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안녕을 위협하는 대통령, 그의 편에 선 국민의힘

최호림 2024. 12. 8.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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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 안녕하셨습니까'... 계엄령 이후 달라진 일상 인사의 의미

[최호림 기자]

요 며칠 사이 평온하던 우리의 일상이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발령과 같은 황당한 사건들로 인해 매우 긴장된 상황으로 바뀌게 되었다. 평화로운 일상이 깨지니 "밤새 안녕하셨냐"와 같은 일상에서 보편적으로 쓰이는 이 인사말이 다른 의미를 갖게 되었다.

이 인사말 속 "안녕"이라는 단어가 지니는 한자 풀이는 安(편안할 안), 寧(편안할 영) 이란 뜻으로 탈 없이 편안한 상태를 뜻한다. 그러니 "밤새 안녕하셨냐?"는 인사말은 단순히 신체적인 건강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닌 밤 시간 동안 잘 자고 아침에 일어나 정신적, 감정적으로도 평안하시냐라는 포괄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3일 밤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한밤중에 선포된 계엄령은 마치 악몽과도 같았고, 국민들은 남녀노소 누구나 충격과 공포 속에서 밤을 지새워야 했다. 이런 상황에서 "밤새 안녕하셨냐?"는 인사말은 이제 단순한 예의가 아닌 좀 더 직설적으로 말하자면 밤사이 또 다른 충격적인 소식은 없었는지, 새로운 정치적 혼란은 발생하지 않았는지 묻는 것과 다름없게 되었다는 말이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표결을 앞두고 온 나라가 긴장 속에 빠져들었던 어제는 그 어느 때보다도 "안녕하시냐"이라는 말의 무게가 무겁게 느껴졌다.

그도 그럴 것이 밤새 안녕 해야 할 국민들이 나라 걱정에 뜬눈으로 뉴스를 지켜봐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고 계엄령은 해제되었지만 국민들은 혹, 아침에 눈을 뜨면 어떤 세상이 펼쳐질지 모르는 두려운 상황이 무서웠을 거다.

이는 계엄을 경험한 구세대뿐만 아니라 계엄을 경험하지 못한 신세대들까지 그 여파가 확장되었다. 계엄령이 발령된 늦은 밤, 타 지역에서 전주로 대학 진학을 한 첫째 아들의 친구가 도저히 자취방에 혼자 있기가 무섭다며 우리 아이에게 전화를 해왔다.

아내는 병원에 입원 중인 나를 대신해, 그 아이가 심리적으로 안정될 때까지 우리 집에서 함께 밤을 보내기로 결정했다. 아내는 사회에서 어른들도 이렇게 무서운데, 자녀를 군대를 보낸 부모들은 현재 어떤 심정일지 상상도 안 된다며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실제로도 계엄 선포 당일, 출동을 앞둔 군인 아들과 아버지의 애절한 통화 내용이 유튜브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민간인에게 사격하면 안 된다는 읍소가 주된 내용이다).

윤 대통령의 무모한 계엄령 선포는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들었고, 국민의 기본권을 볼모로 잡고 우리의 일상을 위협했다. 이는 단순한 정치적 실수를 넘어서 내란죄에 해당할 수 있는 중대한 범죄 행위로 볼 수 있다는 야당의 의견에 찬성하며 많은 국민들은 대통령 탄핵에 찬성하고 있다.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투표 무산된 7일만 해도 그 한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모여든 시위 인파가, 항시 모인 인원보다 적은 수치를 발표하는 듯한 의심을 사고 있는 경찰 추산만으로도 10만 명이 넘었다고 했다.
 7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에서 열린 '내란죄 윤석열 퇴진! 국민주권 실현! 사회대개혁 범국민촛불대행진'에 참석한 시민들이 여의도 국회 앞에서부터 여의도역까지 거리를 가득 메웠다.
ⓒ 권우성
그럼에도 불구하고 7일 여당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에 불참하며 국민의 뜻을 외면했다. 이는 국민의 안녕을 바라고 국가의 안녕을 바라기보다는 당리당략에 치우친 행위이자 국민에 의해 선출된 국민들의 대변인이 할 일은 아니었다.

매번 "친애하는 국민 여러분"이라 입으로는 말하지만, 실상으론 얼마나 국민이 우스웠으면 국민의 안녕을 위협한 대통령의 편에 선 것일까?

거기다 오늘은 야당대표와 국무총리가 사고 친 대통령의 질서 있는 퇴진 운운하며 담화문을 발표하며 어제에 이어 국민들 울화통을 치밀게 하니 나도 이 자리를 빌려 그들 화법대로 한마디 하고 싶다. 그 말은 다음과 같다.

솔직히 질서 있는 퇴장이란, 콘서트장에서나 하는 게 아닌가? 좋아하는 가수 공연장에서나 하는 게 아닌가.
▲ "국민의힘 탄핵투표해라! 집 좀 가자!" 7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에서 열린 '내란죄 윤석열 퇴진! 국민주권 실현! 사회대개혁 범국민촛불대행진'에 참석한 시민들이 탄핵투표에 참여하지 않고 본희의장을 떠난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투표참여를 요구하고 있다.
ⓒ 이정민
이제 우리는 매일 아침 "밤새 안녕하셨냐"는 말을 통해 나라의 상황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되었다. 이는 우리의 민주주의가 제왕적 대통령제가 권력자에 의해 남용되면 얼마나 위태로운 상황에 처할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연준 단편적인 모습이기도 했다. 이를 지켜보며 어쩌면 우리의 대통령제는 민주주의의 걸림돌이 되고 있단 생각마저 든다.

국가수반과 행정수반을 겸직할 뿐만 아니라, 비상대권, 헌법 개정 발의권, 국민투표 부의권, 입법 거부권, 법률안 제출권 등 막강한 권한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권력 집중은 삼권분립과 법치주의의 근간을 흔들 수 있어 악용될 경우 국민의 안녕을 위협할 수 있는 문제가 발생될 소지가 크지만, 이에 반해 그 강력한 권한과 권력을 견제할 수단은 매우 제한적이다.

7일 표결 불출석 사건만 봐도 그랬다. 여소야대 형국이라며 늘 징징 거리는 여당이었지만, 이는 야당 입장에서 보자면 빛 좋은 개살구에 지나지 않았다.

거기다 정치 경험이 전혀 없는 사람도 특정 세력의 비호를 받으면 갑자기 대통령이 되거나 국회의원 금배지를 달 수 있는 현 대한민국의 선거제도 역시 반드시 개선되야 한다. 그렇다고 정치를 전혀 안 해봤던 사람은 대통령이나 국회의원을 해서는 안 된다 말하는 건 아니다.

주장의 요지는, 대통령이나 국회의원이 선거를 통해 선출되었지만 지켜보니 무능해서 나라를 위험에 빠트리고 있음에도 임기 중에는 교체하기가 매우 어렵더라는 것. 그렇기 때문에 위기를 더욱 가중시키는 위정자들의 대한 직위 지속성에 대한 문제점들은 반드시 개선되어야 된다는 말을 하고있는 거다. 이는 어느 정당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여야를 막론하고 모두 해당되는 이야기다.

이제 우리는 정치 체제의 개혁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할 시점에 와 있다. 당장의 대통령 탄핵도 중요한 문제지만 궁극적인 문제부터 개선되지 못한다면 우리의 역사는 반복되고 또 반복될 수밖에 없기에 우리는 이번 사건들을 반면교사(反面敎師) 삼아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

그래야 우리 후세들이 살아갈 이 땅에서 나라 걱정 없이 "밤새 안녕하셨냐?"는 인사를 일상에서 편히 쓸 수 있게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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