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타-카로틴'이 대체 뭐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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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도신문 김원국]
안녕하세요, 김약사입니다. 오늘은 우리가 매일 먹는 식물이나 과일 속에 숨어 있는 놀라운 물질인 파이토케미칼과 비타민 A를 연관지어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먼저, 파이토케미칼이라는 단어는 '식물'을 뜻하는 그리스어 'phyto'와 '화학 물질;을 의미하는 'chemical'이 합쳐져 만들어졌습니다. 즉, 파이토케미칼은 식물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내는 천연 화학 물질로, 우리 몸에도 다양한 건강상 이점을 제공합니다.
파이토케미칼 중에서도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이 카로티노이드입니다. 카로티노이드라는 단어는 '당근'을 뜻하는 라틴어 'carota'에서 유래했습니다. 당근과 같은 식물에서 발견된 주황색 색소를 처음 발견하면서 이 이름이 붙여졌습니다. 카로티노이드는 식물에 붉은색, 주황색, 노란색을 띠게 하는 색소로, 강력한 항산화 작용을 통해 세포를 활성산소로부터 보호합니다. 이 카로티노이드 중에서 가장 대표적이고 중요한 물질이 바로 베타-카로틴입니다.
베타-카로틴은 우리 몸에서 비타민 A로 전환되는 중요한 전구체입니다.
비타민 A는 우리 몸에서 눈 건강을 비롯해 면역 체계, 피부 건강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역할을 수행합니다. 특히 눈에는 로돕신이라는 빛을 감지하는 중요한 단백질이 있는데, 이 로돕신을 구성하는 데 꼭 필요한 성분이 바로 비타민 A입니다.
만약 비타민 A가 부족하면 빛을 감지하는 능력이 떨어져 눈의 기능이 저하될 수 있습니다. 특히 어두운 곳에서 시야가 잘 확보되지 않는 증상인 야맹증도 이런 이유로 발생합니다. 야맹증은 밤이나 어두운 환경에서 사물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증상으로, 비타민 A가 부족할 때 로돕신이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아 생기는 질환입니다.
다행히도 우리가 쉽게 구할 수 있는 식품에는 베타-카로틴이라는 물질이 많이 들어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당근, 고구마, 호박, 망고, 시금치와 같은 식품이 베타-카로틴의 좋은 공급원입니다. 이 식품들을 꾸준히 섭취하면 몸에 필요한 비타민 A를 자연스럽게 얻을 수 있습니다.
특히 이러한 식품은 몸에 흡수되면 필요한 만큼만 비타민 A로 전환되는데요, 이런 특성 덕분에 비타민 A가 부족하지 않도록 도움을 줍니다. 게다가 비타민 A는 눈 건강뿐 아니라 우리 몸의 면역 체계에도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비타민 A는 백혈구 중에서도 T림프구와 B림프구의 생성과 기능을 돕습니다. 특히 조절 T세포라는 중요한 세포가 있는데요, 이 세포는 면역 반응을 너무 강하지도, 너무 약하지도 않게 균형을 맞추는 역할을 합니다.
면역 균형이 무너지면 자가면역질환이나 알레르기 같은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비타민 A는 이 조절 T세포가 잘 분화하도록 돕고, 면역 체계가 건강하게 작동하도록 지원합니다. 그래서 자가면역질환이나 알레르기성 질환으로 고생하시는 분들은 베타-카로틴이 풍부한 음식을 자주 드시는 것이 정말 좋습니다.
여기에 한 가지 더 기억해야 할 점이 있습니다. 베타-카로틴은 지용성이라 기름에 잘 녹아야 흡수율이 높아집니다. 당근을 기름에 살짝 볶아서 먹거나, 기름이 포함된 식사를 한 뒤에 드시면 흡수와 효과가 훨씬 좋아집니다.
그런데 비타민 A는 눈 건강과 면역에만 좋은 게 아닙니다. 피부 건강에도 아주 큰 역할을 하는데요. 비타민 A는 각질세포의 과도한 증식을 억제하고, 새로운 피부 세포가 잘 생성되도록 돕습니다.
덕분에 피부가 거칠어지지 않고 건강하게 유지될 수 있죠. 특히 여드름이나 건선 같은 피부 문제를 완화하는 데도 비타민 A가 큰 도움을 줍니다. 실제로 비타민 A를 기반으로 한 의약품도 많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트레티노인과 아시트레틴이라는 약물이 있는데요, 두 약물은 비타민 A의 유도체입니다. 트레티노인은 비타민 A 중에서도 피부 표면에 작용하는 형태로, 각질 제거와 세포 재생을 촉진해 여드름과 같은 피부 문제를 해결하는 데 사용됩니다.
트레티노인은 주로 연고나 크림 형태로 사용되며, 여드름 예방과 치료는 물론 색소 침착 개선에 효과적입니다. 또한 비타민 A는 피부의 주름 개선에도 효과적입니다. 비타민 A의 활성형인 트레티노인은 콜라겐 생성을 자극해 노화로 인한 피부의 잔주름과 늘어짐을 완화하며, 피부결을 개선해 더 탄력 있고 젊어 보이게 만들어줍니다.
콜라겐은 피부를 탱탱하고 매끄럽게 유지하는 중요한 단백질인데, 나이가 들수록 생성이 줄어들면서 주름이 생기게 됩니다. 트레티노인은 이런 과정을 개선해 피부를 더 건강하게 만듭니다.
반면 아시트레틴은 비타민 A의 경구용 형태로, 전신적으로 작용해 피부의 과도한 각질 형성을 억제합니다. 건선 같은 만성 질환에서 피부 재생 속도를 조절하고 염증을 완화하는 데 효과적입니다.
트레티노인과 달리 아시트레틴은 전신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심각한 피부 질환 치료에 적합하며, 복용 시에는 전문의의 관리와 주의가 필요합니다. 지금까지 파이토케미칼 중 카로티노이드와 관련된 베타-카로틴 그리고 비타민 A와 관련된 설명을 드렸습니다.
이와 함께 카로티노이드의 또 다른 중요한 성분인 루테인과 지아잔틴도 건강기능식품으로 많이 활용되고 있는데요, 루테인과 지아잔틴은 특히 눈 건강에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이 두 성분은 망막 중심부인 황반의 주요 성분으로, 눈의 산화 스트레스를 줄이고, 빛으로 인한 손상을 예방하는 데 효과적입니다.
특히 루테인은 마리골드(금잔화)에서 추출되며, 건강기능식품의 주요 원료로 사용됩니다. 이런 성분들을 통해 눈의 피로를 줄이고 황반 변성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오늘은 인간에게 유익한 파이토케미칼 중 카로티노이드와 관련된 베타카로틴를 중심으로 비타민A와 관련된 의약품을 살펴봤습니다. 그리고 카로티노이드에 속한 루테인도 추가적으로 설명드렸습니다.
자신의 건강을 위해 이러한 천연 화합물을 잘 활용해서 더욱 건강하시길 기원하겠습니다.
김원국 약사/향우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완도신문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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