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김용현이 들고 있던 '노란봉투', 계엄포고문 담겨 있었다

김정민 2024. 12. 9. 05:0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28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12·3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 국방부 고위 관계자들조차 “대통령의 계엄 의지를 몰랐다”고 주장 중인 가운데, 당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은 노란 봉투 속에 포고문 자구까지 완성해 미리 계엄 준비를 마쳤던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는 8일 김 전 장관을 내란·직권남용 등 혐의로 긴급체포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시각인 지난 3일 오후 10시 28분. 국방부 장관 휘하 군 핵심 지휘관들은 서울 용산의 국방부 청사 지하에 있는 합동참모본부 지휘통제실에 집합해있었다. 그날 김 전 장관은 옆 건물인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한 뒤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가 시작되자 국방부 건물로 복귀했다고 한다. 국방부 전 직원에게 비상소집이 내려진 것은 오후 11시 19분이었다.

‘6시간 비상계엄’ 당시 계엄사령관을 맡았던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왼쪽)과 김선호 국방부 차관(현 장관 직무대행)이 지난 5일 국회 국방위원회 긴급 현안질의에 참석한 모습. 연합뉴스

김 전 장관은 담화 발표 20~30분 전쯤 박안수 육군참모총장 등 7명에게 개별적으로 전화를 걸었다. ‘장관실로 오라’는 취지였다. 김명수 합참의장과 김선호 국방부 차관(현 장관 대행)은 소집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당시 장관 접견실에 모인 인사들은 명확한 소집 이유를 알지 못한 채 “왜 찾으셨는지 아느냐” “잘 모르겠다”는 대화를 나눴고, 곧이어 윤 대통령 대국민 담화가 시작되면서 “지휘통제실로 가겠다”는 장관 명령에 따라 모두 지하로 이동했다고 한다. 장관과의 대면도 접견실이 아닌 지휘통제실에서 이뤄졌다.

이곳에서 김 전 장관은 들고 있던 노란색 봉투에서 직접 포고문을 꺼내 계엄사령관을 맡게 될 박안수 총장에게 전달했다. ‘국회·정당 등의 모든 정치활동을 금한다’(1항) ‘모든 언론과 출판은 계엄사의 통제를 받는다’(3항) ‘전공의를 비롯해 의료현장을 이탈한 모든 의료인은 48시간 내에 복귀하고, 위반 시엔 처단한다’(5항) 등 위법·위헌 요소가 지적된 문제의 ‘포고령 1호’ 원문이었다.

박 총장은 지난 5일 국회 국방위원회 긴급 현안질의에서 “(순간적으로 검토했는데) 동의할 수 없는 전문 수준이어서 ‘장관님 이것은 법무 검토를 해야 될 것 같습니다’는 건의를 드렸다. (김 전 장관은) 이미 검토가 완료된 상황이라고 하셨다”고 말했다. 그는 “시간만 22시에서 23시로 수정해 포고령이 (그대로) 선포됐다”고 했다. 오후 11시 23분의 일이었다.


포고문 누가 썼나…방첩사 “미쳤다고 쓰나”, 장관 “내가 작성”


김경진 기자
포고문은 이번 비상계엄 사태의 실체 규명을 위한 핵심 증거이자, 계엄을 모의하고 가담한 인사들의 위헌·불법 행위를 밝혀낼 핵심 증거로 꼽힌다. 특히 검찰과 경찰, 공수처 등 사실상 모든 수사기관이 일제히 윤 대통령을 내란·직권남용 혐의 피의자로 입건하면서, 포고문 작성자는 내란 혐의 공범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앞서 작성자로 지목된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은 “계엄은 TV를 보고 알았다” “미치지 않고서는 그걸 왜 쓰겠나”며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박 총장 역시 “비상계엄 선포 뒤에야 포고문을 봤다”고 주장하는 상황이다.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이 지난 7일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하고 있다. 전민규 기자

김 전 장관은 계엄 해제 이후 측근 인사들에게 “포고문은 내가 직접 썼다”고 언급했다고 한다. 김 전 장관이 사의 표명 당시 “비상계엄과 관련한 모든 사태의 책임을 지겠다”고 주장하고, 윤 대통령에게 계엄을 건의한 장본인임을 시인한 만큼 포고문 작성 역시 주동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대목이다. 다만 포고문은 법률 문건의 성격이 큰 탓에 김 전 장관이 조력자 없이 혼자 작성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군 관계자는 “김 전 장관이 평소 컴퓨터로 워드파일을 작성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고 기억했다. 최소한 포고문 구성·검토·출력 등 지원 인원이 필요했던 상황인 셈이다.

더불어민주당은 “방첩사령부가 지난달부터 계엄을 준비했다”(이기헌 의원)고 주장하고 있다. 민주당에 따르면 김 전 장관이 ‘충암고 후배’인 여 전 사령관에게 포고문 작성을 지시했고, 여 전 사령관이 방첩사의 부하 장교들에게 작성을 맡겼다. 이에 장교들은 포고문 작성에 1980년 5·17 계엄포고 10호, 2018년 ‘기무사 계엄 문건’ 등을 참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민 기자 kim.jungmin4@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