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벼락 같은 '영화관 입장권 부과금' 폐지, 영화계 충격

성하훈 2024. 12. 11.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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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예산 부수 법안으로 영비법 개정안 통과...야당 "복원할 것"

성하훈 영화저널리스트

영화발전기금(이하 영발기금)의 주요 재원인 영화관 입장권 부과금 폐지 법안이 폐지되면서 영화계가 당혹스러움을 나타내고 있다.

정기국회 마지막날인 10일 2025년 예산안을 처리시키면서 예산안 부수 법안으로 지정된 영화 및 비디오물 진흥에 관한 법(이하 영비법) 개정안도 통과시켰다. 50개가 넘는 법안이 속전속결로 처리되는 과정에서 영비법 개정안이 포함된 것이었다.

이는 지난 3월 윤석열 대통령이 폐지를 발표한 이후 국민의힘 이종욱 의원이 지난 10월 영화관 입장권 부과금 폐지를 규정한 개정한 발의한 데 따른 것이다. 찬반 토론없이 발의 의원의 제안 설명 이후 바로 표결에 들어가 찬성 217인 반대 33인 기권 13인으로 통과됐다. 개정 법안이 통과되면서 새해부터 영화관 입장권에 영발기금으로 3% 징수하던 부과금이 사라지게 됐다.

반드시 지키겠다고 약속했던 민주당
 10일 국회 영비법 개정한 표결 현황
ⓒ 국회방송
영비법 개정안 법안 통과에 영화계가 당혹감을 나타내는 것은 법안 통과를 전혀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이 법안을 통과시키지 않겠다고 공언했었기에 영화인들은 날벼락 같은 상황이라는 반응이다.

앞서 지난 11월 6일 국회에서 열린 한국영화 활력충전콘서트에서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임오경 의원은 "영발기금 고갈로 체육진흥기금이 계속 영발기금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영발기금과 관련해서는 가장 먼저 최우선적으로 우리 영화인들을 위해서 (영화관 입장권 부가금이) 폐지되지 않도록 반드시 지켜드리겠다"고 약속했다.

지난 7일 윤석열 퇴진을 요구하는 방송·미디어 콘텐츠 제작 종사자 340명은 윤석열 퇴진 성명을 발표하면서 "비합리적인 영화발전기금 폐지와 각종 독립영화 관련 예산 삭감은 미디어 종사자들의 구직난을 심화시켰다"며 비판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영화계 안팎의 이런 요구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은 결과적으로 폐지를 막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이날 상속세 및 증여세법 개정안과 소득세법 개정안이 민주당의 반대로 부결된 것과 비교하면 대조적이다.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도 법안 통과를 예상하지 못했던 듯 허둥대는 모습이 역력했다. 영진위 측은 "법안이 통과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며 "야당에서 지켜준다고 해서 안심하고 있었는데, 갑작스러운 소식에 황당하다"고 말했다.

한국독립영화협회 백재호 이사장은 "민주당 쪽에 확인해 봤더니 예산 부수 법안으로 상정돼 부득이하게 처리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며 "대안을 모색 중이라는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야당 문체위원들 중 찬성표가 있었다는 것은 충격이라고 덧붙였다. 민주당 문체위원들은 반대표를 던졌으나 유일하게 전주갑 김윤덕 의원만 찬성했다.

대안 모색과 관련해 임오경 의원은 11일 열린 문체위 전체회의에서 "영발기금 부과금 폐지는 민주당 예산 삭감안에 대한 기술적 철차로 영발기금 부과금 존속이 민주당 당론임은 변함이 없다"며 "조속한 시일 내에 부과금 존속 개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조국혁신당 김재원 의원도 "영비법 관련 법안이 예산 부수 법안으로 예고없이 자동 상정된 것이고, 법안들이 묶여 있어 거부시 관련 예산 항목 자체가 사라질 우려가 있어 문체위에서 기술적으로 처리한 것"이라며 "복원방안이 준비돼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강유정 국회의원실은 "앞서 발의된 법안을 수정할지 아니면 새로운 법안을 발의할지 논의 중이다"고 말했다. 지난 6월 임오경 의원 등 12인은 영화관 입장권 부과금을 3%이상 5%이하로 징수할 수 있는 법안을 발의했었다.
 영화발전기금으로 3%씩 징수하던 영화관 입장권 부과금이 2025년부터 사라지게 됐다.
ⓒ 성하훈
상영관 쪽은 원론적인 언급을 하고 있으나 내심 환영하는 분위기다. 이번 법안 통과로 상영관과 배급사가 절반씩 부담하던 수백억 부과금이 사라지면서 온전히 수익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대기업 상영관의 한 관계자는 "그간 정부가 영화발전기금을 영화관 입장권 부과금에 의존했다면 징수 재원을 다변화 필요가 있다"며 영화관 입장권 부과금 폐지가 그 출발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2025년 예산 677조를 기준으로 할 때 영화예산이 비중이 0.0013%에 불과하다며 국고에서 영발기금을 지원하거나 아니면 다른 방안을 마련하는 게 맞다"고 덧붙였다.

영화 예산 증액 무산
 지난 11월 6일 국회에서 열린 한국영화 활력충전 토크콘서트 진행을 맡고 있는 민주당 임오경 의원(가운데). 이날 임오경 의원은 영화발전기금으로 징수되는 영화관 입장권 부과금이 폐지되지 않도록 지키겠다고 약속했었다.
ⓒ 성하훈
그러나 정부가 이야기했던 입장권 인하 효과는 미미할 것으로 전망된다. 법적으로는 관객이 내는 부과금이라고 규정돼 있으나 극장과 배급사 쪽은 자신들의 수익으로 내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1인당 450원 정도였던 부과금이 사라진다고 해도 영화관 입장료에 빠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영발기금의 대부분을 차지하던 영화관 입장권 부과금이 사라지면서 정부가 적극 지원하지 않는 한 영화예산의 축소도 불가피하게 됐다. 새로운 재원 확보가 있지 않으면 한국영화산업 특히 독립영화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돼 한국영화의 위기가 심화될 전망이다.

한편 정부가 증액에 동의하지 않아 야당 주도의 감액 예산안이 통과되면서, 문체위에서 증액했던 서울독립영화제 예산 삭감 복원과 영화제 예산 증액 등도 모두 무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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