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김용현이 들고 있던 '노란봉투', 계엄포고문 담겨 있었다
‘12·3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 국방부 고위 관계자들조차 “대통령의 계엄 의지를 몰랐다”고 주장 중인 가운데, 당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은 노란 봉투 속에 포고문 자구까지 완성해 미리 계엄 준비를 마쳤던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는 8일 김 전 장관을 내란·직권남용 등 혐의로 긴급체포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시각인 지난 3일 오후 10시 28분. 국방부 장관 휘하 군 핵심 지휘관들은 서울 용산의 국방부 청사 지하에 있는 합동참모본부 지휘통제실에 집합해있었다. 그날 김 전 장관은 옆 건물인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한 뒤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가 시작되자 국방부 건물로 복귀했다고 한다. 국방부 전 직원에게 비상소집이 내려진 것은 오후 11시 19분이었다.
김 전 장관은 담화 발표 20~30분 전쯤 박안수 육군참모총장 등 7명에게 개별적으로 전화를 걸었다. ‘장관실로 오라’는 취지였다. 김명수 합참의장과 김선호 국방부 차관(현 장관 대행)은 소집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당시 장관 접견실에 모인 인사들은 명확한 소집 이유를 알지 못한 채 “왜 찾으셨는지 아느냐” “잘 모르겠다”는 대화를 나눴고, 곧이어 윤 대통령 대국민 담화가 시작되면서 “지휘통제실로 가겠다”는 장관 명령에 따라 모두 지하로 이동했다고 한다. 장관과의 대면도 접견실이 아닌 지휘통제실에서 이뤄졌다.
이곳에서 김 전 장관은 들고 있던 노란색 봉투에서 직접 포고문을 꺼내 계엄사령관을 맡게 될 박안수 총장에게 전달했다. ‘국회·정당 등의 모든 정치활동을 금한다’(1항) ‘모든 언론과 출판은 계엄사의 통제를 받는다’(3항) ‘전공의를 비롯해 의료현장을 이탈한 모든 의료인은 48시간 내에 복귀하고, 위반 시엔 처단한다’(5항) 등 위법·위헌 요소가 지적된 문제의 ‘포고령 1호’ 원문이었다.
박 총장은 지난 5일 국회 국방위원회 긴급 현안질의에서 “(순간적으로 검토했는데) 동의할 수 없는 전문 수준이어서 ‘장관님 이것은 법무 검토를 해야 될 것 같습니다’는 건의를 드렸다. (김 전 장관은) 이미 검토가 완료된 상황이라고 하셨다”고 말했다. 그는 “시간만 22시에서 23시로 수정해 포고령이 (그대로) 선포됐다”고 했다. 오후 11시 23분의 일이었다.
포고문 누가 썼나…방첩사 “미쳤다고 쓰나”, 장관 “내가 작성”
김 전 장관은 계엄 해제 이후 측근 인사들에게 “포고문은 내가 직접 썼다”고 언급했다고 한다. 김 전 장관이 사의 표명 당시 “비상계엄과 관련한 모든 사태의 책임을 지겠다”고 주장하고, 윤 대통령에게 계엄을 건의한 장본인임을 시인한 만큼 포고문 작성 역시 주동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대목이다. 다만 포고문은 법률 문건의 성격이 큰 탓에 김 전 장관이 조력자 없이 혼자 작성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군 관계자는 “김 전 장관이 평소 컴퓨터로 워드파일을 작성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고 기억했다. 최소한 포고문 구성·검토·출력 등 지원 인원이 필요했던 상황인 셈이다.
더불어민주당은 “방첩사령부가 지난달부터 계엄을 준비했다”(이기헌 의원)고 주장하고 있다. 민주당에 따르면 김 전 장관이 ‘충암고 후배’인 여 전 사령관에게 포고문 작성을 지시했고, 여 전 사령관이 방첩사의 부하 장교들에게 작성을 맡겼다. 이에 장교들은 포고문 작성에 1980년 5·17 계엄포고 10호, 2018년 ‘기무사 계엄 문건’ 등을 참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민 기자 kim.jungmin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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