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충격파에 ‘이어령 선생의 기도’ 환기, 연합·회개·위로 주목한 교회
“하나님의 사랑으로 일치와 화합을 모색하자”
합심 기도와 위로의 메시지 전해져
“비상(非常)에는 비상(飛翔)해야 합니다. 싸움밖에 모르는 정치인들에게는 비둘기의 날개를 주시고 살기 팍팍한 서민들에게는 독수리의 날개를 주십시오…이 사회가 갈등으로 더 이상 찢기기 전에 기러기처럼 나는 법을 가르쳐 주소서. 소리를 내어 서로 격려하고 선두의 자리를 바꾸어 가며 대열을 이끌어 가는 저 따스한 기러기처럼 우리 모두를 날게 하소서. 그래서 이 나라를 사랑하게 하소서.”
8일 경기도 수원제일교회(김근영 목사) 주일 설교는 이어령(1934~2022) 선생의 ‘나라를 위한 기도’로 시작됐다. 김근영 목사는 “이어령 교수의 기도가 절실하게 느껴지는 시기”라며 “각자의 자리에서 이 기도를 되새기자”고 요청했다. 이어 “나라가 잘되길 바라는 건 모든 사람의 소망”이라면서도 “내 방식만이 나라 사랑이라고 말하는 건 오만이고, 내 편이 아니니까 뭘 해도 나쁘게 보는 것도 애국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 목사는 “한쪽을 절대 선으로 상정하면 다른 쪽은 절대 악이 되고 만다”며 이렇게 강조했다. 이 분열을 기뻐하는 대상은 오직 사탄뿐이라고, 우린 좌로나 우로나 치우치지 않고 하나님의 사랑으로 일치와 화합을 모색하는 사람들이 돼야 한다고.
윤석열 대통령이 일으킨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국교회 첫 주일 설교에선 기도와 위로의 설교가 이어졌다. 이날 목회자들은 갈등을 부추기는 극단적 진영 정치에 경계의 목소리를 내면서 나라를 위한 합심 기도와 회개를 요청했다. 또 혼란에 빠진 교인들을 위한 위로의 메시지도 전해졌다.
주님이 찾는 기도자 되길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 총회장인 김영걸 포항동부교회 목사는 ‘너는 내게 부르짖으라’(렘 33:1~9)는 주일예배 설교 주제로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성도들의 기도가 중요하다”고 요청했다. 김 목사는 “전쟁이나 환란이 닥치더라도 하나님께선 ‘부르짖을 때 크고 은밀한 일을 행하시겠다’고 약속하셨다”며 “진정한 변화는 기도에서 시작된다. 혼란한 시기일수록 성도들은 기도의 자리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예장 고신 총회장 정태진 진주성광교회 목사도 “대한민국은 한 사람의 기도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경종을 울렸다. ‘지금은 기도할 때입니다’(겔 22:23~31)로 주일 말씀을 전한 정 목사는 “이번 비상계엄 사태는 단순한 해프닝이 아닌 믿는 자들에 대한 하나님의 경고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역사의 주인이신 하나님은 교회를 중심으로 역사를 운행하신다”라며 “주님께 ‘왜 우리에게 이런 상상할 수 있는 일이 일어났냐’고 묻고 회개의 기도를 올려야 한다. 하나님은 한 사람의 중보 기도를 찾고 계신다”고 말했다.
정국 불안에 초긴장 상태, 주님의 위로 전한 한국교회
탄핵 정국 돌입으로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지고, 국내 증시가 휘청이는 등 사회적 불안감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목회자들은 교인들에게 믿음의 용기도 불어넣었다.
이웅조 갈보리교회 목사는 “지난주 이 나라에 있었던 일들을 보면 정말 앞이 어떻게 될지 불안하다”면서도 “지금 이때가 주님께 예배드릴 때다. 하나님 앞에 진정으로 예배할 때 하나님께서 우리 인생을 책임져주실 줄 믿는다”며 교인들을 위로했다. 김운성 영락교회 목사는 “정치와 경제가 우리를 힘들게 하더라도 일희일비하지 않고 당당할 수 있는 건 다시 오실 예수 그리스도가 계시기 때문이다. 주님을 맞이하는 삶으로 고통스러운 현실을 뛰어넘자”며 우회적으로 위로의 메시지를 전했다.
‘뭐든지 하려면 제대로 해라’(행 28:11~15)라는 주제로 말씀을 전한 허요환 안산제일교회 목사도 “예배하기를 포기하지 말자”고 권면했다. 그는 “이 땅의 현실이 아무리 어그러진 것 같아도 주님 앞에선 모든 게 바로 설 수밖에 없다”며 “‘역사의 주관자이신 하나님이 모든 것을 심판하실 것’이란 믿음을 갖고 나라를 위해, 자신을 위해 살아가자”고 축복했다. 이찬수 분당우리교회 목사 역시 “두려워하지 말고 통과해나가는 자세가 필요하다”며 “우리와 함께하실 ‘여호와 이레’를 품고 나아가자”고 권면했다. 설교 이후 분당우리교회 교인들은 ‘나라가 분열되고 어려움과 혼란에 빠지지 않도록’ ‘나라를 위해 기도하는 성도들이 되도록’ 등의 제목으로 통성 기도를 이어갔다.
이현성 김수연 장창일 최기영 기자 sag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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