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엄마 죽었죠?" 딸은 따졌다…'구구팔팔이삼사'가 부른 분노

김범석 2024. 12. 7.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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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구팔팔이삼사’라는 말이 있다. 99세까지 팔팔하다가, 2~3일만 아프고 고통 없이 죽는 것이 최고라는 말이다. 이 말을 들을 때마다 나는 다른 측면의 고통이 떠오른다.

예전의 일이었다.
“선생님, 저희 어머니께서 지난주에 하늘나라로 가셨어요.”
“외래에 안 오실 분이 아닌데 지난주에 안 오셔서 걱정했어요. 그런데 돌아가셨군요. 댁에서 돌아가셨나요?”
“네. 밤에 주무시다가 친정집에서 갑자기 돌아가셨어요.”
“평소에도 안 아프고 주무시다가 편안하게 떠나고 싶다고 말씀하셨는데, 결국 어머니 뜻대로 되었네요.”

환자분이 주무시다가 갑자기 돌아가시는 경우가 있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 어떤 사람들, 특히 나이 드신 분들은 내심 부러워하기도 한다. 아프지 않고 고생하지 않고 편안하게 돌아가셨으니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사실 인간은 누구나 고통을 두려워하고 죽음 그 자체보다 죽기 직전에 고통스러울까 봐 그것을 두려워한다. 그래서 환자분 중 아프지 않고 자다가 편안하게 죽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하는 분들이 종종 있다. 그분도 그랬다.

평소에 남에게 신세 지는 것을 싫어했고 깔끔한 성격이었다. 아프지 않고 자다가 평온하게 죽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여러 번 했었다. 나는 따님의 말에 환자가 평소 뜻대로 주무시다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에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문제는 그게 아니었다.

" 그런데 어떻게 이렇게 갑자기 돌아가실 수 있지요? "
환자의 임종 소식으로 시작한 대화였지만 따님과 대화를 나누다 보니 점점 항의로 이어졌다. 어머니가 그렇게 안 좋은 상태였냐, 자식들이 병원에 미리 모시고 왔어야 하는 것 아니었냐, 이렇게 갑자기 돌아가실 것을 왜 미리 예측하지 못했냐, 어머니는 본인 몸이 안 좋다는 것을 알고는 계셨느냐, 그렇다면 왜 자식에게는 이야기하지 않았냐, 따님은 계속 묻고 또 따져 물었다. 어떻게 이렇게 갑자기 돌아가실 수 있는지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했다.

의사인 내가 보기에는 돌아가셔도 이상하지 않았을 말기암이었지만, 따님이 보기에는 어머니의 갑작스러운 죽음이 매우 이상했던 모양이었다. 어머니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했고 여전히 혼란스러운 것 같았다. 충분히 그럴 수 있다. 결국 따님은 내가 잘못 치료한 것이 없는지 이차 의견을 받으러 가기 위해 의무 기록을 전부 복사해 갔다.

사실 환자분은 돌아가시기 전 외래진료 때, 암이 진행되며 오래 못 버티실 것 같아서 호스피스 상담도 하고 임종기 계획까지 세웠다.

하지만 자식들은 어머니 상황이 이렇게까지 나쁜 줄 몰랐다.

(계속)

문제는 환자분의 성격이었습니다. 자식들에게 ‘나는 괜찮다’며 한마디도 안 했던 겁니다. 자식들을 배려한 결정이었지만, 남은 사람들에겐 황망하고 고통스러운 일이 되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잘 헤어지는 방법은 참 어렵습니다. 김범석 서울대 의대 교수가 건넨 조언은 뭘까요. 남은 이야기는 아래 링크를 통해 확인해보세요.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186552

"엄마 언제 돌아가세요?" 의사 민망해진 그날 벌어진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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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소변줄 꽂고 기저귀 찬다…어르신 입원 한 달 뒤 닥칠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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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이런 사람이었어요?” 암 진단 뒤 딸에게 온 ‘현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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