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소추안 국회 통과해도 ‘위헌·위법성’ 중대해야 헌재 인용 가능
‘탄핵열차’ 시나리오는
현재 헌법재판관 공석 ‘6인체제’
향후 심판 절차 변수 가능성도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지난 4일 발의되면서 8년 만에 다시 대통령 탄핵 정국이 조성됐다. 법조계에선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행위는 요건과 절차 측면에서 위헌·위법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불법 행위의 중대성이 헌법재판소 심판의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정치권이 헌법재판관 추천을 미루면서 발생한 재판관 공석 사태도 심판 절차 진행의 변수로 지목된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통령 등 고위공무원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위헌·위법성이 파면할 정도로 중대해야 탄핵을 인용하고 있다. 헌재는 2017년 3월 박근혜 당시 대통령을 파면하면서 “박 대통령의 위헌·위법 행위는 국민 신임을 배반한 것으로 헌법 수호 관점에서 용납될 수 없다”고 했다. 반면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경우 공무원 선거중립의무 위반(공직선거법)을 인정했으나 “파면할 만한 ‘중대한 직무상 위배’라고 보긴 어렵다”며 기각했다.
윤 대통령 계엄 선포는 전시 등 국가비상사태 요건을 갖추지 못했고, 국회 통보 절차도 지켜지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는다. 포고령을 통해 일체의 정치활동을 금지하고, 계엄군을 동원해 국회 점거·폐쇄를 시도한 점을 볼 때 위법성이 중대하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포고령이 3시간여 만에 해제됐고 인명 피해가 없었다는 점, 국회 의결을 실질적으로 막지 않았고 국회 요구에 따라 계엄령을 해제했다는 점에서 헌재가 ‘중대성 요건’을 인정할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수도권 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탄핵심판의 기준은 윤 대통령 행위가 국민 신임을 배반할 정도인지 여부”라며 “법 위반 정도와 국민 반응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만약 국회 가결로 탄핵심판이 시작될 경우 정치권이 헌법재판관 공석 상태를 방치한 게 원활한 절차 진행의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헌재법 23조 1항은 ‘재판관 7인 이상’을 심리정족수로 규정한다. 헌재는 ‘헌재 마비 사태’를 막기 위해 지난 10월 14일 이종석 헌재소장 등 재판관 3명 퇴임 직전 해당 조항을 효력정지시켰다. 현재 6인 체제로 심리와 변론이 진행 중이다.
위헌, 탄핵, 정당해산 등의 결정은 재판관 6명 찬성이 있으면 가능해 이론적으로는 6명 만장일치라면 탄핵 결정도 가능하다. 하지만 대통령 탄핵이라는 중대사를 재판관 정원을 모두 채우지 않고 결론 내리는 것은 정당성 시비 등 부담이 따를 수밖에 없다. 앞서 이뤄진 효력정지 결정도 임시처분일 뿐 7인 미만 심리가 정당한지 본안 판단이 이뤄진 것은 아니다. 헌법연구관 출신 배보윤 변호사는 “당시 결정은 심리를 이어가기 위해 택한 임시방편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이날 출근길에 6인 체제로 사건 심리가 가능한지 묻자 “최소 변론은 할 수 있다고 본다”면서도 “(결정까지 가능한지는) 논의해 보겠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4일 뒤늦게 공석인 국회 추천 몫 3명 재판관 중 2명을 추천했다. 국회 청문회 일정 등을 고려하면 최종 인선까지는 최소 한 달 정도 걸릴 전망이다. 헌법은 대통령에게 헌법재판관 임명 권한을 부여한다. 법조계 일각에선 윤 대통령 탄핵안이 7일 부결되고 정국의 교착상태가 이어질 경우 윤 대통령이 새 재판관 임명을 미룰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6인 체제’에서는 재판관 1명의 반대표만 나와도 탄핵이 기각되기 때문에 6인 체제 유지가 윤 대통령에게 유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재판관 6명은 진보 2(문형배 이미선), 중도 3(김형두 정정미 김복형), 보수 1(정형식) 구도로 분류된다.
만약 탄핵안이 7일 가결되면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로 전환된다. 권한대행이 재판관을 임명할 수 있느냐는 또 다른 쟁점이다. 박 전 대통령 탄핵 사건 때는 황교안 당시 권한대행이 대통령 추천 몫 헌재소장을 임명할 수는 없는 것으로 정리가 됐고, ‘8인 체제’로 탄핵 결정이 났다. 다만 이번은 다르다는 해석도 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통령 몫 재판관을 권한대행이 뽑는 것은 부적절할 수 있지만 이번은 국회 몫”이라며 “국회 몫 재판관을 대통령이 임명하는 것은 형식적 절차에 불과해 권한대행이 맡아도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이형민 양한주 기자 gilel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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