 아이와 함께 나온 부모를 뜻하는 ‘유모차 부대’가 지난 7일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과 퇴진을 촉구하는 집회에 다시 등장했다. 비상계엄으로 국민에게 총부리를 들이댄 정부에 온몸으로 맞섰다. 소중한 아이와 가정을 지켜온 이들은 ‘아이들에게 좋은 나라를 물려주기 위해, 자유로운 일상을 지켜주기 위해’ 길거리로 나섰다. 

아이와 다니던 평화로운 산책길, 킥보드와 자전거가 자유롭게 달리던 서울 여의도 공원은 지난 7일 처절하게 민주주의 수호와 탄핵 촉구를 외치는 사회운동의 장이 됐다. 추운 날씨와 엄청난 인파, 통신 장애까지 집회 현장은 어린 자녀와 함께 있기에는 쉽지 않은 환경이었다. 

이런 악조건 속에서도 부모들이 거리에 선 건 ‘미래’를 위함이다. 단순히 현 정권에 대한 반대가 아니라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를 걱정하고, 그 미래를 더 나은 것으로 만들기 위한 행동이다. 유모차가 집회 참가자들에게 방해가 되지 않을까 염려돼 국회 앞까지 가지 못하고 여의도 공원에 멈춰 촛불을 든 부모들, 아이가 다칠까 봐 국회 앞에서 아이를 높이 안고 버틴 부모들, 혹여나 아이를 놓칠까, 목도리를 자신의 팔과 아이 팔에 묶고 손을 꼭 잡은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좋은 나라를 물려주기 위해’ 이 자리에 나왔다고 입을 모았다. 

그리고 두 번째 탄핵 표결일이 다가왔다. 14일 국회의사당 앞에서는 윤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는 대규모 집회가 열린다. 많은 부모도 아이와 함께 다시 거리로 나선다. 처음 경험해 보는 지난 집회에서 방한용품을 충분히 준비하지 못해, 수유실과 기저귀 갈 곳이 마땅치 못해 몇 시간 만에 집으로 발걸음을 돌려야 했던 부모들은 더욱 준비를 철저히 했다고 한다. 

단톡방과 온라인 카페 등에서 어린 자녀와 집회에 참여할 계획인 부모들이 핫팩, 물주머니, 유모차 방한 커버, 아기띠 바람막이, 액상 분유, 주차장 등 다양한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지난 집회를 참고로 여의도 인근 주차장을 검색해 집회 현장까지 걸어갈 수 있는 경로, 대중교통 경로 등을 꼼꼼히 체크하는 모습이다.

양육자를 위한 공간도 곳곳에 마련된다. 진보당은 국회의사당역 4번출구 인근에 ‘아동&보호자 쉼터’를 개소, 난로 매트 따뜻한 물 간식 등을 마련했다. 한 아이 엄마는 사비로 관광버스 한 대를 빌려 영유아와 보호자를 위한 ‘키즈버스’를 준비했다. 과일, 분유, 주차 장소 등 집회 참가자를 위한 후원도 잇따르고 있다. 

부끄러운 부모로 남고 싶지 않다. 
 
“계엄령이 내렸던 밤, 진정이 안 됐어요. 걱정으로 밤을 지새웠죠.” 생후 10개월 자녀를 둔 김씨는 ‘엄마는 강하다’는 생각으로 이번 집회에 가져갈 퇴진 촉구 깃발까지 손수 만들었다. 

그는 “지난 집회 때, 남편·아이와 행렬 밖에서 지켜 봤다”며 “이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집회 때는 (미혼으로) 나만 챙기면 됐는데, 아이가 생겨 이번엔 참가에 의의를 두기로 했다. 아이와 역사적인 순간을 함께하고, 계엄에 분노해 아이와 함께 현장에 나온다는 친구들과 서로 의지하며 힘을 보태려 한다”고 말했다.

“계엄령 뉴스를 보며 잠든 아이들을 꼭 안고 뜬눈으로 보낸 그날 밤을 잊을 수 없습니다.” 생후 8개월 자녀를 둔 이모씨도 집회 준비에 한창이다. 이씨는 “우리 아이들이 자라는 세상에서 이런 일이 다신 일어나서는 안 된다”며 “공정하고, 합리적인 사회에서 역할 할 수 있도록 자라게 돕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미래의 아이에게 부끄럽지 않은 나라를 물려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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