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은 내란혐의 피의자”
‘12·3 비상계엄 사태’를 수사하는 검찰이 윤석열 대통령을 내란 혐의 피의자로 입건했다고 밝혔다. 박세현 검찰 비상계엄 사태 특별수사본부(특수본) 본부장은 8일 언론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 입건 여부 질문에 “관련 고발장이 많이 접수돼 절차에 따라 수사 중”이라며 “고발·고소가 이뤄지면 절차상으로는 (피의자 입건이) 맞다”고 답했다. 검찰은 군 검찰과 함께 60여 명 규모로 박세현 서울고검장을 본부장으로 하는 특수본을 꾸렸다.
박 본부장은 윤 대통령 긴급체포 가능성을 묻는 말에 “앞으로의 수사 계획에 대해 답변드릴 수 있는 부분은 없다”면서도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끝까지 수사하겠다”고 말했다. 또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검찰청법 등의 개정으로 검찰에 내란죄 수사 권한이 없다는 지적은 “직권남용과 내란 두 가지 혐의 모두 (검찰이) 수사한다”고 일축했다. 핵심 피의자의 직권남용과 내란 혐의가 사실상 같은 증거관계를 갖기 때문에 검찰이 수사할 수 있다는 논리다.
특수본은 앞서 이날 오전 1시30분부터 검찰에 자진 출석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조사한 뒤 오전 7시52분 긴급체포하고, 소지했던 휴대전화를 압수했다. 윤 대통령의 충암고 1년 선배인 김 전 장관은 비상계엄 선포를 건의하고 포고령 작성, 병력 투입 등을 지시한 혐의를 받는다. 특수본은 이날 오후에 동부구치소에 머물던 김 전 장관을 소환해 두 번째 조사를 진행했다.
검찰 ‘국헌문란 폭동’ 규정…“대통령 내란·직권남용 모두 수사”
특수본은 또 비상계엄 사태에 관여한 정진팔 합동참모차장(중장)과 이상현 육군 특수전사령부 1공수여단장(준장) 등 군 간부들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했다. 정 참모차장은 지난 3일 계엄사령부 부사령관으로 이름을 올렸다. 1공수여단은 비상계엄 사태 당시 국회에 출동한 부대다.
검경이 이번 비상계엄 사태를 중복 수사하는 것과 관련해 박 본부장은 “경찰이 합동수사를 제안하면 언제든 응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검찰은 앞서 지난 6일 경찰에 합동수사본부 구성을 제안했지만, 경찰은 “내란죄는 검찰이 아닌 경찰의 수사 범위”라는 이유로 이를 거절했다고 한다. 박 본부장은 “이 사건에서 관련자가 가장 많은 곳은 군과 경찰”이라며 “경찰이 (현재) 주로 경찰 관련 수사를 진행 중인데, (경찰 신분 피의자에게) 혐의가 있다면 (사건을) 검찰에 송치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검찰보다 먼저 압수수색영장을 청구해 발부받은 경찰에 수사 우선권이 있다는 주장과 관련해 박 본부장은 “다른 기관들과 계속 협의하겠다”는 입장만 보였다.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동일한 범죄를 검경이 동시에 수사하는 경우 검사는 경찰에 송치 요구를 할 수 있다. 다만 경찰이 먼저 압수수색영장을 청구한 경우 경찰은 송치하지 않고 계속 수사할 수 있고, 검찰도 수사를 진행할 수 있다.
검찰 사무를 총괄하는 박성재 법무부 장관도 수사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박 본부장은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수사하겠다”는 입장을 반복했다. 또 비상계엄 사전 논의에 참석한 박 장관에게 수사 진행 상황이 보고될 거라는 우려에 대해선 “기본적으로 특수본은 대검찰청의 지휘·감독을 받고, 대검찰청에만 수사 내용을 보고한다. 법무부에는 보고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한편 경찰 국가수사본부(국수본)는 이날 오전 김 전 장관의 서울 한남동 공관 및 집무실과 서대문구 소재 자택 등을 압수수색해 휴대전화·노트북 등을 압수했다. 휴대전화는 계엄 발령 당시 사용한 것인지 확인하고 있다. 경찰은 조만간 박안수 계엄사령관(전 육군참모총장),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 등의 자택 등의 압수수색에도 나설 계획이다.
경찰은 수사 인력도 보강했다. 지난 6일 120명 규모로 전담수사팀을 구성했던 국수본은 이날 서울경찰청 수사부장과 경찰청 중대범죄수사과, 범죄정보과 인원 등 30여 명을 추가 투입해 150명 규모의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으로 수사팀을 확대했다. 국수본 관계자는 “내란죄 수사를 할 수 있는 것은 경찰뿐이며 이미 수사가 상당 부분 진행됐다”고 강조했다. 경찰은 특히 더불어민주당이 내란죄 특별검사 출범 전까진 검찰이 아닌 경찰 수사에 힘을 실어주면서 고무된 분위기다.
다만 불법 비상계엄 선포 당일(3일) 밤부터 다음 날(4일) 새벽 사이 경찰 수뇌부인 조지호 경찰청장, 김봉식 서울경찰청장 등이 국회 출입 통제에 나서 국회의원의 계엄 해제 요구안 표결을 방해한 의혹으로 수사를 받는 점이 경찰로선 논란거리다. 이에 국수본은 조 경찰청장 등을 수사 중이다. 조 청장·김 서울청장·김준영 경기남부청장·목현태 국회경비대장 등 4명의 휴대전화를 임의제출 형식으로 받아 분석 중이다. 또 당시 상황을 확인하기 위해 서울경찰청·경기남부경찰청의 무전 기록도 확보했다.
양수민·나운채 기자 yang.su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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