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가족] 혈관 관리엔 종이 필터로…폐경기 여성, 하루 4잔 이상 마시면 뼈건강 해쳐

이민영 2024. 12. 9. 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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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효능과 부작용
커피는 역사적으로 다양한 문화권에서 약용으로 사용됐다. 피로 완화와 소화를 돕는 음료로 소비됐다. 나폴레옹은 커피의 각성 효과와 운동 능력 향상에 주목했다. 커피를 군인들의 보급품으로 채택하기도 했다. 오늘날 커피는 일상의 필수 기호품으로 자리 잡았다. 국민영양통계(2021)에 따르면 국내에서는 커피 섭취량이 배추김치에 이어 2위를 차지한다. 커피의 건강 효과를 얻는 적정량으로 성인에겐 하루 네 잔 이하 커피 섭취를 권고한다. 커피 한 잔의 평균 카페인 함량(107㎎)을 고려했을 때 얘기다. 개인의 카페인 민감도와 분해 속도에 맞춰 농도와 횟수를 조절하면 된다. 커피의 효능과 부작용에 따른 섭취법을 알아본다.

효능 더하기

노화 주범인 활성산소 제거에 도움
뇌가 피곤한 신호 덜 받아 각성효과


활성산소 제거 돕는 항산화 성분 풍부


커피의 대표적 효능이 항산화다. 강력한 항산화 물질인 클로로겐산, 카페인산, 페놀 화합물 등이 들었다. 이런 성분들은 세포 손상과 노화의 주범인 활성산소를 제거하는 데 도움된다. 항염증 효과를 발휘한단 의미다. 이런 작용 덕분에 커피가 만성질환 예방에 유익하다는 연구들이 많다. 항산화 효과는 커피콩을 볶는 과정(로스팅)에서 강화되기도 한다. 로스팅 중 갈변 반응으로 생성되는 멜라노이딘이라는 화합물은 커피의 항산화 효과가 잘 발휘되도록 돕는다. 다만 로스팅 시간이 길어질수록 커피의 일부 성분이 파괴돼 항산화 효과가 감소하는 경향이 있다.

혈당 급등 막아 혈관 건강관리


정기적으로 커피를 마시는 습관은 당뇨병 전 단계와 당뇨병 위험을 낮춘다는 여러 연구결과가 있다. 커피 속 대표적인 항산화 성분인 클로로겐산 등은 식사 후 포도당이 소장에서 흡수되는 걸 지연시킨다. 혈당 급등을 완화하는 것이다. 클로로겐산은 커피콩의 색깔을 좌우하는 폴리페놀 화합물이다. 생두 10g을 기준으로 로부스타 원두에는 600㎎, 아라비카 원두에는 300㎎이 있다. 따라서 저혈당이 있으면 커피를 마실 때 혈당이 더 떨어지기 쉽다. 초콜릿·쿠키 한두 개와 곁들이는 게 낫다. 당뇨·심장병·고혈압처럼 혈관 관리가 중요한 건강 상태면 종이 필터를 사용하는 핸드드립이나 커피메이커, 티백 커피 방식이 이롭다. 기계로 추출한 커피에 생기는 ‘크레마’라는 부드러운 거품은 원두의 지방 성분이다. 고소한 향·맛이 나지만 혈관 질환을 앓는 사람에게는 적합하지 않다. 커피를 종이 필터에 내리면 지방 성분의 95%가 걸러진다. 커피 원두에는 '카페스톨'과 '카웨올'이라는 화합물도 있는데, 간에서 콜레스테롤 생성을 촉진해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인다. 필터를 사용하지 않는 추출 방식, 예를 들어 프렌치 프레스나 터키식 커피, 에스프레소엔 이런 화합물이 커피에 그대로 남아 있다. 종이 필터로 걸러내면 콜레스테롤 수치에 미치는 영향을 줄인다.

집중력·인지 기능 향상 도움


커피는 기억력과 인지 기능에 도움을 주는 음료로 알려져 있다. 카페인 성분의 순기능이다. 카페인은 뇌 해마의 아데노신 수용체에 작용해 피로감을 덜 느끼게 한다. 뇌가 피곤하다는 신호를 덜 받고 깨어 있는 상태를 일시적으로 유지하는 것이다. 커피에 풍부한 천연 화합물인 트리고넬린 성분은 커피의 풍미를 낼 뿐만 아니라 뇌 활성산소를 줄이고 신경세포를 보호한다. 알츠하이머병의 원인으로 알려진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의 생성을 억제하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카페인도 체내에 많이 들어가면 포화상태가 된다. 일정 수준 이상에서는 더는 각성 효과가 없고, 우울감 증가 같은 부작용만 남는다. 학업·야근 등의 이유로 잠을 깨기 위해 습관적으로 마시는 사람은 커피 농도를 연하게 해 마시는 게 낫다.

부작용 더하기

철분·아연 흡수 방해해 빈혈 발생
약 복용 많으면 커피 성분과 충돌


뼈 건강 나쁜데 4잔 이상 즐기기


뼈 건강을 고려하면 섭취량과 방법에 신경 쓰는 게 좋다. 커피는 칼슘이 체내에 흡수되는 것을 방해한다. 칼슘이 소변으로 빠져나간다. 평소 칼슘을 충분히 섭취하고 있으면 상관없지만 체내 칼슘양이 부족하면 문제다. 장기적으로 골밀도를 낮춘다. 특히 폐경 후 여성은 커피 섭취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 대한골대사학회에 따르면 하루 네 잔 이상의 커피를 마시는 폐경기 여성은 골다공증 위험이 25% 증가한다. 골다공증은 체질이나 음주 등 다양한 원인으로 발생한다. 커피만으로 골다공증 발생이 얼마나 더 증가하는지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폐경기 여성은 골다공증에 의한 골절 위험이 남성보다 크다. 골다공증이 있으면 우유 한 잔을 먼저 마신 뒤 커피를 마시는 게 칼슘 부족을 어느 정도 보완한다. 커피와 우유를 함께 섞어 라테로 만들어 먹기보다 우유를 따로 한 잔 먹는 것을 권한다. 커피와 우유를 함께 먹으면 우유의 칼슘이 체내에 온전히 흡수되지 못한다.

빈혈·구내염 치료하며 마시기


술 한 잔에 얼굴이 빨개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열 잔을 들이켜도 낯빛 하나 변하지 않는 사람도 있다. 알코올을 분해하는 능력이 개인마다 다른 것처럼 커피 역시 마찬가지다. 커피의 주요 성분인 카페인을 분해하는 속도는 사람마다 다르다. 특히 경구피임약을 복용하는 여성과 노인은 카페인을 분해하는 속도가 느리다. 일반적으로 4시간이 지나면 체내 카페인 농도는 절반 이하로 떨어진다. 이를 반감기라고 하는데 경구피임약을 복용하는 여성은 두 배가량 시간이 늘어난다. 또 젊은 사람의 반감기는 2.5~4시간이지만 나이가 들수록 대사 능력이 떨어져 카페인을 분해하는 데 필요한 시간이 늘어난다. 커피는 이외에도 다양한 약물과 상호작용한다. 대표적으로 철분·아연 흡수를 방해한다. 특히 젊은 여성 중에는 빈혈이 많은데 이 중 상당수는 철 결핍성 빈혈이다. 철분 보충제를 먹으며 빈혈 치료를 받을 때는 되도록 커피를 마시지 않는 게 좋다. 구내염으로 아연이 함유된 비타민을 먹을 때도 커피를 되도록 삼가는 게 좋다. 카페인은 각성제여서 다이어트 약, 일부 코감기약과 동시에 먹으면 심장에 무리를 줄 위험이 있다. 만성질환을 앓는 장년층은 보통 5개 이상의 약을 먹고 있는데 이들 약과 커피 성분이 충돌할 수 있으므로 담당의와 상의하는 게 도움된다.

위장 약한데 빈속에 음용


위장이 민감한 사람은 공복에 커피를 마실 때 속 쓰림을 호소한다. 카페인의 산 성분이 위 점막을 자극해 위산 분비를 촉진하기 때문이다. 또 위와 식도 사이에 괄약근을 느슨하게 만든다. 보통은 작용 정도가 미미해 건강한 사람에게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그렇지만 위·식도 역류가 있는 사람은 기존 증상이 악화하기 쉽다. 이런 증상이 오래가면 만성 위염으로도 이어진다. 위 건강을 지키면서 커피를 즐기려면 치즈 같은 음식을 곁들이는 게 위를 보호하고 속 쓰림을 완화한다.

이민영 기자 lee.m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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