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을 누가 잡을 것인가
[이병한 기자]
▲ ‘내란수괴 윤석열 즉각 탄핵 시민촛불’ 집회가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앞에서 거부권을거부하는전국비상행동 주최로 열리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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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오전 브리핑을 연 경찰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단(단장 우종수 본부장)은 윤 대통령의 긴급체포에 대해 "요건에 맞으면 긴급체포를 할 수 있다, 다만 요건에 맞는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가능성을 열어놨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이날 오후 3시경 윤 대통령 출국금지를 요청했고 법무부가 승인했다. 이날 늦은 밤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는 이미 긴급체포한 김용현 전 국방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윤 대통령 목전까지 온 것이다.
8년 전 헌정 사상 첫 탄핵이 이루어진 국정농단 사건의 경우 박근혜 대통령이 구속된 건 특검법 통과(2016년 11월 17일) → 국회 탄핵소추안 통과(2016년 12월 9일) → 헌법재판소 탄핵 인용(2017년 3월 10일) 이후인 2017년 3월 31일이다. 하지만 이번 12.3 윤석열 내란사태의 경우 그때와는 다르게 흘러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내란이라는 사안이 그때보다 훨씬 엄중하고 ▲윤 대통령의 혐의점이 뚜렷해 수사 자체가 어렵지 않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당에 의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기각되면서 불확실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헌법상 탄핵에 의한 직무정지와 긴급체포 구속에 의한 실질적 직무정지, 둘 중 하나를 일분일초라도 빨리 해야한다"며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이전에 우선적 대안은 윤석열 긴급체포"라고 촉구했다.
▲ 우종수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이 9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국수본에서 12·3 계엄 사태 수사 상황 관련 첫 브리핑을 하기 위해 단상으로 향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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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는 법원 영장에 의한 체포다. 보통 수사기관에서 수차례 출석을 요구했는데 불응하는 경우 사용되는 방법이다. 하지만 법률가 출신인 윤 대통령이 체포영장 발부 상황까지 갈지는 미지수다. 한 변호사는 "통상 출석을 위한 조율 과정을 거치는데, 현직 대통령 신분이니만큼 이 과정을 최대한 이용해 시간을 끌 것"이라고 말했다.
세번째는 영장청구를 통한 구속이다. 가장 일반적인 방법이기는 하지만, 당사자 소환조사 등 어느정도 수사를 거친 후에 해야하기 때문에 가장 시간이 걸린다. 윤 대통령 바로 밑에서 내란사태를 지휘한 김용현 전 국방부장관이 긴급체포된 때가 8일 오전이므로, 이때부터 최소한 20일(긴급체포 기간을 포함한 구속 만료 기간) 이후에야 이루어질 거라는 게 통상적인 전망이다.
하지만 이는 모두 교과서적인 서술일 뿐, 현실은 매우 복잡하고 유동적이다. 한 전직 검사는 "윤 대통령 체포는 사전 준비와 과감성의 영역"이라며 "준비가 되면 바로 체포영장을 청구하고, 보통은 청구는 공개하지 않지만 이 사안의 경우 워낙 공익 사안이기 때문에 청구했다고 공개하면서 압박해가는 전술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 현직 검사는 "체포영장 청구를 위해 출석을 요구하면 버틸 수도 있지만, 결국 여론의 압박에 견디기 힘들 것"이라며 "그 과정에 탄핵안이 통과되거나 자진 하야로 인해 상황이 달라질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검찰 출신 야당 의원은 "아직 현직 대통령 신분이니만큼 체포라는 방법보다는 사전구속영장이 정도"라며 "빠른 수사 후 김용현 기소 전이라도 구속영장을 청구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 박세현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 본부장(서울고검장)이 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 기자실에서 수사 관련 브리핑을 열고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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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에는 윤 대통령 내란죄를 수사하는데 꼭 필요한 두가지가 부족하다. 첫째는 법적 권한이다. 검찰에는 내란죄에 대해 직접 수사권이 없다.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를 수사할 수 있으므로 그 연관 범죄로 내란죄를 수사하겠다는 논리를 펴고 있지만, 아무리 급해도 바늘 허리에 꿰어 쓸 수 없다는 지적이 많다. 직권남용 수사권도 법률이 아닌 시행령에 있을 뿐이어서, 내란·외환 혐의 외에는 불소추 특권이 있는 대통령 신분에 의해 자칫 법원에서 기각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윤 대통령은 이미 검찰총장 징계 취소소송 당시 징계위 소집의 절차적 흠결을 문제 삼아 항소심에서 무죄를 받아낸 전례가 있다.
두번째는 국민적 신뢰다. 현재 검찰이 적극 나서는 상황에 대해 여론은 결코 우호적이지 않다. 그동안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의 이익에 충실히 복무해온 검찰이 이 사건을 수사할 자격이 있느냐는 것이다. 일부러 은폐 또는 봐주기 위한 것 아니냐는 의심까지 나온다.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9일 긴급 회견을 열고 "검찰은 윤석열·김건희 정권에게 입 속의 혀처럼 굴며 이권과 자리를 챙기더니, 검찰독재정권 몰락이 가시화되자 주인에게 이빨을 드러낸다"고 "검찰은 더러운 손을 떼라"고 맹비난했다. 이런 성격의 수사에서 국민적 지지가 필수적인만큼 검찰의 치명적인 약점이다.
이런 검찰의 약점에서 경찰은 비교적 자유롭다. 무엇보다 내란죄 수사권이 경찰에 있기 때문에 법률적 분쟁의 소지가 없다. 야당 측에서 국수본에 힘을 실어주는 것도 경찰로서는 좋은 환경이다. 9일 오전 국민의힘을 제외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국수본을 찾아가 면담한 뒤 "국수본이 이번 사건을 국가의 내란 사건으로 규정하고 적극적 의지를 갖고 수사에 임하고 있다고 확인했다"고 밝혔다.
수사도 제일 빠르게 시작했다. 국수본 특별수사단은 가장 먼저 김용현 전 국방장관의 집무실과 공관, 자택 등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해 받아냄으로써, 검찰에 사건을 빼앗기지 않을 수 있었다. 형사소송법 197조4(수사의 경합)에 따르면, 검찰과 경찰이 동일한 사건을 수사할 때 검찰이 요청하면 경찰은 사건을 넘겨야 하지만, 경찰이 먼저 영장을 신청하면 그렇지 않다. 수사 상황 전개를 살펴보면, 경찰이 김용현 영장을 청구한 게 6일 밤 이전이고, 공수처가 6일 심야에 청구했다가 중복으로 인해 기각됐으며, 검찰이 김 전 장관 신병을 확보한 게 8일 새벽부터 오전 상황이다. 이 때문에 경찰의 빠른 압수수색 움직임을 감지한 김 전 장관이 스스로 검찰을 골라 찾아갔다는 해석이 나온다.
하지만 경찰에는 결정적으로 없는 게 있다. 바로 독자적인 영장청구권과 기소권이다. 특히 영장청구권이 없다는 건 윤 대통령을 수사하는 데 치명적인 약점이 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정치권을 중심으로 경찰과 공수처가 힘을 합쳐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공수처는 현재 수사에 나선 기관 중 수사 역량이 제일 부족하다고 평가되지만, 영장청구권이 있다.
▲ 이재승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차장이 9일 오전 경기도 과천 공수처에서 열린 비상계엄 관련 사건 이첩 요구 언론 브리핑에 앞서 인사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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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란죄 수사 국면에서 아직 등장하지 않은 또하나의 플레이어가 있다. 바로 특별검사다. 특별검사가 등장하면 현재 검찰, 경찰, 공수처가 가지고 있는 약점들이 모두 극복 가능하다. 하지만 몇가지 장애물을 넘어야 한다.
12.3 계엄이 해제된 바로 다음날인 지난 5일 이미 내란죄를 수사할 상설특검안이 발의된 상태다. 10일 본회의를 통과할 가능성이 높고, 상설특검안인만큼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대상이 아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특검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고 버틴다면 뾰족한 벙법이 없다. 또 특검이 임명된다 하더라도 20일의 준비기간을 뒀는데, 이 기간에는 "담당사건에 대하여 수사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명시되어 있다. 현 상황에서 20일은 꽤 긴 기간이다.
김용민 의원을 비롯한 민주당 의원 전원은 9일 상설특검과 별도로 내란죄를 수사할 일반특검법도 발의했다. 특검을 윤 대통령이 임명하지 않더라도 이틀이 지나면 추천 후보자들 중 연장자가 자동으로 특검이 되는 조항을 넣었다. 또 준비기간 중에도 수사를 진행할 수 있게 하는 등 상설특검의 약점을 보완했다. 오는 12일 본회의에서 통과시킨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이 특검법은 결정적으로 윤 대통령의 거부권이라는 벽을 넘어야 한다.
▲ 12.3내란 사태를 일으킨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이 국회에서 표결에 붙여질 예정인 7일 오후 여의도 국회앞에 모인 시민들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 가결과 국민의힘 의원들의 동참을 촉구하고 있다. |
ⓒ 권우성 |
▲ 7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에서 열린 '내란죄 윤석열 퇴진! 국민주권 실현! 사회대개혁 범국민촛불대행진'에 참석한 시민들이 탄핵투표에 참여하지 않고 본희의장을 떠난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투표참여를 요구하며 중계방송을 보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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