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섭 뽑은 손 자르고 싶어", 대학교선 '표결불참' 시험문제… 난리 난 도봉구
[김성욱, 이정민 기자]
▲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서울 도봉갑)의 지역구 사무실 출입문이 9일 오후 케첩으로 얼룩져 있다. 지난 7일 김 의원은 국민의힘 의원 105명과 함께 내란 사태를 일으킨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표결에 불참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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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일 오후 서울 도봉구 국민의힘 도봉갑 김재섭 국회의원 사무실로 윤석열 대통령 탄핵 투표에 불참한 항의의 뜻을 담은 조화가 배달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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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섭아! 널 뽑은 내 손가락을 부러뜨리고 싶다! 제발 전화 받아!"
"재섭이 이놈아! 윤상현 말대로 1년 뒤면 국민이 달라질 거 같냐! 도봉구민은 절대 잊지 않는다! 역사의 죄인이 되지 마!"
9일 오후 서울 도봉구 쌍문동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 사무실 앞. 지난 7일 12.3 내란을 일으킨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국회 탄핵안 표결에 끝내 불참한 김 의원을 향해 도봉구민 200여명의 거센 항의가 빗발쳤다. 김 의원 사무실 앞에는 날계란이 날아들어 줄줄 흘렀고, '내란동조 내란부역자 김재섭', '국민은 절대 잊지 않는다', '탄핵 표결 불참 김재섭 의원에게 삼가 조의를 표합니다', '인스타 깔짝 페북 깔짝 시간 많은데 투표는 왜 안 함?'이라고 적힌 근조화환들이 속속 도착했다.
김 의원 사무실 앞 좁은 인도를 꽉 채운 도봉구민들은 "내란수괴 비호하는 김재섭을 규탄한다", "내란 동조 김재섭은 세금 내놔라", "김재섭은 윤석열 탄핵에 즉각 동참하라"를 외쳤다. 사무실 건물 내부 계단에는 '우리에게 살상무기를 겨눈 XX를 대통령으로 있게 할 수는 없어. 단순하게 생각해. 범죄자를 처벌하는 거야 - 분노하는 60대', '현실파악도 못하는 기회주의자 김재섭 너를 퇴출한다. 윤상현하고 잘 놀아라 - 지역구 주민'이라고 손 글씨로 적힌 항의 자보가 붙었다. 굳게 닫힌 김 의원 사무실 문고리에는 '김재섭 의원'이라고 쓰인 편지봉투가 아직 개봉되지 않은 채 놓여있었다.
김 의원 사무실 앞에 모인 인원의 절반 정도는 60대 이상 노년층, 절반 정도는 20~40대로 보였다. 도봉구의 평균연령은 47.9세로, 서울 25개 구 중 강북구(48.4세)에 이어 가장 나이든 지역에 해당한다(서울 전체 평균연령 44.7세). 이를 고려하면 상대적으로 젊은 층이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도봉구에 위치한 덕성여대 학생들도 수십 명이 함께 모여 규탄 구호를 외치고 있었다.
▲ 김재섭과 안귀령 9일 오후 서울 지하철 4호선 쌍문역 출구에 국민의힘 김재섭 국회의원의 플래카드와 더불어민주당 안귀령 대변인(민주당 도봉갑 지역위원장)의 플래카드가 나란히 걸려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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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일 오후 서울 도봉구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도봉갑) 사무실 앞에 탄핵안 표결 불참에 항의하려 모인 시민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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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일 오후 서울 도봉구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도봉갑) 사무실 앞에 탄핵안 표결 불참에 항의하려 모인 시민 중 한명이 든 종이. 39세인 이 시민은 나치 독일 전범인 아돌프 아이히만을 김재섭 의원에 빗댔다. 이 시민은 "명령에 따랐을 뿐, 당론에 따랐을 뿐이라는 변명은 국회의원으로서 무책임하다"고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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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일 오후 서울 도봉구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도봉갑) 사무실 앞에 탄핵안 표결 불참에 항의하려 모인 시민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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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의원 사무실 앞이 아닌 거리에서 무작위로 만난 도봉구민들도 대개 지역구 국회의원 김재섭 의원의 표결 불참에 크게 실망하고 분노하는 분위기였다. <오마이뉴스>가 이날 쌍문동과 창동 등 '도봉갑' 지역 내에서 만난 30명 중 김 의원의 표결 불참을 두고 '잘했다'고 답한 지역구민은 단 3명에 불과했다. 내란 사태 관련 실시간 뉴스가 틀어진 식당에서는 큰소리로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을 비판하는 시민들의 광경을 쉽게 볼 수 있었다. 4.19민주묘지역 주변의 한 국밥집에서는 '독재자 윤석열의 퇴장을 명한다'는 글씨가 큼지막하게 1면에 인쇄된 덕성여대신문이 테이블 여기저기에 놓여있었다.
도봉구 쌍문동 백운시장에서 만난 조아무개(여·79)씨는 "세상이 어떻게 되려고 계엄이라는 미친 짓을 했는데도 바로 탄핵을 못 시키나"라며 "김재섭 의원 평소에 그렇게 안 봤는데 이번에 크게 실망했다"고 했다. 역시 백운시장에서 만난 진아무개(여·63)씨는 "나는 1980년 광주 때 고등학교 2학년으로서 계엄을 경험해서, 12월 3일 밤 이후 한숨도 제대로 못 자 방광염이 다시 도졌다"라며 "나는 나이가 들어 시위에 못 나가지만, 젊은 사람들이 만사 제쳐두고 밖에 나가야 한다는 게 불쌍하고 미안하다"고 했다.
▲ 9일 오전 서울 도봉구 4.19민주묘지역 주변의 한 국밥집에 윤석열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모습이 1면에 대형 인쇄된 덕성여대신문이 여기저기 놓여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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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일 오전 서울 도봉구 쌍문동 빌라촌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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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일 오전 서울 도봉구 쌍문동 빌라촌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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험지인 서울 강북권에서 국민의힘이 당선된 건 김 의원이 유일했기 때문에 더 큰 주목을 받았다. 김 의원은 의정활동을 하면서도 김건희 여사 문제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는 등 당내 소장파 의원 5인(김재섭·김상욱·김소희·김예지·우재준) 중 한 명으로 분류돼왔다.
▲ 9일 오전 서울 도봉구 쌍문동에 위치한 덕성여대 앞에 플래카드가 붙어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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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문동 우이천변에서 만난 정아무개(남·68)씨는 "애초 이 동네는 파란당(민주당) 지역이지만, 파란당이 지역구 관리를 소홀했고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이 쌍문동 일대를 재개발하겠다는 공약을 내면서 표를 많이 얻었다"라며 "그런데 어제 윤상현과 얘기한 내용을 보니 소장파도 아니고 그냥 구태 같다. 김재섭 찍은 사람들도 다 후회하고 있다"고 했다.
앞서 윤상현 의원은 전날 8일 배승희 변호사 유튜브 채널에 출연한 자리에서 "김 의원이 '형, 나 지역에서 엄청나게 욕을 먹는다. 어떻게 해야 되냐'고 묻길래 '나도 박(근혜) 대통령 탄핵에 앞장서서 반대했다. 끝까지 갔다. 그때 나 욕 많이 먹었다. 그런데 1년 후에는 다 '윤상현 의리 있어 좋아' (그런 소리들을 하며) 그 다음에 무소속 가도 다 찍어줬다"고 발언해 논란을 샀다.
다만 창동역 주변에서 만난 최아무개(남·83)씨는 "나도 계엄령은 잘못됐다고 생각하지만, 그렇다고 지금 탄핵하면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게 대통령 (되도록) 밥상을 차려주는 것 아니냐"면서 "김재섭 의원이 탄핵안에 불참한 건 잘한 일"이라고 말했다.
덕성여대, 국민의힘 탄핵안 표결 불참 관련 시험 문제 출제도
▲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이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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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성여대는 이날부터 기말고사 시험기간에 들어갔는데 이날 치러진 정치외교학과의 한 과목 시험에서는 '국민의힘 의원들의 윤 대통령 탄핵안 표결 불참이 어떤 점에서 문제가 있는가'에 대한 문항이 출제되기도 했다고 한다. 시험을 마치고 나온 한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4학년 학생은 "학생들은 물론 교수님들도 대부분 이번 사태가 잘못됐다고 생각하고 있다"라며 "학교 내부 곳곳에 탄핵 촛불집회에 나가자는 대자보가 붙었다"고 설명했다.
▲ 안귀령 민주당 도봉갑 지역위원장, "김재섭 의원에게 마지막 경고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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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재섭 의원님 투표해주십시오. 힘들다는 걸 알지만 결단을 내려주세요. (몇 분 뒤) 김재섭 의원님 정말 실망입니다. 그래도 그나마 양심 있는 의원이라고 생각하였습니다. 저희 학교 지역구 의원이신데 부끄럽습니다. 내란에 동조하지 마십시오. 계엄보다 더한 것은 전쟁밖에 없습니다. 전쟁 나면 대통령이 의미가 있나요? 정녕 국민의힘은 멸망의 길을 걷는 건가요?"
- "님아 뭐하세요. (국회 본회의장에 투표하러)제발 좀 들어가세요. 부끄럽지도 않으세요? 투표도 거부하는 국회의원한테 어떻게 저희가 미래를 맡겨요? 토요일마다 보러 오라매요. 이제 아무도 안 갈 거예요. 의원님이 국민들 의견 대변 안 한다는 거 알았으니까. (몇 시간 뒤) 1년 후 국민이 달라질 것 같으세요? 의원님이 안 바뀌면 국민들도 그대로입니다."
▲ 9일 오전 덕성여대 학생이 보여준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에 대한 항의 문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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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일 오전 덕성여대 학생이 보여준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에 대한 항의 문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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