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국민의힘 심판받을 것”…대통령 탄핵안 투표 불성립에 ‘눈물’
주최 측 추산 100만명 모여
매주 집회 참여 계속될 듯
“국민의힘 의원들이 퇴장하다니 국민의 심판을 받을 것입니다”
7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앞에서 만난 김서연씨(24)는 “국민의힘이 너무 치사하다. 어차피 탄핵이 될 수밖에 없는데 이렇게 시간을 끄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며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통과되지 않을 것 같아서 눈물이 난다”고 울먹거렸다.
현장에선 국민의힘 의원들이 탄핵안 표결에 불참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탄식이 터져 나왔다. 시민들은 대형 스크린과 휴대전화로 국민의힘 의원들이 전원 퇴장하는 모습을 생중계로 보면서 “내가 무엇을 본 것이냐”, “장난하냐”, "쪽팔린다", "위헌정당 해산하라" 등 고성이 터져 나왔다. 충남 천안시에서 온 이공휘씨(56)는 "김건희 특검법이 부결된 이후 대통령 탄핵안 역시 부결 가능성이 높다고 봤지만 아예 퇴장하니 허탈하다"며 "자식들에게 부끄럽지 않은가"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을 향한 비판이 쏟아졌다. 경기 동두천에 사는 김동원씨(66)는 “국민의힘이 좀 깨우쳐야 하는데 아직 정신을 못 차린 것 같다”며 “결국 국민들이 또다시 나서는 수밖에 없다“이라고 한탄했다. 서울 서대문구에 거주하는 고정숙씨(51)는 “국민의힘 의원들이 사실상 국민을 버린 것이나 다름이 없다”며 “대통령이나 의원들이나 제발 정신을 좀 차렸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경기 광명시에서 온 안재성씨(45)는 "오늘 일은 역사에 기록될 것이고 두고두고 후회할 결정을 했다고 본다"며 "국민의 성남 민심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많은 시민이 대통령 탄핵 촉구 집회에 계속 참여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강원도 양구군에 거주하는 이모씨(24)는 “다음 임시국회 열릴 때 탄핵안 또다시 올리고 그냥 될 때까지 반복해야 한다”며 “오늘은 너무 허무하지만 앞으로 국민들이 더욱 목소리를 모아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경기 의왕시에 사는 하일우씨(36)는 "탄핵안이 통과될 때까지 끝까지 싸울 것"이라며 "국민의힘은 국민 대다수 의견과 너무 다른 판단을 했다. 윤 대통령뿐만 아니라 국민의힘에도 악수로 작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모씨(51)는 “박근혜 탄핵 집회 때도 나갔었는데 이렇게 추운 날 거리로 또 나오게 될 일이 있을 줄은 몰랐다”며 “매주 국회 앞으로 나와서 탄핵을 외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영민씨(53)는 “계엄령 선포 당시 당장 국회로 나가야겠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며 "오늘은 윤 대통령이 당연히 물러나야 한다는 생각으로 왔다. 몇 번이고 다시 참석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 의왕시에 사는 남일권씨(45)는 "무능력한 대통령의 권한이 정지될 때까지 끝까지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일부에선 다소 격앙된 분위기도 나타났다. 민주노총 측 사회자는 "일어나서 천천히 이동해 국회를 에워싸자"고 외쳤고, 시민들은 동·서쪽으로 나눠 국회를 둘러싸는 행진 대열을 만들고 있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국회 뒷문으로 퇴장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면서 시민들은 국회4문 방면으로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이번 집회에는 오후 5시30분 기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등 주최 측 추산 100만명, 경찰 비공식 추산 14만9000명이 모였다. 여의도 국회의사당 정문부터 산업은행 본점까지 사람들로 가득 찼다. 많은 인파가 몰리며 국회의사당 주변에서 인터넷이나 통화 연결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 국회의사당역에서 서강대교 남단 구간 등 국회대로는 전면 통제됐고, 서강대교를 걸어서 국회로 향하는 인파도 있었다. 9호선 국회의사당역은 열차가 무정차 통과됐고, 여의도역은 잠시 통제가 됐다가 현재 정상 정차하고 있다.
국회는 이날 오후 5시 본회의에서 김건희 여사 특검법 재표결에 부친 뒤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표결에 나섰다. 김 여사 특검법은 찬성 198표로 가결에는 2표가 부족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에 불참한 국민의힘 의원들의 참여를 호소하며 투표 종료선언을 미룬 채 본회의장에서 대기하고 있다. 탄핵소추안은 지난 5일 오전 0시 48분께 본회의에 보고됐으며, 이날 자정 직후인 8일 0시 48분까지 표결이 가능하다. 탄핵소추안 표결에는 안철수·김예지·김상욱 국민의힘 의원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불참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대국민 담화를 통해 비상계엄 사태에 대해 사과하며 "저의 임기 문제를 포함해 앞으로의 정국 안정 방안은 우리 당에 일임하겠다"고 말했다.
이서희 기자 dawn@asiae.co.kr
염다연 기자 allsalt@asiae.co.kr
임춘한 기자 cho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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