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7=국회봉쇄, HID=체포, 방첩사=연행…김용현 계획은 이랬다

이근평, 이유정, 심석용, 김지선 2024. 12. 9.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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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ㆍ3 비상계엄’ 당시 신병 확보가 이뤄진 주요 정치인을 인계 받아 특정 장소로 이동시키라는 지시가 하달됐다고 국군방첩사령부 관계자가 털어놨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주도로 군을 통한 ‘정치인 체포’, ‘연행·구금’, 그리고 ‘국회 봉쇄’로 요약되는 역할 분담이 차곡차곡 진행됐다는 정황 증거 중 하나인 셈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긴급 대국민 담화를 통해 비상계엄령을 발표한 가운데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운동장에 계엄군이 탄 헬기가 착륙하고 있다. 전민규 기자. 2024.12.04.


‘12ㆍ3 비상계엄’ 작전에 참여한 방첩사 고위 관계자는 9일 기자들에게 메시지를 보내 “여인형 사령관이 계엄 발표 이후인 3일 오후 10시 30분~11시 20분을 전후해 수십여통 전화로 방첩사 참모처장들에게 구두명령을 내렸다”며 “(김대우) 수사단장에게는 국회 이동 후 신병 확보된 몇몇 인사들을 인계 받아 의명 지정장소로 이동시키라고 했다”고 밝혔다.

해당 관계자에 따르면 신병을 인도 받을 인사 명단을 놓고 수사관들 진술이 3~10명 사이를 오가는 등 엇갈리는 대목이 적지 않다. 여 사령관의 명령에 혼선이 있었거나 수사관들이 비상식적인 상부 지시를 흘려들었을 수 있다. 앞서 지난 6일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은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직후 "싹 다 잡아들여 정리하라"고 직접 지시했고 방첩사로부터 구체적인 체포 대상 명단도 전달받았다고 진술했다.

홍 전 차장이 밝힌 명단은 우원식 국회의장,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박찬대 원내대표·김민석 수석최고위원·정청래 법제사법위원장,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 유튜버 김어준씨, 김명수 전 대법원장, 권순일 전 대법관 등이었다. 40여명 수사관이 국회로 향했다는 해당 관계자의 증언을 고려하면 신병 확보 대상자의 4배에 달하는 인원이 압송 작전에 투입된 것이다.

야권에선 체포조 역할은 국군정보사령부 예하 특수정보부대(HID)가 맡았다는 얘기가 나온다. 북파 공작과 관련한 임무를 수행하는 HID는 정보사 내에서도 최정예 부대로 꼽힌다.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윤 대통령과 김 전 장관이 정보사 특수부대를 활용해 체포조를 운용했다는 정황이 구체적으로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약 20명으로 구성된 체포조에게 비상계엄 직전인 3일 저녁 9시까지 4~5일 숙박할 수 있는 짐을 챙겨서 수도권 모처로 집결하라는 지시가 떨어졌다고 김 의원은 주장했다.

지난 4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비상계엄 해제요구안이 가결됐다. 뉴시스

주요 인사에 대한 체포가 이뤄지는 사이 윤 대통령과 김 전 장관은 국회 본회의장에 대해선 봉쇄 작전을 계획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현태 707 특수임무단장(대령)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곽종근 특전사령관이) 저에게 (작전) 중간에 말한 뉘앙스는 '국회의원들이 모이고 있다. (계엄 해제 요구안 가결 정족수인)150명이 넘으면 안 된다. 막아라'는 것”이었다며 “안되면 들어가서 끌어낼 수 있겠냐고 (곽 사령관이) 물었는데 제가 진입이 안된다고 답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여 사령관은 9일 YTN 인터뷰에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명단을 불러주면서 포고령 위반과 관련해 신병 확보 등의 조치를 준비하라"고 했다고 전했다.

이 같은 퍼즐을 맞춰보면 윤 대통령과 김 전 장관은 707 특임단의 신속 투입으로 국회 출입을 막아 계엄 해제안의 가결을 막는 동시에 요인 체포와 암살에 특화된 HID를 동원해 주요 정치인 신병을 확보하려 했을 수 있다. 이후 방첩사 수사관들이 이들을 인계받아 구금시설로 데려가는 큰 그림 아니었냐는 의미다. 방첩사 관계자가 언급한 의명 지정장소란 사령부 내 합동수사본부 시설로, 이곳에는 피의자가 머물 수 있는 공간이 갖춰져 있다고 한다.

해당 계획은 결과적으로 실패했다. 방첩사 내부에선 연행조로 나선 수사관들조차 사실상 태업을 벌였다는 시각이 상당하다. 이 방첩사 관계자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명령에 수사관들이 이동 과정에서 커피를 마시거나 라면을 먹는 등 고의로 시간을 끌면서 소극적으로 임무를 수행했다”며 “수사관 40여명 중 단 한 명도 국회 안으로 들어가지 않았다”고 말했다. 실제 시간을 끌다가 국회에 가지 않았다는 진술도 다수 있었다는 게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김 단장 역시 707 특임단이 의원들의 본회의장 출입을 적극적으로 막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6시간 만에 비상계엄이 실패로 돌아가며 (HID) 체포조는 투입되지 않았다”며 “국회 봉쇄 작전이 성공했다면 체포조는 체포 작전에 돌입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제707특수임무단장 김현태 대령이 9일 오전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 기자회견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이 방첩사 관계자는 선관위 서버 확보를 염두에 둔 듯한 구체적인 임무 명령이 하달됐다고도 말했다. 여 사령관이 정성우 1처장(대리)에게 과천 중앙선관위 전산실의 출입을 통제하라고 명령하면서 상황 변화에 따라 서버를 복사할 수도 있다는 지침을 내렸다는 것이다.

하지만 1처장이 법무장교들의 토의를 거쳐 위법성이 있는 선관위 진입을 통제했고, 선관위로 향한 110여명 중 한 명도 선관위로 들어가지 않았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여 사령관은 그동안 각종 언론 인터뷰를 통해 선관위에 간 방첩사 요원이 계엄 해제 후 흐지부지 복귀했다고 설명하면서도 어떤 임무를 띠고 갔는지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다. 선관위 진입을 지시했다는 사실도 밝힌 적 없다.

이근평·이유정·심석용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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