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태후가 즐긴 '회춘의 음식'…100만원 새둥지 그 맛의 반전
홍콩백끼 - 별별 이색 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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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은 넓고 별별 음식이 다 있다. ‘괴식’ ‘엽기’ ‘이색’ 같은 단어로 쉽게 정리할 수도 있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이 괴이한 식품에도 역사와 의미가 담겼다. 배고팠던 시절이 낳은 추억의 음식도 있고, 미신과 결합해 보양식으로 발전한 음식도 있다.
오늘 ‘홍콩백끼’의 주제는 홍콩의 별의별 먹거리다. 이를테면 대가리까지 꼼꼼히 양념을 발라 통으로 튀긴 비둘기, 생후 두 달 된 돼지를 통으로 굽는 새끼돼지 통구이, 여기에 뱀탕과 뱀술까지. 제비집 요리는 또 어떤가. 이름만 보고는 도저히 맛이나 형태가 감이 잡히지 않을 테다. 엽기 리스트에 올릴지, 진미 리스트에 올릴지는 여러분의 판단에 맡긴다.
」
닭 대신 비둘기? - 구워먹는 식용 비둘기
타이핑쿤의 5대 사장 앤드루 추이는 “100년 넘게 같은 레시피를 고수한다”고 말했다. 연한 육질을 얻기 위해 생후 19~20일의 비둘기만 고집하는 것도 오랜 전통이다. 당연히 길바닥 비둘기가 아니라 식용 비둘기다. 한 마리 185홍콩달러(HKD). 우리 돈으로 3만3000원 정도다.
홍콩 사람은 고기든 생선이든 통째로 조리해야 풍미가 살아난다고 믿는다. 해서 비둘기 요리도 대가리까지 온전히 붙은 채 식탁에 오른다. 처음엔 먹을 게 없어서 비둘기까지 먹나 싶었다. 먹어본 뒤에야 깨달았다. 탄력 있고, 기름지고, 야들야들하고. 뭐야, 닭보다 낫잖아.
완벽한 겉바속촉 - 젖먹이 돼지 통구이
‘공기 반 소리 반’이 아니라 ‘지방 20% 살코기 80%’의 젖먹이 돼지(생후 2~6주)만이 ‘겉바속촉’의 유쭈가 될 수 있다. 요즘은 대부분 전기 오븐으로 바비큐를 하지만, 홍콩섬의 ‘융키(鏞記)’처럼 화덕과 숯을 고집하는 전문점도 있다. 주방을 엿봤다. 꼬챙이에 끼워 화덕에서 구운 돼지에 엿기름을 바르고 다시 2시간을 숯불에서 굽고 있었다. 초콜릿 빛깔로 변신한 유쭈 껍질은 쌀과자보다 바삭한 소리가 났고, 속살은 미디엄레어로 구운 스테이크처럼 연했다. 가격은 만만치 않다. 한 마리 1800HKD(32만7000원).
가장 비싼 한끼 - 서태후가 즐긴 ‘옌워텅’
널리 알려진 이름과 달리 제비집은 사실 제비 둥지가 아니다. 흰집칼새의 둥지다. 흰집칼새는 제 입속에서 게워낸 희고 끈적한 침샘 분비물만으로 둥지를 짓는다. 이것을 채취해 깃털·배설물 같은 불순물을 핀셋으로 일일이 걷어낸 뒤 말려 식재료로 쓴다. 말린 둥지 1㎏이 100만원에 팔릴 정도로 비싸다. 르네상스 호텔의 광둥식 전문 ‘다이너스티’에서 게살을 가미한 295HKD(약 5만3000원)짜리 제비집 수프를 맛봤다. 둥지는 씹을 필요도 없이 목구멍을 타고 술술 넘어갔다. 맛은 잘 모르겠고, 그윽한 향이 입안에 오래 남았다.
홍콩인 겨울 보양식 - 뱀 고기 피자, 뱀술
80년 내력의 ‘세웡입(蛇王業)’에서 뱀탕을 맛봤다. 식감이 닭고기와 비슷했고, 특별한 잡내도 없이 담백했다. 뱀의 쓸개로 담근 쓰디쓴 뱀술을 곁들여서일까. 몸이 뜨거워지는 기분이 들었다. 뱀탕 한 그릇 53HKD(약 9600원), 뱀술 한 잔 26HKD(약 4700원).
산 채로 뱀 껍질을 벗기거나, 관광객 목에 뱀을 걸고 사진을 찍는 식의 퍼포먼스가 뱀 식당의 단골 레퍼토리였으나, 예전 같은 활기(?)는 이제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요즘은 뱀탕집 대부분이 동남아에서 냉동 뱀 고기를 들여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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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민호·백종현 기자 ploves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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