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계엄 윤석열 퇴진!" 민주노총, 정치파업은 합법인가 [박영국의 디스]

박영국 2024. 12. 6.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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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의권 없는 산하 사업장 노조에 대놓고 불법 정치파업 지침
계엄 여파 경제위기 속 산업 기능 멈춰 피해 증폭 협박
애꿎은 기업, 국민, 국가경제 볼모로 '파업 위력' 과시
'불법계엄' 책임 물으려면 '불법파업' 민‧형사상 처벌 감수해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조합원들이 5일 오후 서울역 앞에서 윤석열 대통령 퇴진 촉구 결의대회를 열고 있다. ⓒ뉴시스

어처구니없는 ‘계엄의 밤’이 어느덧 사흘 전 일이 됐지만 전 국민의 분노는 가라앉지 않고 있다. 홧김이었든 술김이었든 윤석열 대통령이 내질렀다 거둬들인 비상계엄은 정치‧사회적 혼란은 물론, 경제위기까지 불러왔고, 국제 무대에서의 국가 위신도 실추시켰다.

일을 저지른 자는 계엄 선포를 ‘성질을 못 이겨 벽에 머리를 박았다 제 이마만 깨지는’ 미련한 짓 정도로 생각했는지 모르겠지만 실상은 5000만배 이상 처참하다. 전 국민은 40여년 전 군부독재의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것은 물론, 이제 곧 처참하게 망가진 경제지표의 후폭풍을 온 몸으로 받아내야 할 형편이다. ‘K-시리즈’ 열풍과 함께 세계무대에서 상한가를 치던 대한민국의 위상은 외신들의 계엄 보도와 함께 땅에 떨어졌다.

이 모든 게 단 한 사람의 ‘미련한 짓’ 에서 비롯됐다. 당연히 분노할 만 하다. 그래놓고 사과 한 마디 없다. 자긴 잘못한 게 없단다. 광화문 밤을 밝히는 시위도, 전국을 떠들썩하게 하는 “윤석열 퇴진!”의 목소리도 수긍할 수밖에 없다.

단 하나, 경계해야 할 게 있다. 대정부 투쟁의 선봉을 자처하며 깃발을 높이 세우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의 행태다.

윤석열 퇴진 시위에 함께하며 같이 목소리를 높이는 것까진 좋다. 하지만 이들은 근로자들의 권익 보호를 위해서만 써야 할 칼을 엉뚱한 곳에 빼들었다.

민주노총은 지난 4일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정권 퇴진 시까지 무기한 전면 총파업에 돌입한다”고 선언했다.

민주노총 산하 최대 산별노조인 전국금속노동조합(금속노조)은 5일부터 산하 지부‧지회에 총파업 지침을 내렸다. 이에 따라 현대자동차와 한국GM, 현대모비스 등 대규모 사업장들이 부분파업에 들어갔다. 금속노조는 이날 성명을 내고 산하 사업장들의 파업 상황을 언급한 뒤 “최소 7만명이 파업에 가세했고 파업 규모는 더 커질 것”이라고 자랑스레 밝혔다.

금속노조는 나아가 “윤석열이 퇴진하지 않으면 11일부터 무기한 전면 파업에 돌입한다”고 선언했다. 총파업 목표가 ‘산업 기능을 멈추고 그 힘으로 정치적 요구를 관철하는 데 있다’는 서슬 퍼런 협박도 했다.

산업 기능을 멈춰 국가 경제를 뒤흔드는 게 윤석열 퇴진 압박의 강도를 높이는 수단이 될 수는 있다. 하지만, 파업에 의해 타의로 가동을 멈추면서 막대한 타격을 입는 기업들은 무슨 죄일까. 현대차와 한국GM이 계엄 사태와 무슨 연관이 있기에 손해를 감수해야 하는 것일까.

대기업 공장이 가동을 멈추면 그곳에 납품하는 수천 곳의 중소 협력사들이 타격을 입는다. 파업이 장기화되면 도산 위기까지 몰리는 기업도 나온다. 그곳에서 일하는 이들도 설령 금속노조, 민주노총에 속해 있지 않다 하더라도 노동자다. 이들은 거대 권력집단으로 자리한 민주노총의 투쟁 지침에 일감이 없어 돈을 못 벌거나 심지어 다니던 회사의 도산으로 일자리를 잃을 수도 있다.

이미 대통령의 ‘계엄 놀음’에 휘청이고 있는 우리 경제는 민주노총의 파업 놀음까지 더해지면 회복 불가능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주가와 환율이 요동치는 상황에서 공장이 멈추고 실물 경제까지 마비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그들인들 모를 리 없다.

국가경제가 위태로운 상황에서 타격을 가해 피해를 증폭시킴으로써 그들이 가진 힘을 과시하고 싶은 마음은 알겠지만, 그 피해는 우리 국민들이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

민주노총 울산지역본부가 5일 오후 울산 남구 태화강역 광장에서 불법계엄!내란범! 윤석열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총파업 결의대회를 열고 있다. ⓒ뉴시스

사실 민주노총이 총파업을 선언한 것은 하루 이틀의 일이 아니다. 정치적 이슈가 있을 때마다 매년 수차례 씩 입버릇처럼 총파업을 외친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전국의 공장을 멈추는 일은 없었다. 산하 사업장 노조별로 ‘일하지 않고도 월급을 받는’ 노조 전임자 위주로 파업 집회에 참여하니 공장 가동에 영향을 주지 않았다.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게, 노조는 정치적 이유로 파업을 할 수 없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은 노동쟁의 개념을 ‘근로조건의 결정에 관한 분쟁’으로 제한하고 있다. 노사간 임금협상이나 단체교섭 과정에서 쟁의가 발생했을 때 노동위원회에 쟁의조정을 신청하고. 조정신청 중지 결정이 날 경우에만 쟁의권을 확보해 합법적으로 파업을 벌일 수 있는 것이다.

이번엔 상황이 다르다. 민주노총과 금속노조는 산하 단체들에게 노골적으로 정치파업, 즉 불법파업을 벌이라고 부추기고 있다. 금속노조는 “현재 금속노조 사업장 중 교섭이 끝나지 않아 쟁의권이 있는 사업장은 100곳에 달한다. 나머지 400곳이 넘는 사업장 노동자들은 ‘정치 파업’을 해서라도 윤석열을 끝내야 한다는 결의를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5일과 6일 부분파업을 벌이는 현대차와 한국GM은 이미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을 마무리했다. 쟁의권이 있을 수 없다. 정치파업을 벌여놓고 근로조건 관련 분쟁이라고 거짓말을 할 여지도 원천 봉쇄됐다. 명백한 불법파업이다.

불법파업을 벌이면 노조법 위반으로 처벌받을 수 있을 뿐 아니라 기업에 끼친 손해에 대한 민사소송도 감수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법파업에 나선 것을 보면, 정부에 분노한 국민감정에 편승해 ‘권력과 자본으로부터 탄압받는 힘없는 노동자’ 코스프레를 펼치면 섣불리 법적 대응에 나서지 못할 것임을 노린 얄팍한 술수가 읽힌다.

모든 국민은 법 앞에서 평등하다. 그건 최고 통치자인 대통령이건 일반 소시민이건 마찬가지다. 민주노총과 금속노조는 ‘불법계엄’의 책임을 물어 ‘윤석열 퇴진’을 외친다. 같은 이유로 그들의 ‘불법파업’ 역시 법적 책임을 져야 마땅하다.

대통령이 무소불위의 권력자가 아니듯이 노조도 법 위에 군림하는 절대적인 존재가 아니다. 대통령에게 불법계엄에 대한 책임을 물었던 것처럼, 불법파업 지침을 내린 민주노총과 금속노조, 각 지부‧지회 지도부도 민‧형사상 처벌을 ‘비겁한 변명 없이’ 흔쾌히 감수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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