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 질린 개미들 1조 넘게 던졌다…코스닥 4년여 만에 630 붕괴
탄핵 정국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국내 주식시장이 연중 최저점까지 내려앉았다. 정치적 불확실성에 불안을 느낀 개인투자자들이 ‘패닉 셀(공포에 따른 매도)’에 나섰기 때문이다. 다만 그동안 ‘팔자’로 일관했던 외국인투자자들은 순매수로 돌아서며 관망세를 나타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9일 코스피는 전일보다 2.78% 떨어진 2360.58로 장을 마감했다. 종가 기준으로는 올해 처음으로 2400선이 붕괴됐고, 지난해 11월 2일(2343.12) 이후 1년 1개월여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코스닥 시장은 630선이 무너졌다. 이날 코스닥 지수는 5.19% 급락하며 627.01로 장을 마쳤다. 코스닥 630선이 무너진 건 코로나19가 한창 유행하던 2020년 4월 이후 4년 8개월여 만이다. 또 코스닥 지수가 하루 기준으로 5% 이상 하락한 것도 ‘블랙먼데이’(지난 8월 5일) 이후 처음이다.
이날 국내 증시는 개인투자자들이 1조원 넘게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내렸다. 개인들은 코스피 시장에서 8909억원, 코스닥 시장에서 3113억원을 팔았다. 반면 기관은 코스피 시장에서 6916억원 순매수했고, 외국인도 1049억원을 사들였다.
삼성전자가 1.29% 하락하는 등 시가총액 상위 주요 종목 대부분이 하락했다. 특히 현 정부의 정책 추진 여부가 불확실해지면서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정책 수혜주로 꼽히는 금융주를 비롯해 최근 기대감이 컸던 항공·방산·조선주도 약세를 보였다. 코스닥 역시 알테오젠(-6.86%)을 비롯해 시가총액 상위 10위 종목이 일제히 하락했다. 반면 ‘이재명 테마주’로 분류되는 동신건설(+29.85%), 에이텍(+27.46%), 탄핵 표결에 참여한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 테마주로 꼽히는 안랩(+25.57%)이 급등하는 등 정치인 테마주 주가는 요동쳤다.
탄핵 정국 길어지면 2300선도 위험
NH투자증권도 코스피 하단을 2250선으로 예상하고, 연말과 내년 1분기까지 약세를 보일 것이라고 했다. 김병연 연구원은 “정치적 불확실성이 지속하면서 정책 공백이 심화하고, 미국의 시중 금리 상승과 관세 정책 시행 가능성 탓에 코스피는 약세로 갈 것”이라며 “(탄핵 이후) 선거 국면으로 전환된다면 재정확대 정책 기대감으로 변화의 계기가 나타날 수 있다”고 했다.
국내 증시의 중요한 변수 중 하나는 환율이다. 이날 주간거래 종가 기준으로 달러 당 원화값은 전 거래일보다 17.8원 내린(환율상승) 1437.0원을 기록했다. 이 같은 원화 가치 하락은 당분간 해소되기 어렵다는 관측이 많다. 오재영 KB증권 연구원은 “환율 변동성은 사태 장기화 여부가 중요한데, 야당이 매주 탄핵 표결을 예고하면서 환율이 더 상승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1450원대를 방어하느냐가 관건”이라고 했다. 탄핵 정국이 마무리돼도 쉽게 환율이 진정되긴 어렵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재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취약한 국내 경기와 트럼프 2기 무역 갈등 등을 고려하면 환율이 1400원대에서 내려오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원화가 약세일 때엔 국내를 찾는 해외 관광객이 늘면서 관광업 등이 수혜를 받을 수 있지만, 이번에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예상이 나온다. 블룸버그는 “한국 정치 상황이 장기간 교착 상태를 보일 가능성이 있어 한국을 찾는 관광객이 급감하는 등 정치적 불안이 각 부문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했다.
남윤서 기자 nam.yoonse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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