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행도 부르고 다만세도 불러요"…K-팝도 이제는 '민중가요'

임주형 2024. 12. 12.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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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팝이 새로운 '민중가요'로 떠오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3일 비상계엄 사태 이후 윤석열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는 집회가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그룹 소녀시대, 에스파 등 히트곡 청취율이 급증했다.

실제 여러 촛불 집회 현장에선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 에스파의 '위플래시' 등이 울려 퍼졌다.

올해 집회에선 에스파 위플래시, 데이식스 '한 페이지가 될 수 있게', 블랙핑크 로제 '아파트' 등 최신 히트곡도 사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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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시대 '다만세', 에스파 '위플래시' 등
2016년 이화여대 집회서 처음으로 쓰여

K-팝이 새로운 '민중가요'로 떠오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3일 비상계엄 사태 이후 윤석열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는 집회가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그룹 소녀시대, 에스파 등 히트곡 청취율이 급증했다.

실제 여러 촛불 집회 현장에선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 에스파의 '위플래시' 등이 울려 퍼졌다. 다시 만난 세계는 2007년 발표된 소녀시대의 대표곡이다.

2030세대와 4050세대, 60대 이상 등 전 연령이 퇴진 시위를 하러 여의도에 함께 모여있다. 연합뉴스

시위 참가자의 연령 폭이 확대하면서 K-팝이 '세대 간 가교'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2000년대 초반에 흥행했던 걸그룹 노래는 지금의 2030 세대와 40대 이상 연령대 모두에게 친숙한 탓이다.

국내 대표 음원 플랫폼 '멜론'에서도 비상계엄이 선포된 지난 3일을 기점으로 일주일(12월 3~9일)간 '다시 만난 세계' 청취자 수가 직전 일주일(11월26~12월2일) 대비 23% 증가했다. 신예 그룹들의 경쟁이 치열한 멜론 차트에서 17년 전 노래가 '역주행' 현상을 보이는 건 이례적인 일이다.

다시 만난 세계가 집회 현장에 처음으로 쓰인 시기는 2016년 이른바 '이화여대 사태'다. 당시 이화여대가 평생교육 단과대학을 설립하려 하자, 일부 재학생들은 이에 대해 반발하며 거리로 나섰는데 당시 학생들은 민중가요의 대체재로 다시 만난 세계를 택했다. 이런 모습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 화제를 모았다.

민중가요 대신 K-팝이 시위 분위기를 주도하면서 고령 세대로 아이돌 문화가 전파되는 현상도 포착된다.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올해 집회에선 에스파 위플래시, 데이식스 '한 페이지가 될 수 있게', 블랙핑크 로제 '아파트' 등 최신 히트곡도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다시 만난 세계가 주력으로 쓰이는 이유는 '메시지'에 있다. 다른 아이돌 히트곡 가사는 현 사태와 그리 큰 관련이 없으나, 다시 만난 세계는 '미래를 향한 희망찬 메시지'를 품고 있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시위에 참여한 고령층이 이번 일을 계기로 젊은 세대 아이돌 문화를 배우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카카오톡 채팅방 등에는 "요즘 시위에서 불리는 노래라고 한다"며 아이돌 그룹의 최신곡을 소개하는 글이 게재되기도 했다. 또 아이돌 콘서트에 흔히 쓰이던 발광 다이오드(LED) 응원봉이 진짜 촛불을 대체하는 등, 아이돌 응원 문화가 시위에 역수입되는 현상도 포착된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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