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세 부산시민의 분노 "이런 추한 대통령은 처음"
[김보성 kimbsv1@ohmynews.com]
▲ 5일 부산 서면 쥬디스태화 앞에서 3천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군사반란 계엄폭거 내란범죄자 윤석열 즉각 퇴진 부산시민대회’가 열리고 있다. |
ⓒ 김보성 |
"1979년 군부 독재자들이 날뛰던 그 시기 돌아가"
윤석열정권 퇴진 비상부산행동(가칭)이 5일 저녁 7시 주최한 '군사반란 계엄폭거 내란범죄자 윤석열 즉각 퇴진 부산시민대회'는 시민들이 직접 나와 발언하는 시간으로 대부분 꾸며졌다. 2024년 무장한 계엄군이 국회·선거관리위원회로 진입하는 것을 본 탓에 본무대 옆에 마련된 자유발언대로는 고등학생부터 소설가, 종교인까지 마이크를 잡겠다는 신청이 쇄도했다.
특히 한 70대 시민의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 자신을 소설가라고 소개한 김헌일씨는 "대통령은 엊그제 군대를 동원해서 국회를 무력화시키고 국민을 협박하려는 일을 감행했다"며 "21세기 대한민국은 1979년 군부 독재자들이 날뛰던 그 시기로 돌아갔다"고 개탄했다.
그러면서 2차·3차 계엄령이 두렵다고 말을 꺼냈다. 그는 "저 자신과 아내의 안위를 지켜내기 위해서 혈안이 돼 있는 그 작자(윤 대통령)가 또 무슨 일을 할지 아무도 모른다"고 걱정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탄핵 반대를 당론을 정한 여당을 향해선 정당의 정체성을 강하게 되물었다.
"국민의힘, 정신 차려야 합니다. 당신들은 무도한 정치검사 윤석열을 끌어안아서 온갖 그럴 듯하게 치장해 이 사람이 대통령으로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지금 그를 지켜주는 충견 노릇을 하고 있습니다. 당신들이 충성을 바쳐야 할 대상은 독재자가 아니고 국민들입니다. 계엄선포가 위헌적이라고 말하면서 탄핵은 안 된다고 슬쩍 빠지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모순적이란 지적이었다. 그는 "제 나이 75살, 그동안 온갖 정권을 다 겪어왔지만 이렇게 추하고 비겁한 정권은 처음이다. 입만 열면 거짓말이다. 대통령부터 그렇다"라며 난국을 헤쳐갈 방법을 언급했다. 김씨는 "우리 손에 (그 방법이) 있다. 한 분이라도 더 나와서 힘을 합쳐줄 것을 희망한다. 이 추운 날 여러분들이 나라를 구하고 있다. 참으로 감사하고 고맙다"며 고개를 숙였다.
▲ '바위처럼' 부르는 부산 "굳세게 윤석열 몰아내자" [영상] ⓒ 김보성 |
▲ 5일 부산 서면 쥬디스태화 앞에서 3천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군사반란 계엄폭거 내란범죄자 윤석열 즉각 퇴진 부산시민대회’가 열리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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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대표를 겨냥한 고등학교 2학년 여아무개 학생은 "윤석열의 탄핵안 통과를 막겠다는 의견을 발표했다. 이게 정녕 옳은 일이냐"며 직격탄을 날렸다. 또 다른 고등학교 3학년 학생은 "아시아의 민주주의 선진국가인 우리나라에서 이런 일이 일어났다는 게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라고 적혀 있는 헌법 제1조를 언급했다.
휴가 중인 신부는 "부끄러워서 나왔다"며 소신 발언에 나섰다. 지난달 천주교 사제 1466인 시국선언에 동참한 유상우 신부는 "우리가 뽑았으니 우리가 뽑아버릴 권한도 있다"라며 다시 한번 그 내용을 소환했다. 다음으로 무대에 오른 30대 남성도 주목받았다. 자신을 '2찍'으로 표현한 그는 "여기에 1찍이나 다른 정당을 찍은 이들도 있겠지만, 저처럼 윤석열을 뽑아 속아 넘어간 이들이 많이 계실 것"이라며 '지지 철회'를 선언했다. 그래야 윤 대통령이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을 것이란 이유였다.
쏟아진 자유발언에 집회가 1시간을 훌쩍 넘기자 사회자도 간신히 흐름을 정리했다. 이원규 윤석열퇴진부산운동본부(준) 공동집행위원장은 "너무 많아 내일 또 기회를 드리기로 했다. 아쉬움이 있겠지만, 행진 구호 연습으로 이를 달래자"며 참석자들에게 제안했다. 시민들이 동의하자 바로 스피커에서는 '꿍따리 샤바라'를 개사한 '윤석열 나가라'가 흘러나왔다. 이날 부산 집회는 행진하지 않는 대신 떼창과 구호로 마무리됐다.
▲ 쿵따리 샤바라를 "윤석열 나가라"로 바꾼 부산시민들 [영상] ⓒ 김보성 |
▲ 5일 부산 서면 쥬디스태화 앞에서 3천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군사반란 계엄폭거 내란범죄자 윤석열 즉각 퇴진 부산시민대회’가 열리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규탄 마이크를 잡은 한 고등학생의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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