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집회' 보도하는 언론이 간과한 것
[정다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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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집회가 끝난 후 앵콜을 외치는 사람들 2024.12.08 18시54분국회의사당 앞 |
| ⓒ 정다나 |
특히 10대, 20대 여성들의 목소리가 현장에서 가장 많이 울려 퍼졌는데 이들은 대부분 밝은 빛을 내는 응원봉을 손에 쥐고 있었다. 엔시티, 세븐틴, 뉴진스, 트레저를 포함한 수많은 케이팝 아이돌의 팬들이 노래에 맞춰 자신의 응원봉을 흔들었다. 해가 한창 떠있는 오후 3시에 집회가 시작되어, 금방 겨울의 해가 저물고 밤이 되었지만 현장은 낮보다 더 밝은 빛으로 가득 찼다. 집회현장은 촛불이 아니라 아이돌의 응원봉이 발사하는 다양한 색의 빛으로 형형색색 물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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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7일 저녁 서울 여의도 국회 인근에서 윤석열 탄핵 촛불 집회가 열렸다. '응원봉을 든 오타쿠 시민 연대' 등의 깃발을 든 아이돌 팬들의 참여가 눈에 띈다. |
| ⓒ 김예지 |
시위 현장에는 '응원봉을 든 오타쿠 시민 연대' 등의 깃발을 든 단체가 등장하고, 같은 연예인을 좋아하는 팬들끼리 모여 집회에 참여한다는 글이 공유되면서 이전까지 혼자 집회에 참여하는 것에 막막함을 느끼던 여성들이 함께 연대하여 행동할 수 있게 되었다.
동시에 집회현장에 직접 참여하지 못 하는 팬들의 응원도 이어졌다. 많은 사람들이 국회의사당 부근의 카페 또는 음식점에 자신이 좋아하는 연예인의 이름으로 따뜻한 음료와 김밥 등을 선결제하고 이를 SNS에 공유하였다. 이에 집회에 참여하는 팬들이 가게를 찾아가 자신이 좋아하는 연예인의 이름을 암호처럼 말하면 선결제 된 음료 또는 음식을 받을 수 있었다.
콘서트를 자주 관람하는 사람으로서 이번 집회의 진행방식이 아이돌 콘서트의 진행방식과 많은 유사성을 지닌다고 느꼈다. 집회가 마무리되고 자리에 모인 사람들이 해산하는 듯 싶었으나, 스피커에서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가 나오자 손에 응원봉을 쥔 소녀들이 다같이 앞으로 달려나가 '앵콜 집회'를 시작하는 장면을 목격했다. 여러 번의 앵콜곡이 끝나고 사회자가 이제 해산하라고 말했지만 사람들은 끝까지 물러나지 않고 앵콜을 외쳤다.
이와 동시에 '전광판 타임'이 진행되었다. '전광판 타임'은 주로 아이돌 콘서트의 쉬는 시간에 진행되는 이벤트로, 전광판에 팬들이 직접 쓴 감동적이거나 유쾌한 멘트가 적힌 플래카드를 비추는 시간이다. 이처럼 집회의 끝자락에는 앵콜곡과 함께 전광판에 'OO(좋아하는 아이돌 이름)야, 살기 좋은 세상 만들어줄게', '음악방송 빼앗긴 빠순이가 어디로 가는지 보여줄게'와 같은 멘트들이 차례대로 비춰지며 유쾌한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느끼는 것과 직접 행동하는 것 사이에는 큰 간격이 있다. 한 손에는 '응원'의 도구인 응원봉을 쥐고, 다른 손에는 '사랑'을 말하는 플래카드를 들고, 같은 연예인을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함께 모여 '투쟁'하는 이들. 결국 이들을 집회로 이끌고 '투쟁'하도록 만든 것은 역설적이게도 누군가를 '사랑'하는 마음이다.
한편 청년들의 공론장으로 이미지를 탈바꿈한 촛불집회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탄핵 촉구 집회라는 정치적 행동에 많은 청년들의 참여와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것에 성공하였으니 이제는 집회의 목적과 본질에 대해 신중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지적이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집회의 탈정치화를 걱정한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촛불집회는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을 촉구하는 명백한 정치적 행위다. 하지만 내가 우려하는 것은 언론이 '평화적 집회', 'MZ집회', '신나는 집회'와 같은 수식어를 남발하며 집회를 페스티벌처럼 즐기는 청년들의 사진을 보도하는 것과 이어지는 '탈정치화'라는 프레임이다.
언론 등은 집회에 참여하는 청년들이 콘서트나 페스티벌을 즐기러 간 것이 아니라 자신의 정치적 의사를 표현하기 위해 온 것이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집회의 형식은 마음속으로 분노와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던 청년들이 두려움 없이 가벼운 마음으로 직접 현장에 나오도록 이끄는 수단이 되었을 뿐이다.
청년층의 참여와 함께 다양한 콘텐츠와 음악이 준비된 것은 사실이나, 내가 바라본 집회의 청년들은 단순히 춤추고, 노래하고, 즐기기 위해 집회에 참여한 것이 아니었다. 나 또한 그러하듯이 이들은 자신이 발 딛고 있는 땅의 미래를 그리며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일에 대한 분노, 더 나은 세상을 향한 희망, 그리고 민주주의를 지켜내고자 하는 사명감을 품은 채 자리를 지킨 것이다. 집회에 온 청년들을 정치를 모르는 'MZ'라는 프레임에 가두는 일은 경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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