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고령 내용조차 몰랐던 계엄사령관… 그날 軍은 ‘엉망진창’

정현수,이강민 2024. 12. 6.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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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비상계엄 사태 당시 계엄사령관에 임명됐던 맡았던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은 계엄군의 국회 진입 과정에 사실상 관여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계엄군 투입을 비롯해 계엄 준비부터 지휘, 철군까지 전 과정은 계엄사령관이 아닌 김용현 당시 국방부 장관 지휘 아래 진행됐다.

김 전 장관은 10시30분 화상회의로 진행된 전군 주요지휘관회의에서 박 총장을 계엄사령관에, 정진팔 합참 차장을 부사령관에 임명했다고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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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계엄 후폭풍]
軍수뇌부 계엄준비 인지 못한 정황
특전사령관, 테이저건 사용도 건의
尹, 계엄상황때 합참 통제실 방문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이 5일 오전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이한형 기자


12·3 비상계엄 사태 당시 계엄사령관에 임명됐던 맡았던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은 계엄군의 국회 진입 과정에 사실상 관여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계엄군 투입을 비롯해 계엄 준비부터 지휘, 철군까지 전 과정은 계엄사령관이 아닌 김용현 당시 국방부 장관 지휘 아래 진행됐다. 계엄 선포와 동시에 나온 제1호 포고령 역시 김 전 장관이 박 총장에게 건넨 것이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 상황에서 계엄사령부 상황실이 설치된 합동참모본부 지휘통제실을 방문한 사실도 드러났다.

5일 국회 국방위원회 긴급현안질의에서 나온 증언을 종합하면 박 총장은 계엄 선포 사실을 지난 3일 밤 10시23분 시작된 윤 대통령 대국민 담화를 통해서야 알게 됐다. 김 전 장관은 10시30분 화상회의로 진행된 전군 주요지휘관회의에서 박 총장을 계엄사령관에, 정진팔 합참 차장을 부사령관에 임명했다고 알렸다. 김 전 장관은 당시 “모든 군사활동은 장관이 책임진다. 대통령으로부터 지휘 권한을 위임받았다. 명령 불응 시 항명죄가 된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그는 계엄이 공식 해제될 때까지 합참 지하통제실에 머물며 작전 지시를 내렸다.

박 총장은 계엄사령관에 임명된 후 자신의 명의로 이미 작성돼 있는 포고령을 김 전 장관에게서 건네받았다고 말했다. 박 총장은 법률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지만, 김 전 장관은 이미 마쳤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총장은 “(포고령 초안에) 시간이 ‘22시’라고 돼 있어서 이를 ‘23시’로 수정해서 (공포)했다”고 증언했다. 발령 시점만 손봐서 이미 작성돼 있던 포고령을 서둘러 발표했다는 것이다. 문제의 포고령은 당일 밤 11시25분쯤 공개됐다.

박 총장은 이후 조지호 경찰청장에게 포고령 관련 내용을 전파했는데 이 역시 김 전 장관 지시에 따른 것이었다. 박 총장은 “김 전 장관 휴대폰으로 (조 청장과) 통화했다”고 말했다.

계엄군의 국회 경내 투입과 철수 과정에서도 박 총장은 배제돼 있었다. 박선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계엄군으로 국회에 투입된 707특수임무단 등에게는 지난 2일부터 출동대기명령이 떨어졌다고 한다. 하지만 박 총장은 “투입한 것도 몰랐다. 제가 명령을 통제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국회 장악을 시도하던 계엄군이 거센 저항에 직면하자 곽종근 특수전사령관은 박 총장에게 테이저건과 공포탄 사용을 건의했다. 박 총장은 합참 계엄과장 등 4명과 논의한 뒤 테이저건·공포탄 사용 불허 쪽으로 정리했다고 국방위에서 말했다. 계엄군은 국회가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가결한 직후인 오전 1시18분 국회에서 철수를 시작했는데, 해당 명령도 김 전 장관이 내렸다.

윤 대통령이 당시 합참 지휘통제실을 직접 찾은 사실도 확인됐다. 박 총장은 “시간이 정확하지는 않다. (4일 오전) 1시는 조금 넘었던 것 같다”고 답했다. 김선호 국방부 차관은 “대통령이 지휘통제실의 별도 룸(방)으로 가셨다”고 말했다. 박 총장은 당시 김 전 장관과 함께 그 방에 들어갔지만 “무슨 말을 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병주 의원은 “윤 대통령이 내란죄 주범이라는 걸 방증한다”고 주장했다.

김 전 장관은 계엄 선포 4시간 전인 3일 오후 6시쯤 용산 대통령실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 같은 여러 정황은 김 전 장관과 윤 대통령이 긴밀하게 상의하며 계엄을 준비·실행한 정황으로 민주당은 보고 있다.

정현수 이강민 기자 jukebox@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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