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한 계엄령] 마비 걸린 한반도 외교…'尹 퇴진' 외치던 북한은 침묵

오수진 2024. 12. 6.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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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통일장관, 전날부터 일정 중단
외국 주요 인사 방한도 속속히 취소
북, 며칠 내 입장 발표할 것으로 보여
"북, 정치적 혼란 이용할 수도" 관측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으로 계엄군이 진입 준비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 계엄 선포 후폭풍으로 한반도 외교가 마비 상태에 빠졌다. 외교·대외활동 일정이 줄줄이 취소되는 등 정상외교에 차질을 빚기 시작한 것이다. 이 가운데 연일 윤 대통령 퇴진을 외치던 북한은 이번 사태에 새삼 침묵으로 일관하면서 고요한 긴장감이 맴돈다.

6일 외교·통일부에 따르면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일괄 사의를 표명한 조태열 외교부 장관과 김영호 통일부 장관은 예정된 대외 일정을 잇따라 취소했다.

조 장관은 이날 참석 예정된 '2024 세계신안보포럼 개회식과 만찬을, 김 장관은 오는 6일 예정된 라디오 시사프로그램 출연과 한국국제정치학회 환영사 일정을 전면 취소했다. 전날도 마찬가지로 두 부처의 외부일정 대부분이 중단됐다.

비상 계엄의 여파로 외국 주요 인사의 방한 일정도 속속히 취소되고 있다. 카자흐스탄 국방장관회담, 제4차 한미 핵협의그룹(NCG) 회의와 제1차 NCG 도상연습(TTX), 스웨덴 총리 회담, 스가 요시히데 전 일본 총리의 한국 방문 등이 순연 됐다.

세계 주요국들은 한국을 '여행 위험국'으로 지정하기도 했다. 비상계엄 선포 및 해제 사건으로 안전 문제 발생 우려가 대두되자 한국 여행 주의보·경보를 내렸다.

특히 미국 대사관이 "계엄 해제 후에도 상황은 여전히 유동적이며, 시위 현장을 피하고 대규모 인파 주위에서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며 '경보'를 띄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데이나 화이트 UFC 회장의 방한 계획도 취소됐다.

외교부는 이 후폭풍을 수습하기 위해 분주해진 모습이다. 한국에 있는 모든 외국 공관에 국내 상황이 안정적이라고 설명하는 공식 서한을 보내는 등 대외적으로 필요한 소통을 위해 노력하겠단 입장이다.

이재웅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지난 4일 수요일 전 주한공관으로 외교공관을 보내서 계엄령 해제 및 관련 사항을 공유했다"며 "특히, 민주 절차에 따라 비상계엄령이 해제되고, 공공안전·질서 유지 및 S&P 등 국제신용평가사의 국가신용등급이 유지되는 등 경제 기반은 견고하며 북한 내 특이 동향이 없어 안보 상황 또한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는 점이 포함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미 간에는 각급에서 필요한 소통을 계속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순식간에 조용해진 북한
계엄 사태 언급조차 안 해

반면 수차례 윤 대통령 퇴진을 외치던 북한의 반응은 잠잠하다. 비상 계엄 사태는 물론 시민사회의 '윤석열 퇴진' 집회·성명·선언도 언급되지 않고 있다.

앞서 북한은 11월 18일 이후 거의 매일 우리 사회 내 반정부 시위 및 시국 선언 동향 등을 보도해왔다.

과거 일례로는 지난 2017년 3월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인용 결정 당시에는 조선중앙통신, 조선중앙TV 등을 통해 관련 사실을 2시간 20분 만에 신속 보도했고, 2004년 5월 노무현 대통령 탄핵 기각 결정 때는 이틀 후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서기국의 보도문이 조선중앙방송을 통해 알려졌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북한도 그동안 우리 대한민국의 역동적인 민주주의 상황을 여러 차례 지켜봤던 만큼 본인들이 뭔가 개입을 한다든지 그런 것들이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는 걸 인식하고 있을 것이라고 본다"고 분석했다.

북한의 입장문은 며칠 내 이뤄질 가능성이 크지만, 가장 우려되는 대목은 현재 사태를 북한이 악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한미동맹이 시험대에 서게 된 현 사태를 북한이 기회로 삼을 수 있단 분석이 쏟아진다.

미 방송국 CNN은 중·북·러 지도자들이 한국 상황을 주시하면서 역내 미국의 주요 세력 기반을 약화시킬 가능성에 주목하는 가운데 한국의 정치적 혼란을 이용하고자 하는 북한에 모든 시선이 쏠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영국 옥스퍼드대 강사 에드워드 하월은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에서 "북한이 서울에 혼란이 있을 때마다 한국의 민주주의 체제를 조롱하길 좋아한다는 것을 우린 알고 있다"며 "북한이 수사적으로든 다른 방식으로든 한국 내 위기를 유리하게 악용하더라도 놀라지 말아야 한다"고 진단했다.

시드니 사일러 전(前) 미국 국가정보위원회(NIC) 북한담당관도 CNN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이 상황을 이용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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