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가족] 치매·폐암보다 더 무서운 항생제 내성···감기·코로나엔 항생제 피하세요
올바른 항생제 사용법
한국은 항생제 사용량이 많은 국가 중 하나다. 우리나라 항생제 사용량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대비 약 1.2배 높다. 세계보건기구(WHO) 역시 인류가 당면한 10대 공중 보건 위협 중 하나로 항생제 내성을 지목했다. 항생제 내성으로 인한 사망은 495만 명으로 치매(162만 명)·폐암(204만 명)보다 더 많다(Lancet, 2022). 올바른 항생제 사용법에 대해 알아본다.
(X) 감기가 빨리 나으려면 항생제를 먹어야 한다
대표적 오해다. 열이 나고 맑은 콧물을 흘리고 기침을 하는 감기·코로나19 등 상기도 호흡기 감염증의 95% 이상은 호흡기 바이러스가 원인이다. 한림대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이재갑 교수는 “세균을 죽이는 항생제는 단순 감기에 치료 효과가 없다”고 말했다. 간혹 해열진통제·진해거담제 등으로 호전되지 않으면 감기가 폐렴·중이염·부비동염 등 이차적인 세균 감염으로 진행할 수 있어 예방적으로 항생제를 사용하기도 한다. 한양대병원 감염내과 김봉영 교수는 “항생제는 세균 감염이 확실할 때 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항생제가 필요하지도 않은데, 항생제를 쓰면 항생제 내성을 키워 새로운 다제내성균을 만들 수 있다. 다제내성균 감염으로 어떤 약도 듣지 않게 되면 초기 치료에 실패해 사망 위험이 커진다.
(O) 처음부터 다제내성균에 감염될 수 있다
그렇다. 단, 지역사회가 아닌 중환자실에 장기 입원했을 때 등으로 조건이 제한적이다. 항생제 오남용으로 없던 항생제 내성이 단계적으로 나타나기도 하지만, 처음부터 다제내성균에 감염될 수도 있다. 이재갑 교수는 “한국에서 현존하는 최고의 내성균으로 분류되는 카바페넴 내성 장내세균(CRE) 감염 건수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2022년 기준 국내 CRE 발생 건수는 3만548건으로 2018년(1만1954건) 대비 약 2.6배 증가했다. 고려대안암병원 감염내과 윤영경 교수는 “다제내성균 출현·확산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사회 전체가 필요할 때만 항생제를 쓰는 사용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O) 항생제가 소아비만을 유발한다
올바른 항생제 사용이 필요한 이유다.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박상민 교수 연구팀은 2008~2012년 영유아건강검진을 받은 생후 24개월 이내 영유아 3만1733명을 대상으로 항생제 투여가 소아비만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그 결과 투여한 항생제 종류가 많을수록, 항생제 투여 기간이 길수록 최초 항생제 투여 시기가 6개월 이내로 빠를수록 소아비만 위험이 높아지는 경향성을 확인했다.
(X) 몸 상태가 좋아지면 항생제 복용을 중단한다
항생제 내성을 높이는 위험한 행동이다. 김봉영 교수는 “일단 항생제를 투약하기로 결정했다면 처방받은 기간 동안 충실히 복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증상이 호전됐다고 항생제를 먹다가 임의로 남기면 불완전 치료로 내성이 생긴다. 윤영경 교수는 “항생제를 먹다 남기면 항생제에 내성 보유한 세균이 생기고 자신의 내성 유전자를 다른 세균에 전달하면서 더 강력하게 변이되고 확산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결국 치료적 항생제 선택이 어려워질 수 있다.
(X) 모든 프로바이오틱스가 항생제로 인한 설사를 줄여준다
일부 프로바이오틱스 제품에서만 항생제 설사를 예방하는 효과를 확인했다. 프로바이오틱스는 균주마다 효능이 다르다. 항생제로 인한 설사 예방 효과를 입증한 프로바이오틱스 제품은 따로 있다. 항생제 복용으로 설사가 생기는 증상이 나타났다고 무조건 프로바이오틱스를 먹으면 안 된다는 의미다. 중앙대병원 소화기내과 최창환 교수는 “항생제를 먹을 때 비오플 등 항생제 설사를 예방하는 제품을 함께 먹으면 증상을 완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O) 폐렴 등 치료 때 환자마다 적합한 항생제가 다르다
같은 감염 질환이라도 환자의 개별 상태, 항생제 종류 등에 따라 감염 질환 치료 효과에 차이를 보인다. 국내 CRE 감염 증가 등으로 다제내성균의 위협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항생제 감수성 검사가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정부도 항생제 치료가 필요한 환자에게 최적의 항생제가 적절한 용량, 적절한 기간 투여되도록 유도하는 한국형 항생제 사용관리프로그램(ASP) 운영을 강조한다. 이재갑 교수는 “CRE 감염증에서 적절한 항생제 선택은 예후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인자”라고 말했다. 현재 사용 가능한 항생제 종류를 파악하고 감염 부위, 감염 중증도를 우선적으로 분류해 치료 전략을 정해야 한다.
권선미 기자 kwon.sunm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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