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한 임신 중지가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
[김민영 임채원 기자]
지난 7월, 임신 36주 차에 임신 중지 수술을 받았다는 내용의 영상이 온라인에 게시되자 사회적으로 큰 파장이 일었다. 이에 대해 처벌해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되며 경찰은 영상 게시자인 임신 중지 당사자, 수술을 집도한 전문의 등 관련 인물들을 살인 방조 혐의로 입건하였다. 낙태죄가 폐지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인식 및 법적 절차가 여전히 폐지 이전에 머물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2019년 4월 헌법재판소는 낙태죄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임신 중지는 더 이상 불법 행위가 아니지만 후속 입법 조치, 또는 법적 개정이 없어 안전한 임신 중지를 보장하는 의료시스템은 부재한 상황이다.
본 인터뷰 이후 실제로 진행된 프로젝트 부스 사진 |
ⓒ 박현영, 현나영 |
지난달 27일, 성적권리와 재생산 정의를 위한 센터(SHARE) 대표이신 나영 님과 비대면(Zoom)으로 만났다. 다음은 나영 님과의 인터뷰.
- 성적권리와 재생산 정의를 위한 센터인 '셰어'에 대해 간단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셰어는 임신 중지 비범죄화 운동을 하면서 '성과 재생산 포럼'이라는 이름으로 시작했던 모임을 전신으로 하고 있습니다. 2015년부터 '장애 여성 공감'이라는 단체에서 장애 여성의 재생산권과 낙태죄에 관련된 프로젝트를 진행하다 낙태죄에 대해 중요한 문제점을 발견했습니다. 이것(낙태죄)을 여성을 처벌하는 문제로 보는 것이 아닌 국가의 인구정책이나 정의에 관한 문제로 봐야 한다는 시각을 갖고 낙태죄 폐지 운동을 하게 되었어요. 그 과정에서 '셰어(SHARE)'를 설립하게 되었습니다.
저희(셰어)는 2019년부터 활동을 시작하여 현재 10명 정도의 기획운영위원들과 활동가들이 함께 하고 있습니다. 셰어에서는 법과 정책, 성·재생산, 건강과 권리를 주제로 활동하면서 법과 정책 제안 활동을 포괄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성교육의 대상으로 다뤄지지 않는 사회적 소수자들과 관련된 사회적 포괄적 성교육을 진행하기도 하고, 성·재생산권을 위해 의료인들과 협업도 하는 등 여러 연계 지원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안전한 임신 중지는 여성 당사자만의 문제 아냐, '모두'의 삶의 조건에 대한 국가의 사회적 책임에도 영향
- 흔히 '임신 중지'는 임신 중지 당사자인 여성에 국한되는 문제로 여겨지는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셰어에서는 '모두'를 위해 포괄적 임신 중지 보장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안전한 임신 중지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현 상황이 왜 여성만의 문제가 아니라 모두의 문제로 논의되어야 하는지 궁금합니다.
"2016년부터 '낙태죄 폐지'라는 표현이 널리 사용되었지만, 이전에는 낙태죄를 삭제하거나 합법적 범위를 설정하는 차원의 문제로 다뤄져 왔었죠. 이러한 측면에서 그 당시에는 태아의 생명과 여성의 결정권 중 무엇이 중요한지, 국가가 무엇을 우선시해야 하는지에 초점이 맞춰졌습니다.
이제 셰어에서 문제를 들여다보기 시작하면서 발견한 것은 실제 우리에게 직접적으로 적용이 되는 것은 법적인 처벌 조항이지만, 여성의 결정에 대해 국가가 법의 틀로서 여성 당사자를 처벌할 것인지의 문제로만 다루는 것은 실제적으로 혹은 사회적으로 '여성의 삶에서 사회 경제적 조건이 보장되고 있는지', '어떤 평등한 관계가 보장되는 상황에서 결정들이 고려되고 있는지'에 대해 사실 국가는 관심이 없었다는 점을 보게 되었습니다.
임신 중지 또는 유지에 대한 선택은 여성 당사자가 아무런 상황이 없는 공백 속에서 내리는 결정이 아닙니다. 만약 아이를 출산한다면 태어날 자녀와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조건인지 당사자의 경제적 상황, 가족 관계, 직장 및 학교 상황 등 다양한 결정들이 맞물려 있다는 것이죠. 따라서 국가가 생명의 조건들을 깊게 고민한다면 그것을 여성의 결정에 전가하고 처벌로 다룰 것이 아니라 국가가 그 조건을 어떻게 보장할 것인지를 국가가 책임으로써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해요. 결국 삶의 조건을 어떻게 만들 것인지에 대한 모든 문제로 나아가 그 자체가 사람 삶의 문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셰어는 이런 이야기들을 하면서 낙태죄 폐지 운동에서 방향을 바꾸게 되었어요. 여성의 결정권 혹은 태아 생명권의 문제가 아니라 재생산 정의의 문제 및 사회 정의와 관련된 문제로 나아가야 한다고 얘기하고, 재생산 정의를 중요한 방향으로 삼아 여러 사회운동을 하고 연결해서 문제들을 짚어나가는 활동을 이어 나가고 있습니다.
그러한 의도가 되게 잘 드러나 있는 것이 지금까지의 낙태죄와 모자보건법 14조에요. 모자보건법 14조에서 규정하는 (임신 중지의) 합법적 허용 조건의 가장 우선순위는 장애가 있는 사람들의 임신 중지인데요. 이것을 보면 "그래, 그런 사람은 합법적으로 해야 하지"라는 것을 너무 당연하게 여기는 것이고, 국가가 임신 중지라는 결정을 처벌하면서도 장애가 있는 사람들의 임신 중지는 허용할 수 있다는 기준을 합법의 조건으로 내세우고 있는 셈입니다. 사실은 그런 역사가 낙태죄 역사 안에 다 있는 것이고요. 따라서 낙태죄를 폐지하고 다음으로 간다는 것은 인구 정책이나 국가의 성적 통제, 재생산 통제와 관련된 문제들을 같이 바꿔나가는 문제와 연관되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모자보건법 제14조(인공임신중절수술의 허용한계)
❶ 의사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되는 경우에만 본인과 배우자(사실상의 혼인 관계에 있는 사람을 포함한다. 이하 같다)의 동의를 받아 인공임신중절수술을 할 수 있다.
1. 본인이나 배우자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우생학적(優生學的) 또는 유전학적 정신장애나 신체질환이 있는 경우
2. 본인이나 배우자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전염성 질환이 있는 경우
3. 강간 또는 준강간(準强姦)에 의하여 임신된 경우
4. 법률상 혼인할 수 없는 혈족 또는 인척 간에 임신된 경우
5. 임신의 지속이 보건의학적 이유로 모체의 건강을 심각하게 해치고 있거나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
- 법 규정을 통해 어떠한 사회적 인식을 유도할 수 있다는 사실은 저희가 평소에 인식하지 못했던 부분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당사자의 삶의 조건을 어떻게 보장할 것인지에 대한 고려가 필요합니다. 이제는 헌법재판소 형법의 의미를 더 이상 적용하지 않게 됐음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인 권리는 보장이 안 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조건에서도 자신의 상황이 감당이 가능하여 임신 중지 또는 출산이 가능한 사람들과는 달리 청소년, 이주민 혹은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들은 처벌이 없어도 여전히 결정이 어려운 것입니다.
이는 임신 중지와 관련된 법이나 정책만으로는 다 해결될 수 없어 다른 차별적인 조건들, 불평등이나 이런 정의의 조건들을 바꾸는 문제와 연결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최근 기사에 따르면, 보건복지부 및 법무부는 22대 국회 회기 내 모자보건법과 형법을 동시에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보건복지부는 '해외 사례 비교를 통한 인공임신중절 정책연구'를 진행 중에 있으며, 관계자에 따르면 임신중절 약물을 포함해 주요국의 임신중절 관련 법, 관리 체계 등을 모자보건법 개정 참고 자료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하였다. 모자보건법 및 형법 개정, 임신중절 약 도입이 현실화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 임신 중지 관련 법과 정책의 개정만으로는 부족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률 개정에서 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할 사항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셰어에서는 형법이 폐지가 되었으니 더 이상 새로운 처벌법을 만들 이유도 없으며, 그래서는 안 된다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미 비범죄화로 처벌이 완전히 사라진 상태가 됐기에 임신 중지를 더 이상 법의 영역에서 다루지 말고 실질적인 의료 접근성이나 사회적 평등에 관련된 권리 보장에 관련된 문제로 다룰 것을 요구하고 있어요.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까지의 모자보건법을 전면적으로 개정을 해서 이 법이 우리의 권리를 보장하는 법의 내용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국가의 목적에 관련된 법이 아니라 사람의 권리에 대한 법으로 바뀌어야 합니다. 그래서 셰어는 모자보건법 차원에서 보다 조금 더 상위법으로 성·재생산권리 보장 기본법도 제안하고 있는 것이죠.
그런데 복지부는 여전히 합법과 불법을 나눌 수 있는 처벌 조항이 다시 생겨야 한다는 것에 미련을 못 버리고 있습니다. 형법을 다시 개정해서 처벌 조항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을 계속 갖고 있기에 모자보건법 개정을 따로 하지 않으려고 하는 것이죠. 복지부는 형법에서 다시 처벌 조항을 만들고 그 처벌 기준에 맞춰서 모자보건법을 14조 비슷한 그런 조항들을 새로운 기준으로 다시 만들려는 생각인 거예요. 셰어는 그래서는 안 된다고 얘기하고 있는 것입니다."
찾아본 바에 따르면,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23일 오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임신중절 관련해서는 형법상 어떤 게 죄가 되고 어떤 건 죄가 아닌 게 명확해지면 모자보건법에 상담이나 지원이 더 잘될 것 같다"라고 발언한 바 있다.
"또한 현재 상황은 약의 도입이나 건강보험을 모든 임신 중지에 적용하는 것 등에 대해 논의하고 있어요. 그러나 이런 것은 모자보건법이나 다른 법의 개정이 없어도 복지부의 의지로 할 수 있는 일이에요. 왜냐하면, 약을 도입하는 것과 건강보험 보장을 어디까지 할 것인지에 대해서 논의하는 심의위원회가 각각 있습니다. 그래서 식약처와 보건복지부 장관은 그에 대한 책임을 지며 과정을 거쳐 국민의 건강에 필요하다고 하면 위원회 논의를 통해 약물의 허용 여부나 건강보험 적용 여부를 결정하면 됩니다. 그러나 보건복지부는 합법적인 기준이 다시 만들어지지 않으면 할 수 없다고 하고 있습니다."
2022년 12월 식약처는 임신중절 수입 의약품 업체가 품목 허가 신청을 자진하여 취하했다고 발표하였다. 이에 대해 '미프지미소정(미프진)'은 국내 처음 사용되는 신물질을 함유하였기에 일부 자료 보완을 요청하였으나 현대약품이 기한 내 제출이 어렵다고 판단해 스스로 신청을 취하했다고 설명하였다. 향후 품목 허가를 다시 신청하는 경우 이번 심사에서 제출되지 않은 보완 사항을 중심으로 판단할 예정이라고 강조하였으나, 지난해 국감부터 입장을 슬며시 선회한 상황이다. '위해성 관리계획수립'이라는 새로운 조건을 내세우며 품질을 갖추었더라도 또 다른 조건을 만족해야 허가 검토에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다.
"그렇다면 약이 도입되는 것이 중요한 이유를 말씀드릴게요. 현재 병원에서 대부분 시술적 방법을 많이 사용하고 있고, 지금은 국제적으로 잘 권고되지 않는 소파술(자궁 내막을 긁어내는 시술)을 하고 있어요. 이 방법은 안정성 문제로 더 이상 국제적으로 권고되지 않습니다. 반면 한국은 계속해서 임신 중지(낙태)가 불법이었기 때문에 의료인들의 교육과정 중 최신 수술에 대한 내용이 없었고, 임신 중지와 관련된 부분을 배우지 않아 임상경험 과정도 없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가 몇 년 전부터 사용하지 않았던 방법을 계속 사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임신 중지) 약도 마찬가지입니다. 세계보건기구에서는 임신 초기 12주까지는 약이 굉장히 효과적이며, 병원을 여러 번 방문할 필요 없이 병원에서 약을 처방받은 후 개인이 집에 가서 복용함으로써 임신 중지의 전체 과정을 스스로 관리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얘기하고 있습니다. 병원 접근성이 낮은 지역에 살거나 병원에 자주 방문할 수 없는 사람들에게는 이러한 방법이 부담이 없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약이 도입되면 자신이 편한 장소에서 임신 중단을 책임질 수 있으며, 의료체계에서의 책임도 강화되어 약은 비용이 훨씬 저렴해지겠죠. 그렇기 때문에 경제적으로 어려운 조건에 있는 사람들도 부담이 적어 접근성을 높여줍니다. 또한, 부담 때문에 임신 초기에 중지를 못 하고 임신 중기, 후기에 가서야 임신 중지를 하게 되는 일들을 훨씬 줄일 수 있게 될 것이에요."
- 대표님의 말씀을 들어보니 이런 부분도 결국엔 여성의 자기결정권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네요.
"네, 맞습니다. 사회적으로 취약한 조건에 있는 여성들에게 더욱 그런 것입니다."
안전한 임신 중지를 위한 셰어의 노력
- 그렇다면 이제 셰어에서 안전한 임신 중지 보장을 위해 진행한 활동들과 관련된 질문을 드리고자 합니다. 셰어의 포괄적 임신 중지 그리고 재생산권과 관련된 활동들이 인상 깊었습니다.
셰어 웹사이트에서 볼 수 있는 SRHR101과 반응형 웹페이지 '곁에, 함께' 등이 있는데 언제, 누가,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 설명 부탁드립니다.
"반응형 웹페이지인 '곁에 함께'를 만들기 전 2020년에 성·재생산권리 보장 기본법을 만들었습니다. 그때 같이 했던 것이 의료인과 상담사를 위한 가이드북 책자 '곁에, 함께'였는데요. 이 책자를 만든 후 이것(책자)은 의료인과 상담사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개인도 필요할 것 같다고 봤습니다. 개인이 이러한 정보가 필요할 때 여기저기에서 정보를 수집하는 것보다 하나의 사이트에서 나의 권리, 임신 중단을 하기 전 고려해야 할 것, 방법, 도움 연계 기관 등을 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예를 들어 캐나다, 뉴질랜드 등의 국가에서는 국가 보건부 차원에서 개인이 그러한 정보를 한 번에 알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하는 사이트를 구축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보장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서 셰어는 '곁에 함께' 페이지 맨 밑에 자신이 갔던 병원이나 추천하고 싶은 병원 후기 등을 남길 수 있는 페이지까지 마련해 두었습니다.
추가적으로 이것(반응형 웹 페이지 '곁에 함께')을 만들면서 고려한 것은 장애인, 이주민들이 정보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었습니다. 수어 화면을 볼 수 있게 하고 태국어랑 아랍어, 영어까지 3개의 언어로 만들었습니다. 페이지에서 해소되지 않거나 임신 중지 상담이 필요하면 쉐어 오픈채팅방 카톡을 이용해서 상담 진행도 가능합니다.
SRHR101(Sexual and Reproductive Health and Rights 101)에서는 임신 중지뿐 아니라 성 재생산권에 관련된 모든 정보를 찾아볼 수 있게 계속 구축하고 있는 페이지입니다.
그 페이지에서는 성 매개 감염, 임신, 출산, 피임, 성관계 등에 관한 모든 자료를 글자가 익숙하지 않으신 분들도 그림만 봐도 내용을 파악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중요하게 고려하여 콘텐츠를 만들고 있어요. 또한, 정말 필요한 정보이지만 성인인증을 하지 않으면 알 수 없고 사회적으로 금기시되는 성과 관련된 정보들을 거르지 않고 상세하게 안내하고 있습니다.
성과 관련된 정보 중 정확히 전달되어야 하지만 (현실에서는) 그렇지 않은 부분들을 직접적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정확하지 않은 정보들은 오히려 건강에 해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정확한 정보를 자세히 전달하려고 합니다,"
- '셰어' 활동 중 포괄적 임신 중지 상담·지원 활동가, 상담사 기초 양성 과정을 진행하시는 것을 보았는데, 포괄적 임신 중지 상담 지원 활동에 이어 상담사 양성까지 기획하시게 된 계기가 있으셨는지 궁금합니다.
"포괄적 임신 중지 상담·지원 활동가, 상담사양성 과정은 정말로 양성이 필요해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현재는 임신 중지에 대해 전문적으로 상담할 수 있는 상담사가 없는 상황이에요. 지금의 임신 중지 관련 상담은 '위기 임신'이라는 프레임으로, 극단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의 임신 중지 상담을 가정하여 실질적인 정보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임신 중지 상담을 위해 연락하면 모자보건법 14조에서의 임신 중지 허용 범위를 알려주며 실제로 하기 어렵다고 답변하거나, 임신의 유지를 설득하며 미혼모 지원 시설을 안내하는 등의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저희는 위기 임신의 틀이 아니라 (임신 중지에 대해) 모든 사람이 접근할 수 있게 하고, 그런 상태에서 임신 중지를 할 것인지 유지할 것인지 결정하도록 할 뿐만 아니라 선택에 따른 방법까지 포괄적으로 다룰 수 있는 상담사의 양성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게 되어 양성 과정을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현재 22분 정도, 여러 다른 단체에서 활동하시거나 지자체 관련 기관에서 활동하시는 분들 등 다양하게 양성 과정에 참여하고 계십니다."
- 그렇다면 혹시, 포괄적 임신 중지 상담·지원 활동가, 상담사 기초 양성 과정에서 이것만큼은 모두가 필수적으로 경험해 보았으면 하는 프로그램이 있으실까요.
"현재 양성 과정은 1) 관련 법과 포괄적 임신 중지 개념, 세계보건기구(WHO)의 가이드(최신 의료적 기준) 2) 임신 중지 방법 및 필요 정보 3) 다양한 당사자의 임신 중지 또는 유지 지원 4) 전체 상담 과정 실습과 같은 4가지 주제로 구분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는 모든 사람이 알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건 두 번째입니다. (임신 중지 방법 및 필요 정보) 약물 또는 수술적 방법의 장단점은 무엇이고, 사전/사후에 고려해야 할 사항들에는 무엇이 있는지 알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특히 약에 관한 부분은 정보가 정말 없는데 온라인으로 약물을 구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그러나 온라인으로 약물을 구했을 경우 약의 복용 방법을 제대로 알려주지 않거나 성분 등이 정확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혼자 복용하고 난 후 제대로 되고 있는 건지 확인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어 약 사용 이후 추가적으로 시술받는 경우들도 많아요. 그렇기에 꼭 전문적인 상담사가 아니더라도 모든 사람에게 당연히 제공되어야 하는 정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희도 다른 나라에서 하는 것처럼 정부가 제공해야 하는 공식 정보가 되어야 한다고 얘기하고 있어요."
- 답변을 듣다 보니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대안을 중시하시는 게 느껴지는 것 같아요.
"관련 사례로 뉴질랜드 보건부가 만든 사이트(https://www.decide.org.nz/)를 참고하면 좋을 것 같아요. 이렇게 해야 의료 영역에서 의료의 질도 좋아질 수 있습니다. 의료인들이 기술적인 방법만이 아니라 환자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더 많이 배울 수 있고요. 사실 임신 중지와 유지를 고민하는 여성들을 존중하고 권리를 보장하는 태도로 대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의료인) 양성 과정에서 해야 하는 것이거든요. 다른 나라의 경우 상담사 양성 과정 말고도 의료인 양성 과정도 이런 식으로 잘 되어 있어요."
- 그렇다면 혹시 셰어(SHARE)의 연계 클리닉인 '색다른 의원'에 대해 설명 부탁드려도 될까요.
"색다른 의원은 '성과 재생산 포럼'이라는 모임부터 같이 해온 분들 중 산부인과 전문의셨던 최예훈 님이 셰어(SHARE) 활동 도중 직접 이런 클리닉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해서 만드신 거예요. 셰어 연계 클리닉으로 '산부인과'라는 이름을 붙이기보다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색다른 의원'이라는 이름을 지었습니다.
성 건강과 관련된 다양한 것들을 진료하시고 초기 임신 중지를 진행할 수 있습니다. 트랜지션이나 호르몬 치료 같은 것도 하고 있어요"
- '색다른 의원'은 셰어(SHARE)와 어떤 부분에서 연계되어 있는지 궁금합니다.
"(셰어는) 색다른 의원과 함께 여러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올해도 색다른 의원의 의료진들과 셰어 활동가들이 같이 워크샵을 진행하였습니다. 색다른 의원은 진료뿐만 아니라 상담을 많이 하세요. 그래서 상담을 할 때 어떤 방향과 내용을 가질지에 대해 공유합니다.
실질적으로는 셰어에서 하고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들, (포괄적 임신 중지 상담·지원 활동가) 양성 과정에도 색다른 의원분들이 참여해서 워크숍 및 강의를 같이 진행해 주시는 등의 역할들을 하고 계세요. 그리고 지금 셰어가 청소년과 이주민 난민 임신 중지 지원 사업을 진행 중인데 임신 중지가 필요한 분들이 상담이 오면 색다른 의원으로 연계하고 있습니다."앞으로의 셰어에 대해
- 지금까지 셰어의 지난 활동들에 대해 질문드렸습니다. 앞으로의 셰어의 방향성에 대해서도 궁금한데요. 앞으로 (셰어가) 지향하는 바가 있으실까요.
"저희는 임신 중지를 포함해서 모든 성 재생과 관련된 권리가 좀 더 모든 사람에게 자연스럽고 공식화되는 것을 지향하는 거죠. 정부가 빠르게 움직이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에 우리가 그런 토대들을 계속 만들어 나가면 성과 관련된 정보를 금기시하기보다 정확한 정보가 공유될 수 있는, 또, 자신의 즐거움과 건강을 증진 시킬 수 있는 정보를 알고 그런 관계를 맺을 수 있는 활동들을 확장해 나가려고 합니다.
실질적으로는 임신 중지 관련하여 지금 하고 있는 양성 과정, 관련 사이트나 접근성 구축으로 접근성을 높이는 활동들이 진행될 것 같구요. 그리고 이와 관련된 여러 다른 사회적인 문제들에 연대하거나 혹은 의제들을 새롭게 만들어내는 것들을 앞으로 계속할 예정입니다.
예를 들면 노동 환경에서도 성 재생산 권리 보장이 굉장히 필요한데, 성 재생산권이 노동환경에서 어떻게 보장되어야 하는지가 중요한 의제가 될 수 있게 다른 사회적 소수자들이 이런 문제에 좀 더 다양한 방식으로 자기 의지를 가질 수 있게 하는 것이 있을 수 있겠죠. 되게 다양한 영역에서 많이 연결될 것 같아요."
- 또, 안전한 임신 중지를 위해 사회에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으실까요.
"처벌이 있지 않으면 후기 임신 중지가 만연하게 되지 않을까 이런 생각 하는 분들이 되게 많은 것 같아요. 실질적인 데이터를 보면 임신 중지를 처벌 하는 국가와 임신 중지를 처벌하지 않는 국가를 비교했을 때, 실제로 임신 중지를 하는 비율은 임신 중지를 처벌하지 않는, 허용 범위가 넓은 국가에서 더 적어요. 안전한 임신 중지의 비율도 훨씬 더 높을 뿐만 아니라 아동의 어떤 권리나 여성의 권리 차원에서도 훨씬 당연히 더 지표가 높은 것을 볼 수 있어요.
(임신 중지를) 공식화하고 처벌을 하지 않을수록 다른 사회적인 조건들을 보장하는 노력을 국가가 같이 해야 하므로 임신 중지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는 것이 의료, 사회 복지, 노동, 교육 등 모든 영역에서 더 좋은 결과를 가지고 옵니다. 그래서 이제는 어디까지 처벌해야 되는지, 어디까지 허용해야 하는지 차원의 문제가 아닌 '어떤 사회적인 조건을 만들 것인가', '그걸 위해서 국가가 무엇을 할 것인가'와 같은 내용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함께 할 수 있는 부분들을 찾아나가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덧붙이는 글 | 본 기사는 서울여자대학교 바롬종합설계프로젝트 수업을 통해 기획된 팀 '빨리 해결해조'의 김민영, 임채원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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