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이 말 안 듣나요? 이게 있는지 확인해보세요
10년 차 반려견 훈련사로서 가장 큰 깨달음은 훈련 기술이 아니라 그들의 이야기에 있었습니다. 보호자와 반려견, 가까이 있지만 잘 알지 못하는 진짜 그들의 이야기를 하려 합니다. <기자말>
[최민혁 기자]
"네, 반려견 이름이랑 나이는요?"
"입양은 언제 하셨어요?"
"전문가에게 교육을 받아보신 경험이 있으신가요?"
반려견 행동 전문가로서 가정에 방문하게 되면, 반려견 보호자와 내밀한 상담을 한다. 상담을 하다 보면, 신기하게도 시기에 따라 고민하는 내용들이 유행하는 것을 느낄 수가 있다. 요즘 보호자들이 말하는 가장 큰 고민은, 도대체 어떤 반려견 교육 정보가 맞는건지 헷갈린다는 것이다.
▲ 내가 본 좋은 보호자 리더십 중 하나 일본 친구 토모(tomo)는 그의 반려견인 라쿠를 굉장히 잘 리드하고, 라쿠도 매우 그를 신뢰하고 따른다. 한 때, 8년 경력의 훈련사였던 그는 현재 훈련사를 그만두고 사진작가다. 그는 라쿠에게 특별한 교육을 하지 않는다. 단, 일관된 태도와 생활 규칙을 적용할 뿐이다. |
ⓒ 최민혁 |
외국에서 선풍적 인기를 끈 스타 반려견 훈련사들이 있다. 미국에서 방영된 프로그램 도그 위스퍼러(Dog Whisperer)의 시저밀란과 영국에서 방영된 잇츠미 오어 도그(It's me or the dog)의 빅토리아 스틸웰. 반려견 훈련 프로그램인 둘 모두 큰 인기를 끌었고 두 훈련사 다 연예인 못지않은 인기를 자랑하지만, 결정적으로 교육 철학과 방법이 판이하게 다르다.
온라인에서 이 훈련사들의 팬들끼리 싸우는 것은 낯선 풍경이 아니며, 외국 훈련사들 SNS에서는 서로 공개 저격을 하고 설전을 벌이는 것도 종종 보이곤 한다.
반려견 행동 분야는 그 반려견이 놓인 환경(국가 포함)과 상황, 개들의 기질과 보호자 기질 등등에 따라 정말 다양하기 주장은 달라진다. 하지만, 가는 길이 다르더라도 목적지는 크게 다르지 않다. 또한 그 속에도 분명한 공통점은 있다고 할 수 있다.
그것이 바로 '리더십'이다. 재작년 이맘때쯤부터, 서로 생각과 철학이 달라도 열어놓고 토론하고 공부하는 훈련사 모임을 알게 됐다. 이곳에는 총 20명 가까이의 현직 반려견 훈련사분들이 모여 계신데, 종종 하는 오프라인 모임을 통해 또 온라인 채팅방에서 자주 관련한 토론을 하곤 한다.
서로 다른 의견도 많지만 신기하게도 이들이 모두 입을 모아 비슷하게 강조하는 것 중 하나가 '리더십'이다. 나는 표현은 조금 다르더라도, 대부분의 훈련사들이 강조하는 기본은 리더십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만큼 중요한 것이 보호자의 리더십이다.
▲ 반려견이 믿을 존재 부족하더라도, 어찌됐던 반려견이 믿을 대상은 입양을 한 보호자다. 보호자라는 단어 속에는 리더십이 포함 되어있는 말이다. |
ⓒ 최민혁 |
이것이 중요한 이유는 단 한 가지의 예로 충분히 설명이 가능하다. 혈기왕성한 중학교를 상상해 보자. 쉬는 시간이 끝났고, 이제 수업을 해야 한다. 학생들은 여전히 떠들고 있다. 이때 선생님께서 "자, 조용히 하고 수업 준비하자"라고 말씀하신다. 이 똑같은 말을 평소에 차분하고 따뜻하지만 필요할 땐 단호한 A라는 선생님이 할 때, 우유부단하고 감정적이며 일관되지 않은 B라는 선생님이 할 때를 비교해 보자.
똑같이 조용히 하자고 얘기했어도, 학생들은 B보다는 훨씬 더 A라는 선생님의 말을 잘 들을 것이다. 이것이 리더십의 중요성이다. 평소에 학생들과 선생님의 관계에서 리더십이 잘 형성돼 있기에 간단한 말 한마디에도 학생들을 잘 이끌고 지도할 수 있는 것이다. 즉, 그 순간에 나오는 "조용히 하고 수업 준비하자"라는 말 자체가 중요한 게 아니다.
현대 반려견 교육에서도 마찬가지다. '안 짖게 하는 법', '산책할 때 줄 덜 끌게 하는 법', '반려견 기다리게 하는 법' 것 같은, 눈앞의 문제 행동 해결만 아무리 검색해서 따라 해도 안 되는 이유가 이런 것이다. 그것만 따라 하는 것은 마치 처럼 평소에 아이들에게 리더십이 없는 B교사가, 인터넷에 '학생들 조용히 시키는 법'을 검색해서 "자, 조용히 하고 수업 준비하자"란 말만 앵무새처럼 되풀이 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개들은 바보가 아니다. 간식을 준다고 무조건 말을 잘 듣는 것도 아니고, 강하게 목줄을 챈다고 말을 듣는 것도 아니다. 리더십이 없는 사람이 주는 간식은 보상이 아니라 뇌물이나 아첨이 될 수 있고, 크고 강한 통제는 더욱 큰 반발심을 불러올 수도 있다.
개는 모든 동물 중 인간과 가장 처음으로 함께 해온 동물이다. 개들은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당신에 관해 훨씬 많은 것을 읽고 있다. 반려견이 당신에게 대하는 행동은 평소 생활 누적의 결과다. 그래서 평소의 관계 속에 리더십이 있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보호자가 생활에서 리더십 키우는 방법
그렇다면 리더십은 어떻게 키우는 걸까?(이게 앞서 말한 구체적 방법이기도 하다) 나는 그럴 때면, 아이들이 보는 디즈니 애니메이션 영화를 떠올려보거나 학생 때나 직장에서 본받고 싶었던 사람의 언행을 기억해보라고 조언한다. 디즈니의 많은 작품에서는 어려움을 겪거나 좌충우돌하는 주인공을 이끄는 참된 리더가 등장한다. 일상에서 만난, 의지하고 싶거나 따르고 싶은 사람들도 비슷하다.
그들은 대부분 어깨와 가슴을 펴고 차분하고 여유롭게 행동한다. 감정적이지 않고 분위기에 잘 휩쓸리지 않으며, 부드러움 속 자신감이 있고, 생각과 행동에 있어서 명확하다. 말을 천천히 하되 반복하지 않는다. 또, 생활에서도 반드시 규칙이 있다.
▲ 나에게 집중하는 반려견 반려견 교육을 할 때, 난 늘 나를 가다듬고 교육을 한다. 내가 차분하고 흔들리지 않으면, 반려견은 나를 믿고 점점 따라오게 되어있다. 결국 반려견 교육에서 기본은 나를 컨트롤 하는 것이다. |
ⓒ 최민혁 |
개가 흥분하면 말을 많이 걸거나, 무조건 간식으로 달래려 하고 안아준다거나, 어쩔 줄 몰라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혹은 늘 자유만 주고 싶어 한다. 생활에서 늘 개에게 맞춰주고, 항상 뭔가 부족하진 않을까만 고민한다. 어렵게 생각 말고 한번 잘 생각해 보면 좋겠다. 당신이라면, 모든 걸 내게만 맞춰 주는 사람을 지도자로 따르고 싶겠는지 말이다.
리더십을 가진 리더는 절대 그렇게 행동하지 않는다. 만약 내 반려견의 행동이 고민이라면, 태도를 바꾸고 되는 것과 안 되는 것의 규칙을 만들어서 일관되게 행동해야 한다. 개들을 대할 때 아기나 인형처럼 대하지 말고 개로서 존중하고 내가 책임져야 할 '생명'으로 생각해야 한다. 그다음 내 반려견에 맞는 교육을 하나둘씩 전문가와 해도 전혀 늦지 않다.
읽고 나서 느꼈을 수 있겠지만, 결국 반려견 교육은 보호자가 스스로 안정된 모습을 갈고닦는 것이기도 하다. 이런 모습을 지닌다면 반려견 교육의 반은 성공인 셈이고, 그다음 고민들도 더 쉽게 해결될 것이다.
개들은 부품을 고치면 되는 한 기계가 아니라, 감정과 생각이 있으며 우리와 일상을 공유하는 '생명체'이기 때문이다. 그걸 잊으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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