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체포돼 유고되면…'질서 있는 퇴진' 위헌 논란 없어진다

고수정 2024. 12. 9. 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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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 출국금지 당해…헌정 사상 초유의 일
체포·구속 등 강제수사 목전이란 전망 지배적
이 경우 헌법 71조 따라 국무총리가 권한대행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한덕수 국무총리가 8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대국민 공동 담화를 하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 내란죄 혐의 피의자로 입건돼 출국금지 조치를 당했다. 현직 대통령에 대한 출국금지는 사상 초유의 일로, 윤 대통령 체포·구속 등 강제수사가 목전에 다가왔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현직 대통령의 신변이 구속된다면 유고 상태로 전환돼 국무총리가 법적으로도 적법한 직무대행을 맡게 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질서 있는 퇴진' 구상이 위법성 논란에 따른 부담을 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9일 배상업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검찰 등이 법무부에 내란 혐의 수사와 관련해 윤 대통령에 대한 출국금지를 신청한 데 따라 출국금지 조처를 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이르면 이번주 윤 대통령 체포·구속 등 직접적인 강제수사가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헌법에서 현직 대통령은 불소추특권이 있지만, 내란이나 외환의 죄를 저지른 경우는 예외다. 현직 대통령이 내란죄를 저질렀다면 수사와 체포·구속은 물론 기소까지 모두 가능하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은 형법 제87조에서 규정하고 제91조 2호에서 설명하는 내란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한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형법 제87조는 '대한민국 영토 전부 또는 일부에서 국헌을 문란하게 할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킨 자'는 내란죄로 처벌하도록 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현직 대통령이 어떻게 '국헌 문란'을 저지를 수 있느냐고 의문을 품기도 하지만, 형법 제91조는 '국헌 문란'의 의미에 대해 '헌법기관을 강압에 의해 전복을 시도하거나 그 권능행사를 불가능하게 하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국회와 국회의원은 헌법기관이다. 국회에 침입해 회의를 불가능하게 하려 했거나, 개개인이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에게 물리력을 행사해 그 출입을 방해하거나 체포·구금을 기도했다면 곧 '국헌 문란'이다.

이처럼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발동이 내란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한다는 혐의를 받는다면, 헌법이 규정한 불소추특권의 예외에 해당해 기소가 가능하고, 기소를 전제로 하는 체포와 구속 또한 가능하다.

신지호 국민의힘 전략기획부총장은 전날 MBC라디오에서 "현직 대통령은 불소추특권이 있어서 수사를 하기가 어려운데 내란죄의 경우에는 불소추특권의 범위 내에 들어있지 않다"며 "현직 대통령이라도 구속 수사까지도 가능하다. 강제수사를 통해 그런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고 책임을 지우는 게 맞다"고 말했다.

박상수 국민의힘 대변인도 같은 날 페이스북에 "대통령 불소추특권의 예외가 있다. 재임 중 대통령에 대한 수사가 가능한 것은 내란죄와 외환죄뿐"이라며 "어제(7일) 대통령은 정치적·법적 책임을 진다고 했고 헌법상 대통령도 재임 중 내란죄로 긴급체포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현직 대통령 구속은 헌정사상 초유의 사태이지만, 실제로 구속된다면 정상적인 직무집행을 할 수 없다는 건 의문의 여지가 없다. 따라서 이는 이른바 유고에 해당해 국무총리가 대통령 직무를 적법하게 대행하게 된다.

윤 대통령은 지난 7일 대국민담화를 통해 "나의 임기를 포함해 앞으로의 정국 안정 방안은 우리 당에 일임하겠다"라고 밝히며 2선 후퇴 의사를 밝혔고, 실질적인 직무정지 상태에 있다. 하지만 이러한 상태에 대해 헌법적·법률적 근거가 없기 때문에 이른바 '질서 있는 퇴진'이 위헌·위법한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지속적으로 제기돼왔다.

헌법에 따르면 대통령은 국가원수로 외국에 국가를 대표하며, 국군을 통수한다. 공무원 임면, 조약체결, 외교사절, 선전포고·강화, 계엄선포 등 권한도 대통령에게 속한다. 법적인 대통령 권한은 여전히 윤 대통령에게 있는 것이다.

당장 이날 법사위 전체회의에 참석한 국방부 장관 직무대행 김선호 차관도 "현재 군 통수권은 대통령에게 있다"며 "통수권자로서 권한이 법적으로 정지됐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실제 윤 대통령은 전날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면직을 재가하는 임면권을 행사한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은 대통령의 '일임'에 따른 총리의 국정운영은 위헌이라며 인정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도 전날 국회에서 만난 기자들로부터 '군 통수권자가 누구냐'는 질문이 세 차례나 나왔지만 답을 하지 못했다. 엄연히 대통령이 있는데 임의로 직무배제시키고 국무총리가 그 직무를 대행하면서 여당과 협의를 통해서 국정 운영을 하는 것이 위헌이라는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김종혁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이날 CBS라디오에서 한 대표와 한덕수 국무총리가 윤 대통령 2선 후퇴 후, 국무총리 주도로 정국을 운영한다고 한 것에 대해 "(현재로서는) 법적으로 가능한 문제는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윤 대통령이 체포·구속되는 등 누가 봐도 분명한 '유고(有故)' 상황이 되기 전까지는 법적인 직무대행이 아니라, 엄밀히 말해 정치적 직무대행이라는 것이다.

김 최고위원은 "박근혜 대통령 당시엔 여야가 합의해 총리를 정해줄테니 넘기라는 이야기가 있었지만, 그것은 탄핵 논의가 있기 전"이었다며 "지금 현재 대통령이 '2선'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정치적 선언"이라고 해설했다.

다만 윤 대통령이 현직 대통령 신분으로 내란 혐의로 수사를 받다가 체포·구속 등 구금되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질서 있는 퇴진' 구상에 위법적 논란 부담은 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헌법 71조는 '대통령이 궐위 되거나 사고로 인하여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에는 국무총리, 법률이 정한 국무위원의 순서로 그 권한을 대행한다'고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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