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평소 "싸우다 죽어도 여한없다"…尹 엇나간 자기확신
윤석열 대통령의 ‘6시간 비상계엄’ 후폭풍이 정치권을 덮친 가운데 월스트리트저널과 가디언 등 해외 유력 언론은 그의 행동을 “무모한 도박”이라 표현하고 있다. 순간의 행동으로 자신의 대통령직을 위태롭게 했을 뿐 아니라 나라 전체를 소용돌이에 몰아넣었기 때문이다.
이런 비합리적인 행동에 대해 여권에선 “윤 대통령의 과거 발언을 되돌아보면 그 배경을 조금은 헤아릴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복수의 여권 인사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부터 종종 강성 발언을 해왔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임기 초반에 “나는 나라를 똑바로 세우기 위해 대통령이 됐다. 5년 동안 치열하게 싸울 것”이라며 “나는 싸우다 죽을 거다. 죽어도 여한이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국정 운영에 장애가 되는 세력과 타협하는 대신 싸우겠다는 의지를 내보인 것이다.
실제 윤 대통령은 집권 후 좀처럼 정치적 타협과 거리를 뒀다. 여소야대 상황에서도 거대 야당 대표와 만나려 하지 않았고, 4·10 총선에서 대패한 뒤에야 임기 시작 2년여 만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첫 회담을 했다. 밉든 곱든 대화해야 할 야당을 국정의 파트너로 여기는 대신 “적대적 반국가세력과는 협치가 불가능하다”는 말을 여러 차례 쏟아냈다.
이런 인식은 지난 3일 비상계엄 선포 당시 담화문에 그대로 담겨 있다. 윤 대통령은 당시 야권을 겨냥해 “국회는 범죄자 집단의 소굴”, “패악질을 일삼은 만국의 원흉 반국가 세력”이란 표현을 썼다. 보통 북한이 미국이나 한국을 비난할 때 주로 쓰는 어휘가 포함된 것이다.
윤 대통령이 이토록 강경하게 된 배경으로 정치권에선 윤 대통령과 강경 우파와의 교류를 꼽곤 한다. 김진표 전 국회의장은 지난 6월 출간한 자신의 자서전에서 2022년 12월 독대 당시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윤 대통령이 ‘사고가 특정 세력에 의해 조작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고 적었다.
정치권에서 ‘윤 대통령이 극우 유튜브를 즐겨 본다’는 얘기가 돌자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이 지난 7월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윤 대통령은 현재 필요 이상으로 유튜브에 의존하고 있지 않다”는 해명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여전히 여러 여권 인사들은 “윤 대통령이 특정 유튜브 시청을 권했다”라거나 “윤 대통령이 특정 유튜버를 챙긴다”는 말을 하고 있다.
이번 계엄령 사태 때도 윤 대통령이 강성 보수 유튜브의 영향을 받은 게 아닌지 의심되는 대목이 있다. 계엄 선포 7분 만에 경기도 과천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계엄군이 들이닥친 것이다. 선관위는 보통 계엄 상황에서 장악해야 할 권력기관으로 여겨지지 않는다. 이와 관련해 윤 대통령에게 비상계엄을 건의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은 “(계엄군 투입은) 선관위 부정선거 의혹 관련 수사의 필요성을 판단하기 위해”라고 언론에 밝혔다. 부정선거 의혹은 강성 보수 유튜버의 단골 소재다.
윤 대통령 특유의 ‘버럭’하는 성격 탓에 합리적인 조언을 하는 측근이나 참모가 곁을 떠나며 자기 강화가 이뤄졌다는 분석도 있다. 여권에선 “윤 대통령에게 보고하러 갔다가 얼굴이 흙빛이 돼 나왔다”는 참모의 일화가 숱하게 많다. 검찰 시절부터 인연을 맺은 인사 가운데도 “윤 대통령에게 조언했다가 거리가 멀어졌다”는 말을 하는 경우가 적잖다.
윤 대통령의 강한 성격은 계엄 선포 전 개최된 국무회의에서도 드러났다. 당시 참석자들에 따르면 한덕수 국무총리를 비롯해 여러 참석자가 윤 대통령을 만류했지만, 윤 대통령은 결국 계엄을 밀어붙였다.
허진 기자 b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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