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수 있는 역할 하겠다”…귀국하자마자 이재명 손 잡은 김경수
“제가 비상계엄 때문에 급하게 귀국하게 됐다.”(김경수 전 경남지사)
“대통령 하나 잘못 뽑아서 이렇게 힘들게 됐다.”(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야권의 대권주자로 분류되는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국회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5일 만났다. 지난 3일 계엄 사태를 계기로 조기 귀국한 김 전 지사는 이날 20분 간의 비공개 면담에서 “국회와 민주당이 역할을 제대로 해서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저지할 수 있었다. 고생 많으셨다”고 말했다. 이에 이 대표는 “우리 국민이 성숙돼 있어서 다행히 막을 수 있었다”고 답했다.
이날 회동은 김 전 지사의 요청으로 성사됐다. 그는 이 대표와의 회동이 끝난 뒤 곧장 우원식 국회의장과도 약 20분 간 면담했다. 면담 종료 후 그는 기자들의 대선 출마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쇠뿔도 단김에 빼려고 하시냐”면서도 “앞으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는 시민들과 찾아보겠다”고 여지를 남겼다.
김 전 지사는 이날 오후 5시 쯤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그는 귀국 직후 “이번 비상계엄은 저를 포함한 모든 정치권의 책임이라서 국민께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리지 않을 수 없다”며 “이제는 위기를 초래한 무모한 권력에 대한 탄핵의 시간”이라고 강조했다. 또, “안정적인 나라가 되기 위해서는 정당이 국민들 속에 뿌리를 내리는 것이 필요하다”며 “거리에 나가서 싸우는 국민께 힘을 보탤 것”이라고 밝혔다.
김 전 지사는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으로 2021년 징역 2년 형을 확정받고 복역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첫해인 2022년 12월 복권 없이 사면됐고, 올해 광복절 특사로 복권까지 돼 제한 없는 정치 활동이 가능해졌다.
내년 2월까지 미국에서 ‘사회적 대타협 모델’ 연구를 지속할 계획이었던 김 전 지사가 조기 귀국을 결정하자, 당내에선 “대선을 염두에 두고 기민하게 움직인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김 전 지사 측 관계자는 통화에서 “이르면 이번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예방할 예정”이라며 “장외집회에 참석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야권에서는 향후 김 전 지사가 친명(이재명)계의 거부감을 최소화하고 주파수를 맞추는 행보를 이어갈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민주당 전직 의원은 통화에서 “(이재명 대표 사법리스크로) 친명계가 ‘플랜B’를 찾게 된다면 색채가 가장 옅은 김 전 지사가 우선순위에 오를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김 전 지사도 이날 귀국 직후 “앞으로 제가 할 수 있는 역할을 이재명 대표와 상의도 하게 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다만 친명계 내부에선 냉소적인 평가도 만만찮다. 친명계 의원은 통화에서 “여론조작으로 실형을 받았던 김 전 지사가 탄핵 국면에서 나설 자리는 없을 것”이라며 “대권을 위해 고개를 드는 순간 바로 당원들에게 공격 당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당장 이날 이 대표 팬카페인 재명이네 마을 등에는 ‘김경수 무슨 수작이냐’, ‘연대할 생각은 꿈도 꾸지 말아라’는 등의 글이 올라왔다.
김정재 기자 kim.jeongj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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