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 다른데 색다르고 재밌는, 기묘한 드라마 두 편

이정희 2024. 12. 13.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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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디즈니플러스 <조명가게>, 쿠팡플레이 <가족계획>

[이정희 기자]

OTT가 활성화되기 전 장르물은 주로 OCN을 통해 소개됐다. 요즘 장르물은 저마가 자기 특성에 맞는 OTT를 통해 선보이며 공중파 연령 제한의 한계를 넘나들고 있다.

최근 두 편의 독특한 장르물이 공개됐다. 바로 디즈니플러스의 <조명가게>와 쿠팡플레이의 <가족계획>이다.

강풀 웹툰이 원작으로 한여름에 찾아들던 납량특집극 같은 분위기의 <조명가게>, 강풀의 작품보다 더' 미심썰'(미스터리 심리 썰렁물)인 <가족계획>은 그간 새로운 장르물에 목말라하던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겠다.

강풀월드의 확장, <조명가게>
 조명가게
ⓒ 디즈니플러스
디즈니플러스에서는 강풀월드가 펼쳐지고 있다. 웹툰 장르의 선구자라 할 수 있는 강풀은 극작가로도 명성이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로맨스 장르인 <순정만화>는 물론, 미심썰 장르에서 일가견은 구축해 자신만의 세계관을 작품을 통해 선보여 왔다. 또한 <26년> 처럼 굴곡진 현대사를 작품화하는 데도 탁월하다.

<아파트>나 <순정만화> 등 초반 작품들이 대중적 호응을 받지 못했지만, <그대를 사랑합니다>, <이웃사람>, <26년>은 흥행에 성공했다. 2023년 650억 원의 제작비들 들인 <무빙>이 디즈니플러스를 통해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고, 그 뒤를 이어 공포물 <조명가게>도 같은 OTT를 통해 공개됐다.

<조명가게>는 인적이 드문 골목길에 유일하게 불이 켜진 조명가게로부터 시작된다. 겉으로 보이는 모습은 배우 주지훈이지만, 사실은 나이를 알 수 없는 정원영이 가게 주인으로 자리를 지키고, 여러 인물들이 가게를 찾는다.

<무빙>에서 배우로 출연했던 김희원이 연출을 맡은 첫 작품인 이 드라마는 첫 공개된 4편까지는 주요 등장인물들을 소개하는 회차가 된다.

으슥한 골목인데도 늘 엄마의 심부름이라며 조명가게를 찾는 여고생 주현주(신은수 분). 무슨 사연인지 홀로 남은 형사(배성우 분). 그는 연쇄 살인범을 찾아 헤매다 이곳이 수상하다며 가게를 훑는다. 그런 그의 눈에 들어온 이지현(설현 분). 며칠을 버스 정류장에서 기다리다 김현민(엄태구 분)를 따라 그의 집에 들어간 잠시 후, 피가 뚝뚝 흐르는 트렁크를 끌며 다시 거리로 나선다. 그런가 하면 그 으슥한 골목의 집에 세든 여성 윤선해(김민하 분)는 자신의 집에 갇히고, 그 집 앞에서 길을 찾아 헤매던 소년 허지웅(김기해 분)은 절규한다.

두서 없이 엇갈리는 인물들, 옵니버스식으로 진행됐 웹툰 속 등장인물들이 드라마 속에서 조명가게를 배경으로 오간다. 조명가게 주인은 친근해진 여고생 현주에게 말한다. 이상한 사람을 만나면 그 사람의 이상한 점을 아는 척하지 말고 모르는 척 스쳐 지나가라고. 아니나 다를까, 어두운 골목에서 만난 여성은 현주와 함께 길을 걸어갈 수록 점점 키가 커진다. 안 그래도 마치 재개발지구의 동네처럼 온 동네에 불빛 하나 찾기 힘든 골목에 비까지 쏟아지는데 온몸에서 물이 쏟아지는 남자, 걸어갈수록 키가 커지는 여성 등이 그 음산함을 배가시키며 공포물의 분위기를 더한다. 그들이 무엇을 어찌하는 것도 아닌데 그 분위기, 그 존재만으로도 충분히 무섭다.

하지만 반전은 4회에 등장한다. 웹툰 속에는 등장하지 않았던 박보영이 간호사 권영지로 등장하는 병원, 일손은 부족하고 사고로 인해 병상은 가득 차 있는 이곳 병동에 그간 조명가게에 손님으로 찾아왔던 인물들이 생과 사의 경계를 오가며 누워있다. 무섭다며 절규하고, 꼼짝할 수 없다고 소리치던 이들이 조명가게를, 그 주변을 맴도는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그리고 그들과 다르게 조명가게 주변을 맴도는 존재는 또 무엇일까? 무엇보다 그들에게 이 조명가게는 어떤 의미일까?

마치 '연옥'처럼 조명가게를 배경으로 한 공간을 설정하고, 그 골목에서 헤매며 생과 사를 오가는 등장인물들을 통해 드라마는 그들 각자의 삶을 살펴보고자 한다. 첫 연출작답게 한 장면 한 장면 천착하며 친절하게 설명하고자 하는 드라마다. 호흡은 느리지만 그 차곡차곡 쌓은 서사는 4화를 기점으로 기대감을 증폭시킨다.

다 계획이 있었구나, <가족계획>
 가족계획
ⓒ 쿠팡플레이
한밤중에 조용히 한 동네에 자리잡은 가족, 그들은 아이들에게 핸드폰도 사주지 않고, 가족 사진도 남기지 않을 만큼 존재를 세상에 드러내려 하지 않는다. 그런데 동네에 이사 오는 첫날부터 그들의 존재감은 파괴적이다. 연쇄살인범과 차량 충돌을 일으키는가 하면, 동네 최고 조폭과 얽힌다. 1998년작 김지운 감독의 <조용한 가족>처럼 본의 아니게 사건이 발생한다.

<무서운 가족> 시리즈의 김곡·김선 감독이 배두나, 류승범, 백윤식과 만났다. 감독과 출연진만으로도 이미 시청자들의 구미가 당긴다.

딸 지우(이수현 분)가 괴롭히던 학생을 집으로 데려온다. '집으로 데려와 엄마가 해결할게' 라고 늘 엄마가 말했기 때문이다. 청소년기 자녀들 답게 늘 엇나가는 아이들 앞에서, '상상한 것 그 이상'인 일을 벌인 엄마, 그런데 알고 보니 그게 다 엄마의 능력 '브레인 해킹'이란다.

특수부대에서 교육시킨 특별한 아이들의 이야기는 <마녀> 시리즈 이래 새로운 설정은 아니다. 그런데 드라마는 그런 익숙한 설정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살인 기계로 교육 받던 아이들 영수(배두나 분), 철희(류승범 분)가 그들처럼 그곳에 보내진 지우(이수현 분), 지훈(로운 분)을 자기들처럼 만들 수는 없다며 함께 탈출해 일가를 이루고 '조용'하게 살아가고자 한다는 것이다.

가족이라지만 엄마가 차려준 밥도 마다하던 콩가루 가족, 할아버지는 가족을 다시 끌어모을 '가족 계획'으로 연쇄살인범 정호철(김중희 분)를 풀어준다. 거기에 사지육신은 멀쩡한대도 고통에 시달리는 규태의 아빠 조폭 조해팔이 끼어들며 가족들은 본의 아니게 저마다의 존재감을 드러낼 수 밖에 없는 처지에 놓인다.

가족들은 쳐다도 보지 않던 딸이 엄마가 차려준 시리얼을 비운 날, 엄마 영수는 미소를 짓는다. 가장 비인간적인 존재들의 아이러니한 가족 찾기 계획. 대놓고 폭력적이면서도 썰렁하고, 은근히 따뜻한 홈드라마의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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