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수리스크 이번엔 없지만…탄핵 소용돌이에 경영계도 ‘예의주시’ 

이소연 2024. 12. 12.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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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감한 투자보다는 보수적으로”…길어지는 탄핵 정국에 재계도 ‘촉각’
- 급등하는 환율·대외신인도 하락까지…산업 지원 법안도 국회 표류 중
- 전문가 “탄핵 정국 길어지면 소비·투자 위축 자명해”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내란죄 윤석열 퇴진! 국민주권 실현! 사회대개혁! 범국민촛불대행진’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박효상 기자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정국이 지속되며 경영계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지난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때에는 ‘총수리스크’가 가장 큰 문제였으나, 지금은 불경기 등으로 인한 ‘경영시계 제로’를 우려 중이다. 

12일 재계에 따르면 탄핵 정국이 이어지는 것 관련해 금리·환율 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오는 2025년 사업계획 수립에서도 ‘위기관리’를 강조하는 분위기다. 과감한 투자 계획을 수립하기 보다는 우선 보수적으로 상황을 보고 있다는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특기할 만한 피해나 영향은 없지만 불확실성으로 인해 기업 모두 현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며 “국내 상황은 물론 국제 경제도 좋지 않다보니 작은 충격도 전보다 더 크게 체감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튿날인 4일 자정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2문 앞에서 시민들이 모여 “계엄철폐, 계엄무효”를 외치고 있다. 사진=유희태 기자 

기업들이 맞는 탄핵 정국은 이번이 두 번째다. 2016년 박 전 대통령 탄핵 당시, 재계는 정경유착 의혹에 골머리를 앓았다. 당시 청와대가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현 한경협)에 압박을 넣어 다수의 기업에 미르·K스포츠재단에 총 774억원을 출연하게 한 사실이 수면 위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또한 출연금을 낸 기업에 특혜를 주었다는 의혹도 불거졌다. 이로 인해 삼성과 SK, 현대차, LG 등 4대 그룹은 전경련을 탈퇴했다. 일부 총수들은 해당 사건과 관련해 재판을 받기도 했다. 

현 탄핵 정국은 2016년과는 결이 다르다. 윤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로 인해 촉발된 탄핵이기에 기업과 정치·경제적 문제로 엮이지 않았다. 다만 기업 입장에서 경영 불확실성으로 인한 어려움에 놓여있다. 급등하는 환율과 하락하는 대외신인도, 급변하는 정세 등으로 인해서다. 

계엄령 후폭풍으로 인해 기존 1300원대를 유지하고 있던 원·달러 환율은 1400원대로 뛰었다. 일각에서 1500원대로 갈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으며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고환율이 이어질 경우, 원재료 비용이 증가한다. 수출로 인해 일시적 흑자가 늘어날 수 있지만 그 효과는 크지 않다. 지난 3월 산업연구원의 리포트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이 상승할 경우, 대규모 기업집단의 영업이익률은 일부 감소한다. 원화 가치 상승에 따른 매출 상승효과가 사실상 사라졌다는 것이다. 

대외신인도 하락도 큰 문제로 꼽힌다. 지난 7일 국회에서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 소추안이 부결되며 불안한 정세가 지속될 수 있다는 우려가 인다. 수출 위주의 중소기업에서는 일부 타격을 느끼고 있다. 기존에는 문제없이 거래를 진행해 오던 해외 거래처에서 거래선을 바꿀 의향 또는 거래 지속을 망설이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는 전언이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에서는 국내 사정을 정확히 모르니 불안하다고 생각해 일부 우려가 있는 듯하다”고 이야기했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이주호 교육부 장관, 안덕근 산업부 장관 등이 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관계부처 합동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와 국회가 일부 기능을 멈추며 발생하는 문제도 있다. 반도체특별법과 인공지능(AI)법 등 기업에서 염원하고 있던 법안 등이 표류하게 된 것이다. 해당 법안들은 연내 통과가 기대됐으나, 탄핵 정국이 지속되며 2025년으로 밀릴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국제 정치·경제 상황이 출렁이는 점도 기업에는 부담 요소다. ‘미국 우선주의’를 주창하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2기가 도래하고 있다. 관세 등 통상 관련 긴밀한 밑 작업에 나서야 할 상황에서 수장인 대통령이 사실상 자리를 비워 차질이 빚어지게 됐다. 또한, 세계 경제는 2016년과 비교해 침체기를 맞고 있다. 

서울 도심 풍경. 사진=곽경근 대기자 

전문가는 탄핵 정국이 결론 나지 않은 채 지속되면 경제·산업에 큰 충격이 올 것이라고 진단했다. 허준영 서강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 소추안이 지난 주말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며 정치적 불안정성이 오래갈 수 있다는 걱정이 커지고 있다”며 “2016년에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중요한 반도체 산업이 ‘업사이클’을 타고 있었고, 경기 역시 바닥을 치고 올라오는 상황이었지만 지금은 경제 국면이 좋지 못하다. 탄핵 정국이 길어지면 소비랑 투자 또한 위축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허 교수는 “우리나라의 리더십이 갖춰지지 않을 경우 미국으로부터 ‘패싱’당할 우려도 크다”며 “경제 회복을 위한 ‘골든타임’을 놓쳐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황용식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도 “생산·투자·소비 등이 모두 감소돼 경기가 워낙 좋지 않은 상황이었다. 탄핵정국이 되면서 악재가 ‘엎친 데 덮친 격’”이라면서 “다만 우리나라의 경제 ‘기초체력’이 건실하기에 탄핵 정국의 불확실성이 해소되면 어느 정도 반등할 수 있다. 정치가 제대로 역할을 해 이런 우려를 해소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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