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만 교사가 못 한 일을 대통령 혼자 해냈다

서부원 2024. 12. 13.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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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나의 스승] 윤석열이 남긴 '퇴행의 유산'을 타산지석 삼는 아이들

[서부원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12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대국민 담화를 하고 있다.
ⓒ 대통령실
학교에서도 '12·12 대통령 담화'의 후폭풍이 거세다. 교사들도 아이들도 이제야 지난 2년 반 동안 윤석열 대통령이 상시 보여준 황당한 인식과 태도가 명확히 이해된다는 반응이다. 후보 시절 손바닥에 주술처럼 '王'자를 새긴 것도, 온 국민을 대상으로 듣기 평가를 치르게 한 이른바 '날리면 사태'도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고 말한다.

윤석열 대통령의 사전에는 사과와 반성이라는 단어가 아예 없는 듯하다. 하루이틀사이에 뻔히 드러날 거짓말을 천연덕스럽게 해대는 것 또한 수긍이 간다.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과 양평 고속도로 노선 변경 의혹이나 명품백 수수 등은 적어도 대통령의 인식 속에서는 '깜'도 안 되는 자잘한 사건으로 치부됐을 법하다.

'이태원 참사'나 '채상병 사건'조차 대통령의 사과정도로 퉁칠 수 있다고 본 성싶다. 국회에서 의결한 법안마다 전가의 보도처럼 거부권을 행사하고, 영부인과 장모에 관한 일이라면 어떤 것이든 정권의 명운을 걸고 막아선 막무가내 행태까지도 이해가 간다. 사안마다 대체 뭐가 문제냐는 반문은 대통령의 진심이 담긴 것이었음을 새삼 깨닫게 된다.

"내란 피의자인 윤석열에게 감사해야 할 판"

일일이 다 열거하기도 힘든 이 엄청난 패악질도 온 국민을 공포와 충격에 빠트린 '12·3 내란 사태'에 견준다면, 별것 아닐지도 모른다. '야당 경고용'으로 비상계엄을 활용했다는 윤 대통령의 담화를 듣노라면, 이마저도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있는 듯하다. '2시간짜리 내란이 어디 있느냐'는 그의 어처구니없는 해명에 아이들조차 더는 할 말을 잃었다.

"대체 이게 말이에요, 막걸리에요. 윤 대통령은 정상적인 사고를 하지 못하는 분 같아요. 그에게 상식적인 판단과 선택을 기대하는 게 더는 소용없다고 봐요. 혹시 윤 대통령은 현실 인식은커녕 사리 분별조차 하지 못하는 정신적 장애를 앓고 있는 것 아닐까요?"

기자회견이든, 담화든, 윤 대통령이 하는 발언마다 황당하고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면서, 뇌 질환을 의심하는 아이도 있었다. 지금이 어느 때인데 '종북 반국가 세력 척결' 운운하느냐며 구제 불능이라는 표현까지 서슴없었다. '국민만 바라보며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 맞서 싸울 것'이라는 말을 듣고선 "이미 제정신이 아닌 것 같다"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당일 오전에 직접 대통령이 담화를 발표한다는 소식에 아이들조차도 탄핵 재표결을 앞두고 자진 사퇴 의사를 밝힐 줄로 알았다. 생중계로 국민 앞에 사과하고 선처를 호소할 거라는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이번에도 대통령의 발언은 아닌 밤중 홍두깨 같았던 비상계엄 선포만큼이나 황당했고, 들끓는 국민적 분노에 기름을 끼얹는 꼴이 되고 말았다.

"우리 아빠는 윤석열을 반면교사 삼겠다면서, 며칠 전 즐겨하시던 술과 유튜브를 아예 끊겠다고 선언하셨어요. 한 나라의 대통령이 허구한 날 술을 마시면서 유튜브를 즐기다 보니 저렇듯 정신이 혼미해진 게 분명하다고 혀를 끌끌 차셨어요. 우리 가족은 '내란 피의자'인 윤석열에게 감사해야 할 판이에요."

그는 비록 지난 대선 때 윤석열 후보에게 투표하진 않았지만, 일말의 신뢰는 있었단다. 양친 모두 대학교수인 유복한 집안에서 태어나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고, 그 어렵다는 사법고시까지 패스한 수재이니만큼 대통령으로서 최소한 '기본'은 할 줄 알았다고 믿었다는 거다. 아무리 생각해도 대통령의 온전한 정신을 망가뜨린 주범은 술과 유튜브 아니겠냐며 반문했다고 한다.

다수의 언론에서도 현실과 동떨어진 대통령의 인식과 발언의 기저에는 극우 유튜브 채널이 자리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그의 발언 내용과 주로 사용되는 용어를 보면 극우 유튜브의 그것과 매우 흡사하다는 거다. '정치 초보'인 대통령은 극우 유튜브를 통해 현실 정치를 이해하고 있는 걸로 보인다. 그에게 유튜브는 세상을 보는 눈이자 소통 창구이며 학습 공간인 셈이다.

"유튜브가 흉기가 될 수 있다는 두려움"

교사로서, 비상계엄 선포 이후 윤석열 대통령이 직에서 쫓겨나는 일련의 과정은 미래세대 아이들에게 훌륭한 '교재'가 되고 있다. 반면교사일지언정 서울대 법대 출신으로 검찰총장까지 역임한 초엘리트 대통령의 처참한 몰락은 다 함께 성찰해야 할 요소가 적지 않다. 탄핵은 하나의 과정일 뿐 종착지로 여겨서는 곤란하다.

무엇보다 비상계엄 선포와 12·12 담화에서 보여준 윤 대통령의 어이없는 행태는 아이들에게 극우 유튜브의 위해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사례로 기억되고 있다. 그들 사이에서 '대한민국의 대통령은 저질 극우 유튜버'라는 조롱이 빗발치고 있다. '나 홀로 20세기에 머물러 살고 있는 미개인'이라거나 '대통령 놀이에 빠진 바보 검사'라는 말까지 나오는 형국이다.

학교에서 아이들을 대상으로 가장 하기 어려운 게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다. 아이들이 인터넷과 스마트폰 등을 활용하는 능력을 키운다는 뜻이지만, 요즘엔 미디어의 올바른 사용을 촉진하는 사회 운동을 가리키는 의미로 더 자주 쓰인다. 학교 교육을 통해 아이들의 스마트폰 과다 사용과 게임 중독 등을 예방하고 치유한다는 취지다.

교과 수업과 비교과 활동을 통해 연중 강조되고 있지만, 딱히 교육적 효과를 기대하긴 어렵다. 스마트폰만 손에 쥐고 있으면 배고픔조차 잊게 된다는 아이들 앞에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은 하품만 나오게 할 뿐이다. '선플' 운동을 전개하다 결국 댓글 창을 없애도록 한 것도, 학교마다 등교 직후 스마트폰을 제출하도록 한 것도 그 한계를 또렷이 보여준다.

특히 정치와 시사 유튜브에 가랑비에 옷 젖듯 빠져드는 아이들이 늘어나서 우려가 컸던 차다. TV의 웬만한 예능 프로그램보다 더 재미있다며 서로 채널을 공유하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유튜브의 속성에다 알고리즘까지 맞물리며 아이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아가고 있다. 장래 희망이 플랫폼 크리에이터, 곧 유튜버인 경우가 다섯 손가락 안에 든다.

우리 사회에서 '스마트폰 중독'이라는 말은 있어도 '유튜브 중독'이라는 말은 없다. 남녀노소 유튜브를 보는 게 일상이 됐다는 뜻이다. "유튜브 없이 무슨 재미로 사느냐"고 묻는 아이도 있다. 유튜브를 통해 뉴스를 보고, 정보를 얻고, 공부를 하고, 휴식을 취하며, 취미생활도 한다. 유튜브 채널 운영자라면, 돈도 벌고, 구독자와 좋아요 수를 통해 삶의 보람을 찾는다.

"작년부터 인터넷 게임보다 더 재미있어 유튜브로 갈아탔는데, '12.3 내란 사태'와 '12.12 담화' 등을 지켜보면서 유튜브가 자칫 흉기가 될 수 있다는 두려움이 생겼어요. 최근 시간 가는 줄도 모른 채 유튜브에 빠져 살았는데, 이젠 좀 자제해야겠다고 다짐하게 되더라고요."

한 아이는 하루 중 유튜브 시청 시간은 따로 정해야겠다며 이렇게 말했다. 서울대 법대 출신 대통령의 정신 줄마저 놓게 만든 유튜브의 '위력'을 절감했다는 거다. 소 뒷걸음질 치다 쥐 잡는 격이 됐지만, 온 국민 앞에 윤석열 대통령이 몸소 보여준 언행은 아이들에게 최고의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됐다. 수십만 교사가 못 이룬 일을 대통령이 홀로 해낸 것이다.

대통령이 즐겨 봤다는 극우 유튜브 채널을 아이들끼리 '경계 대상 1호'라며 관련 정보를 교환하고 있다. 멀쩡한 대통령을 바보로 만든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낄낄대기도 한다. 한 나라의 대통령이 아이들의 조롱거리로 전락한 건 통탄할 일이지만, 지난 2년 반 동안 그가 남긴 '퇴행의 유산'을 타산지석으로 삼는 아이들이 있어 위안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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