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압박 따가워" 공포 질린 與…자녀 사진 내리고, 폰 꺼버렸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찬성 압박에 직면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문자 폭탄이다. 의원들의 개인 휴대전화 번호가 외부에 대거 유출돼 ‘탄핵에 찬성하라’는 메시지가 쉴 새 없이 쏟아지는 중이다. 한 초선 의원은 9일 중앙일보에 “휴대전화에 쌓인 읽지 않은 메시지가 10만건이 훌쩍 넘는다”며 “꼭 필요한 연락은 보좌진 전화를 빌려 사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신성범 국민의힘 의원은 최근 자신의 SNS에 ‘읽지 않은 메시지 1만501개’라고 적힌 메시지 앱 캡처 화면을 올리며 “제가 며칠 전화를 받지 못하더라도 양해 바란다”고 적기도 했다. 같은 내용의 메시지가 동시에 각각 다른 휴대전화로부터 수신되는 영상도 첨부했다. 영남 지역의 한 의원은 아예 휴대전화를 꺼놓고 지낸다.
의원회관 사무실 전화도 불통이라고 한다. 한 지역일간지는 이날 국민의힘 소속 경남 의원의 의원회관 사무실 전화번호를 지면에 게재했다.
일상이 마비될 수준의 문자 폭탄이 쏟아지자 일부 의원들은 저장된 연락처 이외의 번호에서 발송된 메시지를 차단하는 앱을 설치하고 있다. 탄핵소추안 표결이 있던 지난 6일 국민의힘 의원 단체 방에 해당 앱이 공유됐다고 한다.
이 앱을 설치한 한 의원은 “앱 설치 이후 문자 폭탄이 사라졌다”면서도 “지인들이 원색적인 비난을 섞어 보낸 탄핵 압박 메시지가 이렇게 많을 줄 미처 상상하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한 민주당 의원은 여당 의원에게 “내란수괴범 옹호하는 ○○○는 민족 반역자로 대한민국 역사에 기록될 것”이란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고 한다.
잇따른 여론 압박에 본인이나 가족의 신상 위험을 걱정하는 의원들도 늘었다. 김재섭 의원은 최근 자신의 SNS에 자녀가 노출된 사진을 모두 없앴다고 한다. 한 초선 의원은 “탄핵 반대에 대한 국민 여론이 따갑다는 것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며 “다음 표결 땐 나도 찬성해야 하는지 고민이 된다”고 말했다.
공인이 아닌 이들도 피해를 받고 있다. 윤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 12ㆍ3 비상계엄 사태를 주도한 인사들의 출신교인 충암고 학생들이 대표적이다. 충암고는 최근 학교장 명의의 가정통신문에서 “등하교 중 학생들이 일부 몰지각한 시민들에게 부당한 대우를 받는 상황을 예방하기 위해 등교 복장을 임시로 자율화한다”고 밝혔다.
앞서 윤명화 충암학원 이사장은 지난 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충암 교무실로 온종일 항의 전화가 빗발치고 스쿨버스 기사들에게 지나가는 사람들이 시비를 걸었다고 한다”며 “윤석열과 김용현 등을 충암의 부끄러운 졸업생으로 백만번 선정하고 싶다”고 적었다. 국회 교육위원회는 9일 충암고 교장을 증인으로 불러 학생들의 피해 상황을 청취할 예정이다.
김기정 기자 kim.ki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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