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원봉은 쉽게 꺼지지 않지”…탄핵 집회 가득 메운 청년들

최원준,김승연,이정헌,한웅희 2024. 12. 8.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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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정족수 미달로 폐기된 지난 7일 밤 시민 약 100만명(주최 측 추산)이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 모여 윤 대통령 퇴진을 외쳤다.

특히 이번 집회엔 청년세대의 참여가 늘면서 촛불 대신 아이돌 응원봉을 들고, 투쟁가 대신 K팝이 울려 퍼지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윤 대통령 탄핵이 불발된 후 탄핵소추안 재발의가 예고되면서 탄핵 집회 열기는 더 커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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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촛불집회에서 응원봉을 든 참가자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안 통과를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정족수 미달로 폐기된 지난 7일 밤 시민 약 100만명(주최 측 추산)이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 모여 윤 대통령 퇴진을 외쳤다. 특히 이번 집회엔 청년세대의 참여가 늘면서 촛불 대신 아이돌 응원봉을 들고, 투쟁가 대신 K팝이 울려 퍼지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윤 대통령 탄핵이 불발된 후 탄핵소추안 재발의가 예고되면서 탄핵 집회 열기는 더 커질 전망이다.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린 윤석열 퇴진 집회에서 시민들이 응원봉을 들고 K팝 음악에 맞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7일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 집회 현장 곳곳에선 대학생과 젊은 부부 등 20대 시민들을 쉽게 마주칠 수 있었다. 2016년 박근혜 탄핵 정국 이후 두 번째로 집회에 참석했다는 강모(29)씨는 “8년 전 집회와 지금의 분위기가 사뭇 다른 게 실감 난다”며 “당시에도 젊은 분들이 많았지만 오늘은 젊은 시민들이 절반 가까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강씨는 “나라 걱정하는 무거운 마음으로 집회 현장을 찾았지만 심각한 모습만 보일 생각은 없다”며 웃었다.

이번 집회에선 아이돌 응원 도구를 흔들며 탄핵을 외치는 등 일종의 축제처럼 변화된 모습이 나타났다. 집회 현장 한쪽에선 남성밴드 데이식스의 ‘한 페이지가 될 수 있게’나 걸그룹 에스파의 ‘위플래쉬’ 같은 K팝이 흘러나왔다. 참가자들은 마치 콘서트에 온 것처럼 노래를 따라 불렀다.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린 윤석열 퇴진 집회. 집회에 참석한 젊은 시민들이 '내란수괴' '즉각탄핵' 등 문구를 적인 팻말을 순수 제작해 들고 있다. 김승연 기자

이모(26)씨도 아이돌 응원봉을 들고 집회 현장을 찾았다. 이씨와 동행한 친구들은 한 손에 핫팩을, 다른 손에는 아이돌이나 야구단 응원봉을 쥐고 있었다. 이씨는 “박근혜 탄핵 정국 때 촛불은 불면 꺼진다는 일부 보수세력의 지적이 있지 않았냐”며 “그렇다면 불어도 절대 끌 수 없는 야광 응원봉으로 꺼지지 않는 우리의 마음을 보여주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린 윤석열 퇴진 집회에 참석한 이모(26)씨가 촛불 대신 들고 온 야광 응원봉. 이씨는 "절대 꺼지지 않는 응원봉을 통해 꺼지지 않는 우리의 마음을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최원준 기자


SNS상에선 집회 참여 인증이 이어졌다. 올해 수능 시험을 본 정모(19)씨는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에 아이돌 팬들이 응원봉으로 촛불 집회에 참여했다는 인증 글이 계속 올라오고 있어 동참했다”고 말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명예교수는 “의견 표출이 확실한 젊은 세대에게 계엄 사태는 묵과할 수 없는 사안이었을 것”이라며 “젊은 층 참여로 집회가 전보다 자유로운 분위기를 띠게 됐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 탄핵 집회 참가자 규모는 점차 늘어날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이 매주 토요일 탄핵 의결을 예고하고 나서면서 휴일을 맞아 집회 현장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마로니에 공원 앞에서 서울대병원 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가 주최한 '젊은 의사 의료계엄 규탄 집회'가 열렸다. 연합뉴스.

8일에도 윤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집회가 도심 곳곳에서 진행됐다. 서울대병원 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마로니에 공원에서 ‘젊은 의사 의료계엄 규탄 집회’를 열어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비판했다. 시민단체 촛불행동도 오후 3시부터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촛불문화제를 진행했다. 전날에 이어 다시 국회 앞을 채운 시민 2만명(주최 측 추산)은 “윤석열을 체포하라” “국민이 이긴다” 등의 구호를 외쳤다.

양대 노총도 지속적인 투쟁을 이어갈 방침이다. 민주노총은 윤 대통령 퇴진 때까지 매주 토요일마다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인 집중 투쟁을 전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국노총도 탄핵 무산 직후 낸 성명에서 “탄핵안이 가결될 때까지 조합원, 국민과 함께 국회 앞을 지키겠다”고 강조했다.

최원준 김승연 이정헌 한웅희 기자 1j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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