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트럼프 재집권 플랜 만든 AFPI "불법이민자 투표 막아야"

김형구 2024. 12. 13.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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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달 14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팜비치의 마러라고에서 열린 싱크탱크 미국우선정책연구소(AFPI) 갈라 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재선 집권 플랜을 짠 ‘실세 싱크탱크’ 미국우선정책연구소(AFPI)가 부정선거 방지 입법을 촉구하고 나섰다. 비(非)시민권자(미국 시민권이 없는 사람)들의 불법적 투표권 행사를 막기 위한 법제화가 시급하다는 주장이다. 사전 우편투표 조작 등 선거 사기론을 펴 왔던 트럼프 당선인이 상ㆍ하원 다수당을 장악한 공화당을 앞세워 ‘비시민권자 투표금지법’ 등의 입법 드라이브를 걸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AFPI는 10일(현지시간) 펴낸 보고서 ‘외국의 영향력으로부터 미국 선거 보호’를 통해 “연방 법은 연방 선거에서 비시민권자의 투표를 금지하고 있지만 단속 메커니즘의 부재, 부실한 선거 관리, 대규모 불법 이민 등을 통해 비시민권자에게 투표의 문을 활짝 열어뒀다”고 주장했다.


“유권자 등록 때 시민권 증명 허술”


AFPI는 부정선거 첫 번째 문제로 부실한 선거관리 시스템이 ‘가짜 유권자’를 양산하고 있다고 했다. 보고서에서 AFPI는 “유권자 등록 단계에서 시민권 증명이 필요하지 않은 경우가 많고 시민권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연방 또는 주(州) 차원의 집행 메커니즘도 없다”며 “비시민권자 투표 금지ㆍ처벌 규정도 일부 주에만 있다”고 지적했다.

AFPI는 미국 50개 주 중 약 절반에서 정부기관 민원 처리 단계에서 ‘자동 유권자 등록’ 정책을 쓰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비시민권자가 유권자로 등록되는 경우가 많다고 주장했다. 일부 주의 경우 신규 운전면허 신청 또는 갱신, 타 주 전입신고 단계에서 시민권 상태 공개를 강제하지 않아 일부 비시민권자가 유권자로 부적절하게 등록되는 사례가 있었다는 것이다.

미국 대선일인 지난달 5일 켄터키주 프랭크포트의 한 소방서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투표를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유권자 명부 관리ㆍ감독 취약”


AFPI는 또 유권자 명부의 정확성에 중대한 취약점이 있다고도 했다. 최근 텍사스ㆍ오하이오ㆍ버지니아 등 몇 개 주에서 유권자 명부 감사를 벌인 결과 상당수 비시민권자가 오른 사실을 발견하고 이들을 삭제하는 조치를 취했다고 예시하면서다.

이와 함께 AFPI는 투표 발의안에 대한 외국인의 영향력 행사를 부정선거 두 번째 문제로 지적했다. 미 연방선거위원회(FEC)는 2021년 외국인이 미국 투표 발의안에 기부금을 낼 수 있도록 허용했는데, 이후 미국의 국내 정책 수립에 외국인의 참여 기회가 대폭 늘었다는 주장이다.


“투표 발의안 기부, 풀뿌리 취지 위배”


AFPI는 관련 사례로 외국의 영향력 있는 인사들이 펜타닐의 소지자 처벌수위를 낮추고 급진적인 낙태를 허용하는 내용의 오하이오주 헌법 개정안을 지지하는 데 1500만 달러 이상을 지출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이는 투표 발의안이 풀뿌리 시민이 주도하는 절차라는 취지에 반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AFPI는 앞서 지난 9월 비시민권자 투표 금지법 모델을 제시한 바 있다. 연방 법은 비시민권자의 연방 선거 투표를 금지하지만 개별 주 단위에서 비시민권자의 유권자 등록 및 투표 여부를 확인하는 법이 부재한 경우가 많다면서 해당 법안 모델을 각 주 정부가 도입할 것을 촉구했다. 여기에는 유권자 등록을 할 때 ▶미국 여권 ▶미군 신분증과 함께 출생지가 미국임을 증명하는 미군 복무 기록 또는 정부 발생 사진이 부착된 신분증 등을 반드시 제시하는 내용이 담겼다. 또 선거 관리 공무원이 시민권 증명 서류를 내지 않은 사람을 유권자로 등록하거나 비시민권자로 확인된 사람을 14일 이상 유권자 명부에 남겨두는 경우 3만 달러 이하의 벌금 또는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는 처벌 규정을 담았다.

친트럼프 성향의 미국 싱크탱크 미국우선정책연구소(AFPI)가 10일(현지시간) 펴낸 보고서 ‘외국의 영향력으로부터 미국 선거 보호’ 표지. 사진 AFPI 홈페이지 캡처


AFPI, 트럼프 2기 실세 중 실세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달 14일 AFPI 연례 행사에서 “정말 대단한 일을 해냈다”며 이 단체에 특별한 감사를 표했다. 트럼프가 대선 승리 뒤 처음 공개적으로 모습을 드러낸 자리였다. 이후 AFPI 창립자 린다 맥마흔과 브룩 롤린스를 각각 교육장관ㆍ농림장관에 지명하는 등 이 단체 출신 인사들이 백악관과 차기 행정부 내각에 대거 발탁됐다. AFPI를 두고 ‘예비 백악관’이란 말이 나오는 배경이다.

트럼프 당선인 핵심 측근 중 하나인 프레드 플레이츠 AFPI 부소장과 스티브 예이츠 AFPI 중국정책구상 의장이 지난 7월 한국을 방문했을 때 한국의 4월 총선 부정선거 의혹을 주장해 온 박주현 변호사(전 대통령 직속 특별감찰관)를 만난 사실이 최근 알려지기도 했다.

AFPI는 선거 관련 연구 보고서를 꾸준히 내며 부정선거 이슈 공론화를 시도했고, 트럼프 당선인 역시 대선 기간인 지난 9월 “재집권하면 선거 부정행위자들을 강력 처벌하겠다”고 하는 등 부정선거 의혹을 지속적으로 제기하며 선거제도 개정을 공언해 왔다. 이런 가운데 AFPI가 부정선거 방지 법안 입법화를 촉구하고 나서자 트럼프 당선인이 AFPI가 마련한 법안의 입법화를 몰아붙일 가능성이 크다는 예상이 나온다.

지난 7월 9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미디어 인터뷰에 참석한 미국우선주의정책연구소(AFPI) 프레드 플라이츠(왼쪽) 부소장과 스티브 예이츠 중국정책구상 의장. 뉴스1


‘부정선거론, 과학적 증거 부재’


하지만 그간 몇 차례 있었던 독립적 기구의 조사와 연방 법원 및 주 법원 판결에서 부정선거는 실체가 확인되지 않았고 과학적 증거가 없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트럼프의 주장이 지지층 결집을 위한 정치적 동기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보는 민주당은 “근거 없는 부정선거 의혹을 퍼뜨리는 트럼프는 자신이 이기지 않는 모든 선거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트럼프와 그 지지자들의 부정선거론이 일관성이 없다는 비판도 나온다. 11ㆍ5 대선 전 실시된 폴리티코ㆍ모닝컨설트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지지자의 87%는 ‘부정선거로 결과가 바뀔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트럼프가 승리한 뒤 진행된 조사에서 ‘부정선거가 있었다고 확신한다’는 응답은 24%로 확 줄었다. 한편 AFPI는 미디어담당 수석이사 겸 수석대변인에 친트럼프 보수성향 매체 뉴스맥스 앵커 출신의 젠 펠레그리노를 영입했다고 밝혔다.

워싱턴=김형구 특파원 kim.hyoung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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